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가장 큰 적은 내부...효능효과 정보노출 단속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신약, 그 중에서도 혁신 신약이라 생각한다. 혁신신약은 전에 없던 새로운 물질의 새로운 의약용도를 개발한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미 알려진 물질이지만 기존 적응증이 아닌 새로운 적응증에 약리효과를 밝힌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전자는 지난 칼럼에서 다루었던 <물질발명>으로 권리화 가능하다. 반면, 후자는 이미 시판된 물질의 적응증을 확장하는 케이스나, 개발이 실패한 물질을 다른 적응증으로 개발을 시도하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을 떠올릴 수 있겠다.

<적응증 확장> 또는 <신약 재창출>로 시장에 이름을 떨친 약물들을 찾아보면 그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협십증 치료제로 개발되다 우연히 발견된 부작용을 통하여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된 비아그라(실데나필)는 신약 재창출의 대표적인 케이스라 하겠다. 한편, 전립선비대증 치료제(프로스카) 외에 탈모치료제(프로페시아)로도 개발을 성공한 피나스테리드는 누구나 아는 적응증 확장의 케이스이다.

최근 알츠하이머의 치료 효과 또는 예방 효과의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논란거리인지는 차치하고) 엔브렐(에타너셉트) 역시 적응증 확장 내지 신약 재창출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던 케이스이다.

위와 같은 적응증 확장 또는 신약 재창출은 공지된 물질의 새로운 적응증 발견에 불과하다고 하여 폄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전에 알려진 사실로부터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의약용도를 발견한 점에서 특허로서 보호할 가치가 매우 높다. 다만, 특허 면에서 적응증 확장 또는 신약 재창출을 굳이 분류할 실익은 없으며, 모두 묶어 <의약용도발명>이라는 이름으로 권리화시킬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의약용도발명에 대하여 실무상 문제되는 논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의약용도발명은 명세서 기재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지난 칼럼에서 살핀 바와 같이, 물질발명은 해당 물질의 유용성에 대하여 기재하면 충분하고 각 물질들마다 약리효과가 있음을 일일이 확인한 데이터를 기재할 것까지 요구받지 않는다.

그러나, 의약용도발명은 공지된 물질의 새로운 의약용도에 대한 발명으로서, 그 의약용도에 대한 약리효과가 있는지 여부 자체가 발명의 완성요건이다. 때문에, 이러한 의약용도발명의 본질상 약리효과를 확인하였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하며 그 효과를 확인한 실험데이터를 출원시부터 명세서에 기재할 것을 요구받는다. 약리효과에 대한 실험데이터 기재를 요구받는 것은 병용투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약리기전의 약물들 간이라도 병용투여시 약리효과가 나타날지 여부는 실험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병용투여의 약리효과에 대한 실험데이터를 기재해야 한다.

판례의 법리상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져 있다면 이러한 실험데이터 기재를 면제받을 수 있는데, 만약 특정 적응증에 대한 약리기전이 밝혀져 있었다면 약리효과가 용이하게 예측된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진보성이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약리기전이 밝혀져 있다는 점에 기대어 실험데이터를 기재하지 않을 생각을 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또한, 의약용도발명도 물질발명처럼 유효성분을 마쿠쉬 형식으로 기재하여 권리범위를 넓게 가져가고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약리효과를 확인하지 않는 화합물은 약리효과에 대한 실험데이터 미비로 결국 명세서 기재요건 위반에 해당하므로, 넓은 범위로 권리화를 원한다면 원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실험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의약용도발명에 있어서, 이처럼 실험데이터의 명세서 기재를 강조하는 이유는 물질발명과 달리 출원 이후에는 이를 보완할 기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출원 당시 실험데이터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해당 범위는 미완성 발명으로 취급되고 이를 추후에 보완하려는 시도는 미완성 발명을 완성하려는 것으로 보아 허용되지 않는 것이 확립된 법리이다. 따라서, 의약용도발명을 출원하고자 한다면 출원시부터 약리효과에 대한 실험데이터를 구비하고 실험대상과 실험데이터가 잘 매칭되도록 꼼꼼하게 명세서를 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약용도발명의 바람직한 출원 시점은?"

의약용도발명에 대한 실험데이터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임상시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품개발 정도가 무르익어야 하고 IND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심사실무상 in vitro 또는 in vivo 데이터의 기재를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in vitro 데이터, in vivo 데이터 또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각각 얻었을 시점 중 언제 출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국내 대학교 또는 공공연의 의약용도발명(대부분 Drug repositioning)은 사업화의 주체가 아니면서 라이센싱 아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어쩔 수 없이 in vitro 또는 in vivo 결과를 바탕으로 출원한다. 다만, 이러한 초기 데이터로부터 임상 성공 확률을 예단하기 어려우므로 그 결과가 아주 promising 하지 않다면 기술이전 시장에서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한편, 직접 사업화를 준비하는 제약회사라면 의약용도발명의 내용에 따라 출원 전략을 다변화할 수 있다.

글리벡
글리벡

예컨대,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인 글리벡의 새로운 의약용도인 위장관 기질종양(GIST) 케이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후502 판결)에서, 공동출원인인 노바티스 또는 다나-파버 암센터는 임상시험 결과가 훌륭한지를 확인한 이후에 출원하였다. 그런데, GIST에 대한 의약용도발명 출원 전에 “임상 초기 결과가 매우 흥미로워 보인다(very exciting)”라는 기재가 있는 리뷰 논문 발표가 있었고, 이로 인하여 해당 GIST 의약용도발명은 진보성 결여를 이유로 무효가 되어 버렸다. 위 사례를 참고해 볼 때, 특정 화합물의 적응증 확장의 경우라면 굳이 임상시험 결과까지 기다리지 않고 in vitro 또는 in vivo 결과를 바탕으로 출원하는 것이 보다 안전해 보인다.

한편, 엔테카비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5. 5. 21. 선고 2014후768 판결) 이후 투여용법 또는 투여용량이 구성요소로 인정되었다. 또한, 리바스티그민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후2702 판결)에 따르면 용법용량에 의한 이질적 효과 또는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를 입증하면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의약용도발명 중에서 용법용량을 특징으로 하는 발명의 출원시점이 문제된다. 그런데, 이러한 용법용량은 임상시험, 특히 임상 2상에서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초로 출원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해당 용법용량에서 유효성을 확인한 시점, 즉 primary end point 직후에 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언론에 공개하기 직전에 어떻게든 출원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특허 실무자가 고려할 점

의약용도발명은 물질발명보다 명세서 기재요건이 무척 까다로우며, 특히 국내 실무가 다른 나라보다 더욱 까다롭다. 따라서, 의약용도발명에서 권리화하고자 하는 범위가 명확하다면 그 범위에 대하여 실험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며, 이 점을 발명자에게 잘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입증되지 않는 범위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또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제약회사에서는 Life Cycle Management의 일환으로 의약용도발명을 많이 고려하는데, 의약용도발명 등록의 가장 큰 적은 회사 내부에 있을 때가 예상외로 많다. 기대했던 또는 기대 이상의 약리효과가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미리 잘 짜여진 특허출원 전략을 바탕으로 출원한 이후에 기대감이나 흥분을 표출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글리벡 GIST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을 점은, 의약용도발명의 디테일한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약리효과에 대한 힌트를 주는 내용이 공개되어 버리면 그 발명의 가치를 떠나서 무효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의약용도발명의 완성 시점에서 출원 전 내부 입단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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