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거액 퇴직위로금은 무엇으로 돌아올까

제약영업에서 리베이트 규모나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건 확실한 사실입니다. 예산이 없어서도 못쓰고, 쓸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도 못쓰는게 현실입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제3의 루트나, 그냥 과감한 방법을 통해 리베이트를 하는 제약회사들이 없는건 아닙니다. 그런 업체와 사례를 감안하더라도 과거에 비한다면 말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상흔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모 제약회사의 경우 골치(?) 아픈 직원을 퇴사시키기 위해 4~5억을 들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골치아프다는 표현은 물론 사(社)측을 기준으로 한 말이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멀쩡한 직장을 잃어야 하는 상황이니 거액을 받았다하더라도 억울한 심정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4~5억을 지급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겁니다. 회사는 왜 직원 하나를 퇴사시키기 위해 거액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느냐는데 있습니다. 평범한 임직원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돈을 퇴직위로금으로 건넴으로써 회사는 위기관리에 성공했다고 자위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위기관리의 성과일지 따져보기나 했을까요.

이런 말들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것 같지만 슬금슬금 꼬리를 물로 사내에 퍼지기 마련입니다. 왜 그럴까요? 기준이나 설득력이 없는 의사결정이 못마땅하지만 대놓고 말할 수 없으니 대숲을 찾아 “임금님 귀”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흘립니다. 순응하며 직장에 다니는게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배가 아프기도 한게 인지상정 아닐까요? 이런 분위기가 사내에 퍼지면 수세에 몰린 직원들은 ‘더 쎈’ 자료를 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다른 무용담(?)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누구는 얼마 받고 나갔다더라...” 하는.

이런 사례는 심심찮게 들립니다. 작년에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중견업체의 경우 퇴직직원의 제보가 수사의 발단이라고 합니다.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수사결과 발표가 나오면 알게 되겠지만, 리베이트를 급여에 얹어 지급하는 방식을 썼는데 이에따른 세부담 등을 회사측이 제때 해결하지 못한데 따른 불만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이 회사의 평균연봉은 6000만원에 육박하는데 매출순위에 걸맞지 않게 업계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어림짐작으로도 돌아다니는 소문이 그럴 듯해 보입니다.

현재도 재판이 진행중인 모 업체 리베이트 사건이 “쎈 자료”를 쥐고 거액보상을 요구한 회사 직원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입장에서 거액을 주고라도 불씨를 꺼보려는 회사측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우리 사회가 강하게 요구하고 제약회사들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면, “한 번쯤 쎄게 아픈” 결단의 길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보다 “임금님 귀” 이야기를 들은 평범한 임직원들의 허탈감이 회사발전에 어떤 장애물이 될런지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경영에서 일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일탈을 당연시하는 문화는 반드시 떨쳐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탈이 더 큰 일탈과 손실을 불러올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건넨 4~5억이 무엇으로 돌아올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을까요? 오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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