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열광…거품 속 통찰하고 냉정을 찾을 때
신약성공 확률과 시간은 현실 비켜가지 않을 것

지난 4일,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 수출한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반환 소식이 졸지에 날아들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계약 해지는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얀센이 실시한 임상에서 HM12525A의 체중감량 효과가 입증된 만큼 앞으로 이에 대한 개발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투자자들의 바이오 열풍과 기대치의 강도와 크기가 어떠한가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전문 제약사'와 '바이오신약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주요 벤처 제약사(이하 '바이오벤처')' 25곳과 전통적 대형 제약사 25곳을 선정하여 증권시장에서 반응하고 있는 현상과 당해 제약사들의 공시자료 등을 통해 비교해 봤다. 공교롭게도 이들 50곳 제약사들은 1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가총액(이하 '시총')이 2500억 원 이상이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전문제약사다. 7월4일 종가기준(이하자료 동일시점)으로 두 회사의 시총은 각각 무려 26조1150억 원과 20조7427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의 선봉장이면서 전통적 제약사인 한미약품은 3조5011억 원이었다. 앞의 두 바이오시밀러 제약사 시총이 한미의 8.6배, 5.9배나 된다. '시총'은 '발행주식수×주가'로 산출되고, 기업 가치와 규모를 평가할 때 사용된다.

바이오벤처인 신라젠은 2018년 매출이 77억 원이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90억 원과 562억 원 결손을 봤다. 손실이 매출의 7.5배 정도나 된다. 그럼에도 신라젠의 시총은 3조2867억 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신라젠의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의 미래 시장 가치가 그만큼 크다고 보고, 선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제약바이오업계를 대표하는 상장제약사들 중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다음 4번째로 크다. 주식액면 1원당 98원의 시세가 붙었다. 이는 1원짜리 액면의 주식이 98원에 거래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신라젠보다 197배나 더 많은 1조5188억 원의 매출 실적과 501억 원의 영업이익 그리고 58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국내 최고·최대의 제약사 유한양행의 시총은 3조1687억 원에 머물고 있다. 신라젠보다 한 단계 아래인 5위다. 주식액면 1원당 시세도 50원으로, 신라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유한양행 입장에서 보면 오늘의 증권시장 세태에 심히 허탈할 것 같다.

대웅제약과 GC녹십자의 시총은 각각 1조7959억 원, 1조4082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식액면 1원당 시세를 보면, 대웅제약이 62원원, GC녹십자가 24원이다. 전통적 제약업계에서 매출순위 2~3위를 다투는 이들 두 대형 제약사는 바이오벤처들인 헬릭스미스와 메디톡스 및 휴젤의 '시총' 및 '주식액면 당 시세' 에 한참 못 미친다.

헬릭스미스의 시총은 2조9136억 원, 주식액면 1원당 시세가 365원이다. 메디톡스는 시총이 2조5331억 원으로 나와 있다. 주식액면 1원당 시세는 무려 871원으로 독보적이다. 50대 제약바이오사들의 업체당 평균 96원에 비하면, 9배나 높다. 휴젤의 시총은 1조8134억 원이고 주식액면 당 시세가 832원으로 메디톡스 다음으로 높다. 이들 중 특히, 헬릭스미스는, 2018년 매출이 53억 원, 영업이익은 212 원 적자, 당기순이익도 305억 원 적자를 보였음에도 시총 순위가 대웅과 녹십자보다 앞서는 6위이고, 주식액면 1원당 시세 순위도 압도적인 3위다.

이러한 현상들은 '바이오의 미래가치'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 제약사 이름에 '바이오'자가 붙거나 직설적인 '바이오'자가 아니더라도 이를 상징하면서 외래어 투로 돼 있고, '바이오신약 개발 파이프라인'만 가지고 있으면, 투자자들은 그러한 바이오벤처들에게 열광하면서 아낌없이 판돈을 거는 같다. 여기에 정상적인 경영분석적 사고(思考)와 기법이 자리할 틈이 있을 턱이 없다.

[표1]을 보면, 25곳 전통적 대형제약사들의 2018년 업체당 매출 평균은 5313억 원, 영업이익은 321억 원이었다. 이에 대해, 25곳 바이오벤처 등의 같은 기간 업체당 평균 매출은 1099억 원, 영업이익은 126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제약사들의 매출이 바이오벤처 제약사들보다 5배, 영업이익은 2.5배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투자(증권)시장은 이러한 영업실적과는 정반대로 반응하고 있다. 7월4일 전통적 제약사들의 경우 업체당 평균 시총이 8426억 원이었는데, 바이오벤처들의 업체당 평균 시총은 3배나 많은 2조6854억 원이었다. 주식액면 1원당 시가도, 전통적 제약사들의 업체당 평균이 고작 38원이었는데, 바이오벤처들 평균은 4배나 더 높은 154원이었다.

이와 같은 투자시장의 상황들이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바이오벤처라면 무조건 '오케이'이고 이 업체들에 투자하면 아무나 돈을 벌 수 있을까? 세계 공통적으로 불문율처럼 돼 있는 신약 후보물질에서부터 시작되는 신약성공 확률 0.01%~0.02%와 임상1상부터 시작되는 약 10%의 성공 확률 그리고 신약성공 최소 소요기간 10~15년은 우리를 위해 우리 바이오벤처들의 '신약 파이프라인'들을 예외적으로 비켜갈까? 그리되면 얼마나 좋으랴.

신약 연구개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판에, 바이오를 활용해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으는 것이 무슨 큰일 날일이냐 시각도 있겠지만, 그래도 증권시장의 현 세태는 정말 과도하다. 아무리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바이오'라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실적 좋은 전통적 초대형 제약사들이 증권시장에서 신생 소형 바이오벤처들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현상이 분명 정상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바이오에 열광하는 것은 좋지만, 바이오에 거품이 상당히 끼어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이제 냉정을 되찾아 옥석 가리기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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