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헬스 BD·마케팅 정경인 팀장
푸드를 넘어 뷰티까지 오리진을 세워가는 ‘뉴오리진’

유한양행 푸드&헬스 BD&마케팅 정경인 팀장
유한양행 푸드&헬스 BD&마케팅 정경인 팀장

"제약사가 식품의 '오리진'을 다시 쓰면 건방지다거나 '너희가 뭘 아느냐'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이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28일 여의도 IFC몰 지하 1층 뉴오리진 1호 매장에서 만난 유한양행 푸드&헬스 'BD&마케팅' 정경인 팀장은 유한양행의 건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뉴오리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라고 생각한 평일 오후에도 매장안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매장 내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고, 실외 테이블에도 사람이 빼곡했다.

정 팀장은 "점심때 두 번 이상 만석이 될 정도로 굉장히 인기가 많다. 저녁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부산 W스퀘어 매장도 하루에 몇 차례 만석이 된다. 주말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며 살포시 웃었다. 

'착한' 푸드에 제대로 빠졌다

진열대에는 설탕과 소금부터 화장품, 욕실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계란과 초콜릿도 눈에 들어왔다. 자유 방목한 닭에게서 얻었다는 계란은 10구 8000원, 생리통 완화에 도움을 주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초콜릿은 9000원이었다.

기자도 매장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A2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비건 당근 케이크, 프로바이오 티톡스 음료를 주문했다. 호주 초지에서 공수한 A2 우유로 만들었다는 아이스크림은 몇분안돼 녹기 시작했다. 날렵한 모양의 아몬드튈이 서서히 기울었다. 다행히 아이스크림은 차갑고 달콤했다. 

정 팀장은 "시중 아이스크림 모양이 오래 유지되는 이유는 증점제를 넣기 때문이다. 우리 A2 아이스크림 성분은 우유와 크림, A2 탈지분유와 설탕 조금, 천연 검(Gum)이 전부여서 외부 열을 닿으면 빠르게 녹는다. 인위적인 모양을 유지하지 않은 대신, 맛은 있는 그대로 느껴진다"고 했다.

'제대로'를 시연하듯이 뉴오리진 매장의 모든 식자재와 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든다. A2 아이스크림과 프로바이오 티톡스 음료에 장식된 아몬드튈과 건조 사과도 직원들의 부지런한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물이다. 

정 팀장은 "보이지 않는 이면까지 신경을 쓰는 건 말로 하긴 쉬워도 행동하기는 어렵다. 직원들이 불평할 때도 있다. 우리가 기준을 높이면 자극을 받은 경쟁사들도 분발하게 된다. 그 혜택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고, 결국에는 산업 전체의 품격이 올라간다"고 했다.

제약사가 왜 우유와 계란을 팔게 됐을까?

뉴오리진은 호주 유가공 업체 'The a2 Milk Company'와 독점 계약을 맺어 초두에서 방목한 A2 우유를 판매하고 있다. A2 단백질은 태초의 젖소에게서 나오는 단백질로서 사람의 단백질 구조와 동일한 반면, A1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불완전하게 소화돼 불편감을 유발한다.

유한양행은 현재 모든 뉴오리진 매장에 사용되는 푸드 메뉴에 들어가는 우유를 A2 우유로 사용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 A2 우유를 사용한 분유 제품을 런칭할 예정이다. 

뉴오리진이 합천 소룡산에서 공수해온 계란도 자유 방목한 닭에서 얻었다. 정 팀장은 대부분의 닭이 A4용지보다 작은 계사에서 갇혀 자랐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정 팀장은 "좁은 계사에서는 닭이 날개를 펴지 못한다. 날개 안에 진드기가 생기면 살충제를 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축산업의 관행을 깨지 못하면 영원히 그런 달걀을 먹어야 한다. 우리는 동물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샐러드에 올릴 달걀을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미국 동물학자인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도 뉴오리진과 동일한 가치를 내세웠다. 그는 곧 죽게 될 동물도 죽는 순간까지 자유를 만끽하며 편안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소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축사와 도축장을 개발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앞세운 이 같은 철학은 뉴오리진 브랜드가 이끌고 갈 주요 가치 중 하나이다.

