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학계·정부가 말하는 신약개발 애로사항

[종합] 국회, 글로벌 제약산업의 위기와 대응 토론

"오픈이노베이션은 네트워크가 아니라 (신약개발 등) 실체가 있어야 한다. 모두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문제는 인식하고 있으나 아직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모르고 있다.”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은 오제세(더불어민주당) 의원과 KAIST 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센터 주최로 17일 국회본관 귀빈식당 별실 3호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산업의 위기와 대응,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책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제약산업의 위기와 대응,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책포럼이 오제세(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7일 국회본관 귀빈식당 별실 3호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단 사업개발본부장과 이승호 데일리 파트너스 대표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어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이영미 한미약품 상무 등이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히트뉴스는 신약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의 주체인 ▲글로벌제약사 ▲국내 제약·바이오회사 ▲학계가 생각하는 현 상황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의 애로사항을 전한다.

▶글로벌 빅파마 제안서에 한국 안 보여=민지영 GSK 백신산업부 이사는 “GSK에서 근무하는 2년 동안 한국 제약·바이오회사에서 들어오는 어떤 제안서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 이사는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 신약개발과 관련해 뒤쳐졌다고 평가받는 베트남, 캄보디아에서도 (GSK에) 많은 횟수로 제안(proposal)을 한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사업화까지 이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킹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신약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생태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한국의 연구개발(R&D) 생태계가 결코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뒤쳐지는 수준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빅파마에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제안하지 못 하는 이유는 기초과학 연구가 정확한 가치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호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기술정보과 사무관은 “앞으로 기초과학 연구에서 성과가 좋지 못한 과제에 대해선 출구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 정부과제에 한해서도 중간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 이른 시기에 과제를 포기하고 더 생산성이 높은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국내제약사-바이오벤처 실질적으로 소통해야=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빅파마와 라이선스 계약 체결 경험이 있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이 그들이 가진 오픈이노베이션 인프라를 바이오벤처와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형식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닌 실제로 라이선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했던 사례를 산업 전체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실제적으로 네트워킹 인프라가 부족한 바이오벤처들이 충분히 글로벌 시장을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약품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담팀을 맡고 있는 이영미 상무는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시장과 마케팅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상무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치를 최상에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라고 본다”며 “이를 위해 미충족 의료수요(unmet needs)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마케팅 여부도 한 템포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원빈 동아제약 상무는 연구자들도 너무 트렌드만 쫓는 연구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상무는 “실제로 우리가 제안을 받으면 혁신신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연구자 차원에서 10~20년 단위로 장기간 연구된 근본 기술 연구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도 이런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산업계도 기초과학 공부해야=김하일 카이스트 의과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산업계 모두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혁신신약(first-in-class)을 판단할 주체가 국내 산업계와 정부에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제로 초기단계의 혁신 신약물질을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제약사에 보여줬을 때,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큰 관심을 보였지만 국내 제약사는 논문에 이미 명시돼 있는 내용을 질문하는 수준 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연구를 완벽히 설명할 즈음 새로운 공무원들이 오는 것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또 기초과학과 응용연구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중개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초연구를 임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중개연구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과기부는 기초연구, 복지부는 응용연구를 강조하며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따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들 모두가 같이 논의될 수 있는 주체(중개연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탑다운 방식으로 (신약개발이 필요한 연구단부터) 연구자를 양성하고, 연구비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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