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출신 이지은 GC녹십자 본부장 발표
임상 모델링 활용사례 발표…국내 업계는?

“MIDD 자료를 기반으로 신약판매허가신청(NDA) 혹은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활용했다고 나온 예는 없다. 다만 어떤 적응증(indication)을 승인 받았는데 용량 등에 대한 우려(concern)가 있을 때 MIDD 모델 등이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한림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는 임상시뮬레이션 모델 중 하나인 ‘MIDD(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에 대해서 묻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표에게 이런 질문은 던진 이유는 지난 25일 삼양디스커버리센터에서 이지은 GC녹십자 본부장이 '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 FDA Decision Making Examples'을 주제로 강연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미국 FDA에서 9년 이상 임상 약리학 국(Office of Clinical Pharmacology)에서 계량약리학부(Divison of Pharmacometrics)에서 일했고, 올해 1월부터 GC녹십자에서 Research and Early Development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이지은 GC녹십자 본부장이 25일 삼양디스커버리센터에서 열린 혁신신약살롱 판교에서 'Model-Informed Drug Development: FDA Decision Making Examples'을 주제로 강연했다.

MIDD는 미국 FDA가 의약품 개발과 의사결정을 위해 전임상·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물통계학(bioinformatics)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MIDD 모델은 ▲용량 적정화(dose optimization) ▲유효성을 위한 보조적 근거(supportive evidence for efficacy) ▲임상시험 설계(clinical trial design) 등에 쓰인다. MIDD의 궁극적인 목표는 임상시험을 축소하거나 줄여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MIDD를 단지 임상시험을 축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업계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이 상무는 이날 발표에서 미국 FDA가 MIDD를 활용한 사례로 ▲다이이찌산쿄의 경구용 항응고제(NOAC) 릭시아나(에독사반) ▲노바티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세쿠키누맙) ▲BMS와 오노약품의 면역항암제 옵디보(니볼루맙)을 소개했다. 이중 릭시아나는 MIDD 자료가 용량 범위를 확대되는 근거로 활용되지 못 했고, 옵디보는 MIDD를 자료를 기반으로 주요임상시험(pivotal study)를 시행하지 않고 높은 용량(480mg Q4W)로 허가를 받았다. 코센틱스는 MIDD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시판후부작용감시를 하라는 FDA 제안을 받았고, 노바티스(스폰서)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히트뉴스는 이지은 상무가 발표 후 답변한 내용과 문한림 큐어랜케어리서치 대표와 김선진 플랫바이오 회장의 자문 통해 국내 업계가 MIDD를 어떻게 활용하고 접근해야 할지 전한다. 문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GSK와 사노피-아벤티스에서 항암사업부를 총괄했으며, 현재 중국 존슨앤존스 연구개발에 자문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미국 앰디앤더슨에서 글리벡 등 다수의 항암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MIDD는 FDA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임상시험이 쉽지 않은 희귀질환과 소아질환을 적응증으로 갖는 치료제 개발에 현재 활발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희귀질환은 실제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통계학적으로 만족할만한 임상 환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기존 치료제들의 임상 기준과 다르게 적용됐습니다. MIDD는 현재 희귀질환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겠지만 앞으로는 다른 치료제로도 활발히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MIDD는 임상개발에 어떻게 활용되는 것인가요?

“MIDD의 핵심은 약물동력학(Pharmacokinetics, PK)입니다. 약물동력학은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약물의 이동현상(약물의 분포, 대사, 흡수, 배설)을 속도론에 입각해 규명한 것이죠. 가령 특정 약물이 PK 상 얼마나 올라가서 어떤 효능(efficacy)가 있는지 예측하는 겁니다. 임상약리학 모델 중 하나이고, 이런 모델은 MIDD 외에도 SCA(Synthetic control arms) 등 다양합니다.

항암제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볼게요. 최근 항암제는 병용요법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각 치료제 간의 상호작용(drug interaction)을 보는 것이 중요해 졌어요. MIDD 모델을 활용해서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해 용량을 결정할 수 있어요. 이는 MIDD를 활용해 약물을 안전하게 쓰면서도 쓸데 없는 자원 낭비를 할 수 있는 것이죠.”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는 MIDD 모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글로벌 제약사는 FDA와 소통해 본 경험도 많고, 신약개발 역량이 축적돼 있으니 앞으로 MIDD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겁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MIDD는 신약허가를 위한 편법이 아닙니다. 현 단계에서는 임상시험을 모두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정도로 활용되는 겁니다.

가령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꼭 필요한 변수를 누락했을 때 MIDD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회사는 일단 MIDD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국내 업계가 사실상 3상까지 끌고 갈 여력이 현재로선 안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MIDD 모델을 활용하긴 아직까진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만약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벤처가 MIDD 모델을 활용하려면 CRO 등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 합니다. ”

-MIDD 모델을 이해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은요?

“MIDD 모델은 우리 몸 속에서 약물이 얼마나 머물고, 분비되는지 예측하는 것입니다. 결코 이 데이터를 통해 약의 유효성 가려낼 순 없습니다. 승인 과정에서 약리학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활용되는 자료로 MIDD가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약물이 인종 간 PK 차이가 2배 가량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신약 개발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2개가 있습니다. 두 인종 간 용량을 달리해서 코흐트 데이터를 토대로 임상을 진행하는 방법과 MIDD 모델을 활용해 인종간 적정 용량을 정할 수 있겠죠.”

-MIDD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이 정해져 있나요?

“정해진 통계 소프트웨어는 없습니다. 통계분석 프로그램 R 등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쓰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FDA가 특정 소프트웨어를 추천할 수는 없습니다.”

-식약처가 MIDD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 식약처의 자원과 내부 구성원으로 MIDD 모델을 활용하긴 무리입니다. 만약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MIDD 모델을 도입하고 싶다면, 직접 FDA에 가서 배워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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