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술 수출 반환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한미약품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5년, 혁신 신약 후보물질의 잇따른 기술수출로 주목받으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잠재력을 흔들어 깨웠던 한미약품이 신약개발 선두 주자로써 시련을 겪고 있다. 한미는 3일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 후보물질과 기술을 사갔던 얀센이 그 권리를 반환했다고 3일자 공시했다. 얀센 권리 반환에 앞서 2건 더 같은 일이 반복된터라 '좋은 결과'를 고대했던 투자자와 산업계의 실망감도 적지 않다. 물론 가장 아파할 곳은 한미약품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4일 오뚝이처럼 '실망대신 의연한 도전의지'를  천명했다. "미지의 영역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글로벌 신약 창출의 길은 어렵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단단한 메시지를 냈다. 산업계에 미칠 영향도 걱정했다. 한미는 "우리의 행보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방향성에 다양한 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한미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고, 제약강국을 향한 혁신과 도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미약품의 사례는 혁신신약 개발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통상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이 전임상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평균 성공률은 9.6%(미국바이오협회), 다시말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상업화 한 뒤 성공률은 이 보다 훨씬 낮다. 임상시험을 통과해 시장에 나왔다가 예상 밖 부작용 발견으로 퇴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장관계 부작용을 줄여 대중적 진통제(골관절염 등)로 부상했던 미국 머크의 COX-2 저해제 '바이옥스'는 시판 후 세계적으로 8000만명이 복용해 연간 2조원 매출을 올리다 심혈관계 질환을 높인다는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반면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던 중 나타난 부작용을 주적응 타깃으로 삼아 성공한 의약품이다. 다발성골수종(MM) 치료제 레블리미드는 1957년 10월부터 '무독성 수면제'로 독일과 일본 등에서 판매되고, 임신부 입덧치료제로 각광받았지만 46개국에서 1만여명의 기형아가 탄생 끝에 판매 금지됐던 '탈리도마이드의 면역조절효과'를 세엘진이 되살려 탄생한 약물이다. 신약 개발은 출발 단계에서부터 9할은 실패를 떠안고 시작하지만, 실패의 무덤을 다시 주목한 결과 진주를 건져 올리기도 하는 불가사의 영역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K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미 '9할의 실패'를 떠안은 채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 일반 관객, 해당 기업, 정책 관계자 모두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술 수출 한 건으로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처럼 무작정 들뜨지 않게 되며, 설사 중간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조차 낙담하지 않고 담담하게 앞으로 또 한발 디딜 수 있는 힘을 유지할 수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게 잡힐 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과관계로 보자면 혁신신약 개발의 여정에서 나타난 한미의 중간 실패가 'R&D 도전으로 일군 2015년 기술수출의 산물'인 셈인데, 이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실패?"라는 의구심 대신 "계속 도전하라"고 박수를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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