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 발제
중증 아토피 산정특례 · 듀피젠트 급여화 논의

[종합] 2019 중증 아토피 피부염 국가 지원 토론회

'듀피젠트'의 급여화와 중증 아토피 피부염 산정특례를 위해 환자들이 국회를 방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는 2020년 7월 1일로 예정된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질병코드 신설 시점에 맞춰 산정특례 적용을 위한 사전 작업을 충분히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전문의는 4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열린 '중증 아토피 피부염 국가지원 토론회'에서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질병 부담'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서성준 대한피부과학회장을 좌장으로 한 토론에는 경북의대 피부과 장용현 교수, 중증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 2인,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이 참여해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 

4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2019 중증 아토피 피부염 국가지원 토론회'가 개최됐다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전문의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전문의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전문의=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성인 환자 1000명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수행한 질병 부담 연구에 따르면, 중증 환자들이 아토피 치료를 위해 직접 지불한 비용은 월평균 49만2000원이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매년 590만 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토피 피부염은 치료와 증상 완화에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이 비용은 중증도에 따라 증가한다. 

중증 환자는 경증에 비해 더 많은 치료 실패를 경험하는데, 이로 인해 다양한 치료를 시행하면서 의료기관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중증이 될수록 치료에 대한 기대 · 신뢰도가 감소하지만, 의학적 치료는 중증도와 관계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극심한 중증 환자의 치료 만족도는 의학적 치료일지라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삶의 질은 아토피 피부염의 중증도와 유사하게 치료 노력과 비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지만, 질병 중증도에 비해 그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강하게 지지되지는 못했다. 아토피 피부염의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환자들은 결혼과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는 연령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또,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대학졸업 비율이 낮아졌으며, 결석과 병가 또한 증가했다.

경북의대 피부과 장용현 교수
경북의대 피부과 장용현 교수

경북의대 피부과 장용현 교수=현재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치료제는 오프 라벨(off-label)로 사용되는 '사이클로스포린'이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우리 몸의 면역을 광범위하게 억제하는 약물로, 고혈압이나 신장독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1년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가운데 획기적인 생물학 치료제인 '듀피젠트'가 등장했다. 듀피젠트는 이상면역반응의 핵심인자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표적 생물학적 치료제로, 이미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돼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2주에 한 번씩 듀피젠트를 맞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21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내가 제안하는 것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의 산정특례와 생물학치료제 '듀피젠트'의 급여화이다. 

아울러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증 상태에서 충분한 상담과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교육상담료를 신설하면, 민간요법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생활습관 교정이 이뤄질 수 있다. 대구 · 경북 아토피피부염 학교에서 15년간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99%가 만족했으며 69.8%는 질병 이해를 통해 아토피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1=나는 춘천에 거주하는 25세 대학생이다. 아토피 때문에 사용한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두 눈에 백내장이 생겨 수술해야 했다. 그 뒤 스테로이드를 벗어나 민간요법을 시작했으나 피부가 갈라지고 진물이 나는 바람에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었다. 듀피젠트를 사용하고 나서는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게 됐다. 듀피젠트는 2주에 한 번 맞아야 하지만, 비용 때문에 지금은 6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고 있다. 

한 환우는 아토피성망막박리와 백내장으로 왼쪽 눈 시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20대 중반부터 돋보기안경을 쓰고 있다. 해당 환우는 듀피젠트를 사용한 이후부터 놀랄 만큼 상황이 좋아졌지만,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사용했다. 아토피 때문에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다른 환우는 듀피젠트 개발 소식을 듣고 희망을 느꼈으나 약값 때문에 '나는 어떻게라도 아토피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토피는 조금 불편한 병도, 죽지 않는 병도 아니다.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하며,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하게 만드는 병이다. 이런데도 듀피젠트 약값을 건강보험이 보조해주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급여화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민원을 넣고 전화를 하면 '죽지 않는다', '더 심한 병도 있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죽지 않으면 심한 병이 아닌지? 감기도 보험이 되고, 가벼운 피부병도 보험이 된다. 우리는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원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치료에 보험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2=나는 듀피젠트가 출시되기 이전에 체질 개선, 민간요법, 한약 등 비싸고 힘든 치료를 이어가면서, 몇 달 치료에만 300~500만 원을 지불했다. 그러다가 작년 듀피젠트가 출시되자마자 맞기 시작해 지금은 남들과 비슷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듀피젠트를 사용하느라 2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썼고, 오는 9월부터는 급여화가 안 될 경우 금전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우리 부모님은 평생 번 돈을 내 피부 치료에 전부 사용했다. 

한편, 듀피젠트의 급여화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만난 심평원 직원이 '한 회사가 독점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급여화를 해주는 게 부담스럽다', '2년 뒤면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약이 추가로 출시될 테니 그때 이 두 가지 약을 같이 급여화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얘기했다. 2년 후 새로운 약이 나오면 보험이 되기까지 1년 이상이 더 걸리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최소 4년간 1억 원가량의 치료비용을 지불하거나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버텨야 한다. 

나는 아직도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 하므로 정규직으로 일할 수도 없다. 결혼해서 남편이 있지만, 남편의 외벌이로 한 달 200만 원의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부디 듀피젠트를 비롯해 향후 출시될 아토피 신약도 급여화가 이뤄졌으면 한다.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경증으로 인식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가 신경을 써서 분류 체계를 이른 시일 내 고치는 게 중요하다. 또, 산정특례와 신약에 대한 보험 속도도 보다 빨리할 필요가 있다. 반면, 교육상담료는 쉽지 않다. 아토피 환자 대상으로 외래를 볼 때 시간이 부족할 경우 마련한 심층진료를 그쪽에 집어넣어서 접근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거 같다. 또, 아토피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료되는 거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어서 아토피에 대한 오해 등을 학회가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우선 양해의 말을 전하겠다. 약을 담당하는 보험약제과장이 오늘 참석하지 못했다. 물론 오늘 나온 말들은 전부 꼭 전달하겠다. 

환자들이 제일 관심 있는 건 급여화와 산정특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약을 담당하는 보험약제과장이 금일 참석하지 못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질병코드 신설과 산정특례, 교육상담료와 관련한 내용이다. 질병코드의 경우 복지부와 통계청이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이미 통계청에서는 1차 회의를 진행해 초안들을 도출했으며, 목표로 하는 시점은 2020년 7월 1일이다. 질병코드 신설 시점인 7월 1일에 맞춰서 산정특례를 논의할 수 있도록 사전에 검토를 병행하겠다. 

교육상담료의 경우 의료계의 모든 과에서 요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게 필요 없다는 게 아니고, 이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알다시피 수가와 관련한 부분은 5년에 한 번씩 개편한다. 이 가운데 환자 치료에서 교육 상담 시간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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