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협심증치료제 심경락캡슐(일반의약품) 일부에서 기준치를 넘는 납이 검출돼 사용중지 및 회수 조치됐다. 직접 원인인 수질(거머리)과 선퇴(매미껍질)를 공급한 미륭생약, 일양약품의 의뢰로 심경락을 제조한 경진제약 생산분 모두 이번 조치 대상이다. 의약품부작용을 관리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는 26일 심경락과 관련한 5건의 부작용 보고가 접수됐으나, 다행히 중대한 부작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철저하고 신속한 추가조사를 통해 사건의 본말을 명명백백히 가려내야 생약(한방)제품 전체의 품질문제로 사건이 비화하지 않을 것이다. 일양약품은 통심락을 중국에서 수입 판매하다 공급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국내제조로 전환, 심경락을 통심락의 대체제품으로 발매했다. 소비자들이 미륭생약이나 경진제약을 보고 통심락의 대체품인 심경락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70년 넘는 역사에 혁신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일양약품이라면 법적책임의 한계를 떠나 제조의뢰자로서 위탁처 관리에 대한 스스로 책임부터 엄격히 물어야 한다.

식약처는 미륭생약의 수질, 선퇴가 중국 수입원료인지 먼저 확인하고 결과가 그렇다면 통심락까지 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 연간 20억원 이상 팔려나간 인기 제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완제수입품이라는 점만으로 조사범위에서 배제되는 것은 누구도 수긍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식약처 조사결과가 신뢰받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차제에 제도의 미비점도 살펴봐야 한다. 통심락이나 심경락처럼 주원료가 동물유래 성분인 경우 납을 포함한 중금속에 대한 검사항목이 아예 없다. 제도미비가 불러온 안전문제인지, 업체에만 전적인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생약(한약)의 재배, 수집, 수취 과정에서 품질관리의 허점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식약처 내부에서도 심경락 사건이 생약(한약) 원료 품질관리 문제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소나기는 피하자는 식으로 안일하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제약산업계에겐 악몽같았던 과거가 있다. 2006년 제네릭의약품 품질에 대한 극심한 불신을 초래했던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데이터 조작사건이 터졌다. 그러나 이 보다 1년 앞서 한 제약회사가 대조약으로만 실험한 생동시험 데이터를 실험약 데이터인 것처럼 속인 조작사건이 적발됐었다. 생동통과 품목 실적달성에 집착했던 식약처는 이 업체 문제로 한정해 당시 행정처분만 결정했다. 생동시험 문제를 1년 앞서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멍청한 대처였다. 이 같은 행정결정은 1년 뒤 제약산업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돌아왔고 지금도 다 치유되지 않았다.

마침 국회도 이번 생약(한약) 원료의 품질 관리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식약처는 심경락 사건에 대한 과감하고 철저한 조사와 미비한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생약 선진화를 달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조화회의(ICH) 정회원국이자 관리위원회에 선출돼 국제의약품규제정책을 주도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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