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용 개선 정부 시범사업에 의협 잇따라 딴지

이번엔 자살예방사업이다.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사업 수행기관으로 대한약사회가 선정된 사실이 25일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가 또 발끈하고 나섰다. 의사협회는 다음날 바로 성명을 내 맞대응했는데, 골자는 자살은 정신과적 응급상황으로 가볍게 대처하면 안되는 전문적 치료영역인데 복지부와 약사회가 추진하는 자살예방사업이 의사와 환자간 치료적 관계를 단절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약사회가 참여하는 자살예방 시범사업은 전국 250여개 약국에서 7월부터 6개월간 실시되는데 약국청구프로그램에 탑재된 항우울제 등 위험약물 DB를 토대로 이를 복용하는 약국 방문 환자들에게 심층 복약지도를 제공하고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해 지역 의사회나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의사협회는 이에 앞선 지난 15일 건강보험공단이 대한약사회와 MOU를 체결하고 서울, 인천, 안산, 고양 등 일부 시범지역에서 약사 등의 가정방문을 통해 투약관리 서비스를 하는 “올바른 약물이용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의약분업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의사협회가 잇따라 공세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의사직능 관점으로 비춰지면서 여론은 비교적 싸늘한 편이다. 저소득층이나 노인층 등 약물이용의 사각지대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속속 확인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에 진행된 ‘경기도 방문약료 사업’(2017년 6월 1일~12월 31일) 진행결과를 보면 서비스 대상 노인들은 평균 12.4개의 처방의약품을 복용했고 이중 72.5%인 132명이 동일효능 약을 중복해서 먹고 있었다. 총 5회에 걸친 방문약료 서비스 이후에는 처방약 복용갯수가 12.4개에서 11.0개로, 중복투약도 132명(72.5%)에서 120명(65.9%)으로 6.6% 감소했다.

일본 스기약국. 지역의료에 대응할 목적으로 24시간 운영하며 점포수를 확장하고 있다.
일본 스기약국. 지역의료에 대응할 목적으로 24시간 운영한다.

고령사회로 이미 접어든 일본의 경우도 재택고령자를 케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직종을 연계하는 코디네이터로 약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니케이비즈니스 최근 보도를 보면 65세 이상이 41%인 일본 치바현 가시와시는 집에서 의료나 간병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설계했고 이 지역 대형 드럭스토어 스기 홀딩스의 약사는 재택의료에 함께 동참해 육아상담까지 실시할 정도로 지역주민 건강관리의 핵심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와 복지혜택의 질과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시대적 추세 속에서 서비스 수혜대상인 환자 관점을 배제한 듯 보이는 의사협회의 이 같은 주장은 고립될 수 있다. 각종 시범사업이 국민의 약물이용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라는 이미지만 의사협회의 의도와 무관하게 강화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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