서울대·아산·삼성·연세대가 글로벌 수준이라는데…
항암제 임상시험, 국내 대학병원 4곳 TOP 10

“우리나라는 그동안 3상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과학적인 피드백과 산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임상은 1상과 2상이에요. 1~2상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신약개발 성패가 갈리기도 해요.”

문한림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는 히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초기 임상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한미약품을 기점으로 국내 전통 제약사도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워 글로벌 제약사에서 초기 임상 결과물을 인정 받아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있다. 바이오벤처 역시 최근 자본이 집중되면서 신약개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기준 바이오·의료 분야에 새롭게 투자되 자본은 8417억원으로, 벤처캐피털 자본 8개 분야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내 전통 제약사나 바이오 벤처 모두 초기 임상(1,2상)에 집중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나라가 산업적 가치가 큰  초기 임상시험 기반을 강화하기 어떤 전략을 갖춰야 하는지 다룬다. 구체적으로  항암제 임상시험에 특화해 ▲ 국내 항암제 인프라 현황 ▲초기 항암제 임상의 도전의 필요성 ▲초기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전한다.

항암제 임상, 4개 대학병원이 전 세계 10위권 진입

미국 제약산업 데이터분석 기관 Citeline 에서 2016년 발표한 자료에서 항암 분야 임상시험 건수를 살펴보면, 서울대학교병원(658건), 서울아산병원 임상시험센터(595건),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센터(563건), 연세세브란스병원(442건)이다. 4개 병원이 항암 분야 임상시험에서 전 세계적으로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항암제 임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각 대학병원들이 환자 접근성이 좋고, 세계적 수준으로 역량을 갖춘 연구자가 많다 것이 INC Research의 분석이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임상시험 센터는 1, 2상을 하기 위한 기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특히 항암제 임상시험의 경우 이미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이뤄질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5-6개 임상센터와 비슷한 규모의 임상을 호주에서 하려면 약 20개 센터를 모집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의 설명대로 산업적 가치가 있는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매년 증가했다. 2003년 143건에 불과하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18년 기준 약 4.7배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최근 신약개발 환경과 함께 국내 임상시험 역량이 꾸준히 향상되며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약사 등 기업에서 실시하는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18년 505건으로 2017년(476건)과 비교해 6.1% 증가했다. 이러한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은 전체 임상시험 승인 건수 중 74.4%를 차지했다. 주로 학술목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자 임상시험은 25.6%를 차지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상업화 임상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국가임상시험재단

1상 임상시험 건수 증가 추세...다국가 초기 임상은 비율은 낮아

1상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2018년 211건으로 2017년 176건과 비교해 19.9% 증가했다. 2018년 승인된 1상 임상시험 211건 중 국내에서만 실시하는 국내 임상시험은 161건으로 전체의 76.3%에 달했다. 특히 국내 제1상 임상시험 161건 중 24.2%(39건)가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으로, 그 중 국내 기업이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94.9%(37건)에 달해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가임상시험재원재단은 이 같은 상황을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 초기단계 의약품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는 높아진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 개발 역량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2018년 글로벌 제약사가 주로 진행하는 다국가 1상 임상시험은 50건으로 전체 임상의 17.7%에 불과했다. 이는 아직까지 신약개발 역량이 높은 글로벌 제약사의 초기 임상은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임상시험의 산업적·과학적 측면으로 살펴 볼 때 초기 단계의 다국적 임상시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출처: 국가임상시험재단

문 대표는 “연구자의 기획부터 약의 개발 단계까지 살펴볼 때 3상 연구는 실제 약을 투여할 법 한지 확인하는 단계에 불과하다”며 “실제 약의 개념을 정립하는 단계는 초기임상으로, 연구자는 과학적 기여는 초기 임상단계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최근 항암제 분야에서 임상 1, 2상의 가치는 용량 결정뿐만 아니라 약의 유효성까지 예측할 수 있어 초기 임상을 기획하는 것이 더 중요해 졌다. 그는 “이전에 항암제 임상은 주로 용량 결정을 위해 진행됐다”며 “그러나 최근 초기부터 효과 좋은 약물들이 개발되면서 (제한적으로) 초기 임상 데이터만 가지고도 조건부 허가를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했다.

정리해 보면, 최근 초기 항암제 임상은 단순히 용량 결정을 위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 연구자의 기획력이 더 중요해 졌다는 것이다. 초기 임상에서 이미 용량 결정과 함께 약물의 유효성도 보기 때문에 초기 임상에서 연구자의 역량에 따라 1상에서 신약개발 주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

또 초기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기획하는 것은 산업적 가치가 풍부하다. 업계 관계자에게 말에 따르면,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기획하는 데 600만원에서 최근 2000만원까지 늘었다. 외국 CRO가 프로토콜을 기획하는 데는 건당 약 5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는 “임상 1, 2상은 환자 모집 수에 비해 (임상시험센터가) 더 많은 비용을 벌 수 있다”며 “적은 환자 수지만 확인해 볼 요소가 많기 때문에 산업적 차원으로 접근할 때 임상시험센터가 초기 임상을 수행해야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항암제 1상은 특별한 디자인으로 프로토콜을 기획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신약개발 환경이 조성되며 임상 프로토콜을 기획해야 하지만 이를 해 나갈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는 “임상 프로토콜에 들어갈 기본 개념만 정립해도 상당히 많은 비용을 제약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이를 해 내갈 역량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항암제 3상 인프라 활용…글로벌 제약사 초기 임상 유치 적극적으로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약사의 초기 항암제 임상시험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 국내 대학병원의 임상시험 센터가 적극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국내 임상 인프라의 우수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강조됐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미 국내에서 항암제 3상 임상시험을 많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임상 연구자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라고 했다. 국내 항암제 임상은 2018년 기준 247건으로 전체 임상의 36.4%를 차지해 3년 연속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는 “국가임상시험재단과 함께 각 임상시험센터가 프레젠테이션 등을 통해 국내 임상 인프라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실제 항암요법연구회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에 한국 임상시험센터를 소개하니 관심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종양학 분야에서 국내 임상 연구자 우수성과 임상시험센터가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는 강점을 글로벌 제약사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내 임상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참여자를 위한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병일 올리브헬스케어 대표는 “적어도 임상 참여자가 참여한 임상시험에 한해서 관련 연구 결과가 어떻게 진행되고, 신약개발과 어떻게 직결되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지만 암이나 희귀질환 임상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어 임상시험이 산업적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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