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료기기산업 총정리판 714쪽 책 펴내

"근대화된 의약품의 뿌리, 서구에 아스피린이 있다면 한국엔 같은 해 나온 활명수가 있다." 해외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주영(54, 한의사) 보건복지부 전 보건산업진흥과장(현 한의약산업과장)은 외국인 전문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석한 국내 전문가들은 무슨 황당한 소리냐는 듯 눈살을 찌뿌렸다. 하지만 김 과장은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활명수는 우리가 순수 개발한 근대화된 의약품인데 스스로 중요하게 안보는 것 같다."

어쩌면 엉뚱하고 무모하기가 돈키호테같은 데, 이런 '엉뚱함과 무모함'이 제약·의료기기산업을 역사부터 최신의 기술과 정책·규제환경까지 총정리한 '알기쉬운 보건의료산업정책' 제1권 [제약·의료기기산업 편](4만3천원)을 써낸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사이언스에 의해 7월1일 초판 발행예정인 이 책은 분량만 714쪽에 달한다. 김 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 초 의료서비스산업, 의료정보산업, 화장품산업을 한 권으로 엮은 2권도 출간할 예정이다. 1~2권을 합해 13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저서인데, 특히 보건산업정책을 담당해온 현직 공무원이 경험을 살려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김 과장은 동국대 한의학과 출신으로 2002년까지 한의원 원장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돌연 공직으로 눈을 돌려 2003년 한의약정책관실 사무관을 시작으로 보건복지부에 몸담아왔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김 과장은 이 때부터 5년정도를 빼고는 10여년을 줄곧 헬스케어산업 정책과 함께 해왔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첨단의료복합단지팀 사무관, 보건산업정책과 사무관 및 서기관, 보건산업진흥과장 등이 그가 걸어온 이력이고, 이번에 발간한 책은 이 10여년의 기록이자 고민의 결과물이다.

김 과장은 26일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이전부터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준비한 건 2010년부터였다. 그러다가 다른 부서업무를 보는 동안 중지했는데, 2017년 제약산업육성지원종합계획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이 때 헬스케어분야 전문가와 종사자 200여명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자료를 만들고 수집했는데 버리기 아깝기도 했고, 이걸 활용해 헬스케어산업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들, 제약산업 종사자, 보건의료인, 정책담당자 등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책은 보건의료산업, 제약산업, 의약품 등의 정의나 개념정리, 의약품 개발과정,  건강보험 약가제도 등 규제환경, 보건의료산업정책론 등 이론과 실제가 어우러진 제약.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총결정판, 다시말해 '지금까지 이런 교과서는 없었다'고 할만큼 교과서적이면서도 교과서 밖의 정보와 지식들을 망라한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김 과장은 특히 보건의료산업의 개념이 학문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아서 각주를 200개 정도 붙였다고 설명했다. 용어와 정의, 개념 하나하나를 써나가면서 고증을 거쳤다는 얘기다.

유익한 '깨알정보'도 많이 실었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세계 최초 의약품 관련 기록은 무엇일까? 세계 최초 의료기기 관련 유적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최초 의약품은 무엇일까? 근대화된 우리나라 의약품 1호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최초 의료기기 전문업체는 무엇일까?

다방면의 전문가들과 고위공무원들이 이 책이 나오기까지 조언해주고 추천사를 써주기도 했다.

박영준 아주약대 교수, 양병국 대웅바이오대표, 이재현 성대약대 교수, 정진현 연대약대 교수,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 홍진대 충북대약대 교수, 김법민 고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김선칠 계명대 의용공학과 교수, 김인영 한양대 의용공학과 교수, 윤영로 연대 의공학부 교수, 장인진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지동현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사장, 박구선 오송첨복진흥재단 이사장, 이영호 대구경북 첨복진흥재단이사장, 변재관 한일사회보장정책포럼 대표, 차순도 메디시티 대구협의회장, 감신 경북의대 교수, 박소라 인하의대 교수, 이종구 서울의대교수, 이태한 공단 상근감사, 김강립 차관, 강도태 실장, 배병준 실장, 양성일 실장 등 24명의 전문가들이 그들이다.

기자들은 방대한 저작물의 저자로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김 과장에게 물었다.

그는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는 밝다. 글로벌에서는 자동차산업보다 2배 더 큰 시장이고, 앞으로 더 커질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미래비전은 차고 넘치고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신약개발 유전자를 갖고 있는 민족이다. 그런데 스스로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산업적 환경을 보면 선진적인 것과 후진적인 게 공존하거나 혼재돼 있다. 그러나 발전 속도는 어느때보다 빠르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 3년의 변화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지나친 성과경쟁에 대한 경계심도 나타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 지배하던 시절 득실대던 쥐를 박멸하기 위해 쥐를 잡아오는 만큼 돈을 주는 성과경쟁을 도입했다. 그러나 돈을 더 많이 안정적으로 벌기 위해 쥐를 사육하는 바람에 오히려 쥐가 더 많아졌던 것을 보더라도 지나친 성과경쟁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그는 그러면서 "벤처·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발전적으로 협력하는 게 국가적으로 더 큰 이익이 되므로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빨리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저자 소개=김주영 현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학력>
1991년 2월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1998년 8월 숭실대학교 통일정책?사회복지대학원 석사 졸업
2012년 2월 경원대학교 한의과대학원 박사 졸업

<경력>
1993년~2002년  약촌부부한의원(구 세란한의원) 원장
2003년~2005년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 사무관 (한의약R&D, 한방산업 담당)
2005년~2007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첨단의료복합단지팀 사무관
2007년~2010년  보건산업정책국 보건산업정책과 사무관?서기관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연구기획과장
2012년  보건복지부 종합의료복합단지 조성팀장, 국가건강검진 제도개편팀장
2012년 10월~2013년 9월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교수
2013년 10월~2016년 7월  노인정책관실 노인지원과장
2016년 7월~2019년 6월  보건산업정책국 보건산업진흥과장
2019년 6월~현재  한의약정책관 한의약산업과장

<저술>
허준의 동의보감 25권의 비밀, 미래M&B, 1999년
동의보감 내경편, 외형편 공동번역, 휴머니스트, 2002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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