 

여의도 IFC몰 지하 1층 뉴오리진 1호 매장
여의도 IFC몰 지하 1층 뉴오리진 1호 매장

뉴오리진 비타민C는 아마존에 있다

비타민C는 저렴한 비용으로 구하기 쉬운 원료 중 하나이지만, 유한양행 직원들은 까무까무 열매에서 나오는 비타민C를 구하기 위해 아마존 밀림을 헤맸다. 

정 팀장은 "직접 아마존 밀림에 배를 타고 들어가서 원주민과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런 식으로 제대로 된 원료를 찾기 위해 무려 65만 9000km 이상을 다녔다. 직원들이 쓴 시간은 7만 7000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335명의 전문가를 만났다. 이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듣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정 팀장은 "직원들이 내는 입소문은 우리가 무서워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직원들로부터 듣고 싶은 건 '너무 제대로 하려고 해서 힘들어서 때려치웠지만, 여기 진짜 제대로 해'라는 말이다. 직원들이 욕할 수 있다는 건 안다. 다른 곳은 그냥 해도 돈을 주는데, 여기는 오렌지를 직접 짠다. 욕을 해도 '쟤네는 온종일 직접 짠다'는 욕이면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직하게 만들어야

뉴오리진이 1호점을 정식 오픈하기까지는 2여년 준비 과정이 존재했다. '사업이 되겠냐'는 의심 때문에 중간에 몇 번 엎어질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정희 사장이 직접 나서서 직원들을 독려했다. 

정 팀장의 말을 빌리면 이 사장은 '손해라고 생각 말고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와 좋은 제품을 제공하라. 고객이 경험해야만 뉴오리진 브랜드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한 팬이 될 수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와 소비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오리진 매출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히트 상품은 즉각적인 매출을 가져오지만, '롱런(Long Learn)' 한 제품은 신뢰를 불러온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 고객은 매출로 이어져 브랜드 '롱런(Long Run)'의 기반이 된다.

정 팀장은 "93년 된 제약사의 이미지도 브랜드 매출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 그냥 제약사가 아닌 유한양행이 주는 신뢰가 있어서 고객 스펙트럼도 넓다"며, "온라인몰에서도 하루 몇백 건의 매출이 일어난다. 매일 새로운 사람이 가입해 우리와 관계를 맺는다. 브랜드가 점점 성장한다는 걸 느낀다. 재밌는 건 지금 나온 제품보다 앞으로 쏟아져 나올 제품이 더 많다는 것이다. 매출 측면에서도 희망적이다"라고 했다. 

"화장품이 다가 아냐…놀라운 스토리 많아"

뉴오리진의 콘셉트 매장은 총 9개다.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분포돼 있다. 지난해 4월 여의도 IFC몰을 시작으로, 롯데월드몰, 동부이촌동, 현대백화점 신촌점과 판교점, 동탄 신도시, 부산 W스퀘어, 광화문점, 마포점까지 문을 열었다.

제품 수도 크게 확대됐다. 건강기능식품에 불과했던 뉴오리진의 제품은 1여 년 사이 욕실용품과 화장품까지 총 109개로 늘었다.

뉴오리진이 판매 중인 제품들
뉴오리진이 판매 중인 제품들

정 팀장은 "처음에 이 매장을 냈을 때 제약업계에서는 '쟤들 왜 저러지'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스토리가 앞으로 더 많다. 화장품은 중간쯤이다. 여기서 그치지는 않는다"며, "예상 못 하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산 지역에 한 두 개 매장을 더 낼 계획이다. 대구, 대전 등 광역시에도 계획이 있다. 그렇다고 매장을 100개 내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뉴오리진 매장은 새로운 변신을 앞두고 있다. 새 버전의 매장은 비수도권 지역에 먼저 낼 생각도 있다. 고객이 생각하기에 '이런 제품은 뉴오리진 매장에 있을 것 같다'는 류의 새로운 매장을 올 하반기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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