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련 교수 "10년간 8만여건 수집...빅데이터 활용 중요"

한국병원약사회 춘계학술대회서 주제발표

"약물 부작용의 미래는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

서울대병원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 강혜련 교수는 22일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병원약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날 '약물 감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지난 10년간 서울대병원 약물유해반응감시센가 수행한 ADR 관리 · 중재 현황과 노하우를 총정리한 내용이었다.

강 교수에 따르면 ADR(Adverse Drug Reaction, 약물 이상반응)은 정상 투여한 의약품에서 발생한 의도하지 않은 유해 반응이다. 자발적으로 보고된 이상사례 중 의약품과 인과관계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 ADR로 간주된다.

서울대병원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 강혜련 교수
서울대병원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 강혜련 교수

누적된 10년치 부작용 보고자료 8만1893건

200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정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약물부작용감시센터는 현재 전국에 27개소가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의사 4명, 약사 2명, 간호사 1명 등으로 구성된 약물유해반응관리센터(이하 DSMC)가 2009년 진료부원장 직속으로 설립됐다. 

DSMC는 원내 자발 보고 평가 · 회신, 교육 · 홍보 및 상담 활동, 집중 모니터링, 수집된 유해사례 관리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다.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역할도 겸해 인근지역 병원 약물 감시체계 구축에 자문과 협력업무도 맡는다.  

병동 내 주치의 · 간호사 · 약사가 부작용 등을 신고하면, DSMC에서는 일차적인 평가 · 피드백을 진행한다. 중등도 이상 사례에 대해서는 재확인해 회신하며, 부작용 중 재발 위험이 높은 약물 알러지는 전자의무기록 경보(EMR Alert)와 함께 안전 카드를 발급한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10년간 총 8만 1893건의 자발 신고 자료를 수집했다. 이 중 원내 자료만 6만 6621건에 이른다. 부작용 신고 건수는 DSMC를 설립한 2009년 1019건에서 2010년 5895건, 2012년 9094건, 2016년 1만 57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신고자는 간호사가 72%로 가장 많고, 약사 15%, 의사 11% 순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항암치료를 많이 하기 때문에 특성상 자주 신고되는 약이 항암제와 항생제이다. 항결핵치료제도 부작용이 많아 상위권을 차지한다. 중증 반응 중 굉장히 드물다고 알려진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와 스티븐존슨(SJS)도 10년간 각 448건 · 84건 접수돼 이에 대한 추가 분석을 실시했다"고 했다. 

부작용 집계와 아울러 DSMC는 신고하기 애매한 사례를 각 과에서 접수해 조사 후 자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아청소년과가 제약회사를 변경했는데 환자에게 발열 건수가 증가했다면, 바뀐 시점과 바뀐 약의 투여 시점을 조사해 인과관계를 확인한다. 항바이러스 제제 아시크로버(Acyclovir)의 경우 정맥 주사로 빠르게 투여하면 급성신부전이 유발될 수 있는데, 이때 EMR을 통해 처방 시 주의 사항과 적절한 수액 공급 방법을 안내한다. 

원내외 활발한 소통...부작용 신고 인식 전환에 도움

DSMC는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암병원감시단회의, 독성약물감시단, 조영제 월례회의, 어린이병원감시단회의, 증례평가회 등 여러 정기 모임을 진행한다. 또 중증피부유해반응(SCAR, Severe Cutaneous Adverse Reaction) 연구자 모임, 약제부 간담회, 전산 ADR 개선 회의, 의사 간담회, 3개 병원 약제부 간담회, 융복합 ADR 집담회도 있다.

이 외 원내 근무자를 위한 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온라인 교육도 담당한다. 서울대병원 사이버 연수원에 접속하면 누구나 온라인 교육에 접근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를 통해 홍보물 제작 등 여러 대외홍보를 하고 있다. 홍보물의 경우 '약물유해반응 신고는 필요하고, 반드시 신고해야 하며, 나도 신고할 수 있다'는 인식을 퍼트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며, "지역 의사회 · 병원회 방문해 관련 간판을 걸어두는 식으로 지역 사회와 소통도 한다"고 했다.

조영제 부작용의 경우 진료과 · 영상의학과 · 알레르기내과 연계 시스템을 마련해 중증도에 따른 접근을 시도한 결과, 2012년 이후 재발 건수가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아울러 조영제 과민반응과 관련한 15건의 SCI 논문 발표로 2017년 조영제 국제 가이드라인을 변경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강 교수는 "들어오는 신고만 처리하는 건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현재는 부작용 문제가 발생한 환자가 연락할 곳이 너무 없다. 병원 대표번호는 통화량이 너무 많아 어렵다. 접속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약물 부작용을 겪는 환자들은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고민에 착안해 서울대병원은 2017년 약물유해반응 전문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연간 상담 건수는 지난해 기준 2634건에 이른다. 주요 내용은 전화와 방문 환자 약물 부작용 상담, 복약상담 및 지도, 약물안전카드 발급, 약물 부작용 신속 대응 등 전문상담서비스, 원내 · 외 약물 부작용 정보 제공 등이 있다.

"약물 부작용 자료 빅데이터 연구 진행해야"

미국 FDA에서는 약물 감시체계인 '센티넬 이니셔티브(Sentinel Initiative)'를 마련해 EMR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제적인 약물 감시를 진행하고 있다. 원자료는 각 기관이 보유하며, FDA는 필요한 알짜 정보만 취합하는 형태다.

우리나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협조로 능동적인 약물감시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EMR 기반의 능동적 약물유해반응 감시를 위한 다기관 표준데이터모델(CDM)을 개발하고, 다기관 약물감시 네트워크(K-CDM network)를 구축했다.

강 교수는 약물 부작용의 미래가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많은 신고가 들어와도 얼마나 심각한지 알기 힘들다. 이 때 데이터가 쌓이면 해결할 수 있다. 환자안전에 대한 니즈와 빅데이터가 결합해 약물 감시가 활성화되도록 관련 전문가가 모여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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