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스케어 "더는 발사르탄으로 제네릭 품질 언급 말아야"
심평원 약제정책연구부 변지혜 부연구위원 발제

[종합]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학술대회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 방안' 세션

"우리나라 제네릭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

이와 관련, 정부 측과 학계, 시민단체는 대체로 수긍했다. 산업계는 약간의 항변을 토했다. 그러나 제네릭 의약품 약가 개선을 위한 법 · 제도 개입의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 변지혜 부연구위원은 14일 서울대 약대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 학술대회 두 번째 세션에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 방안'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어지는 토론에는 CJ헬스케어 김기호 상무,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 HnL법률사무소 박성민 변호사, 경상대 약대 배은영 교수, 보건복지부 송영진 사무관,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 등 사회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국내 제네릭 의약품 제도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 학술대회가 14일 서울대 약대에서 개최됐다.?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 학술대회가 14일 서울대 약대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7월 발사르탄 사태로 제네릭 약가 제도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심평원 약제정책연구부에서는 제도의 문제와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원료의약품 등록 후 사후관리가 미흡한 점, 비교용출 시험으로 주성분 원료를 변경할 수 있는 점, 공동 생동 업체 수 규제 제한 폐지로 품목 수가 무분별하게 증가한 점, 청구 실적 없이도 품목 허가 유지가 가능한 점, 제조설비 없이 제약사 운영이 가능한 점 등이 제네릭 품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 제조소에서 생산된 제네릭의 경우 성분과 제제가 모두 동일했으나 약가는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자발적 약가 인하를 위한 동일 제제 동일 약가 제도가 2012년 도입됐지만, 기대와는 달리 53.55%의 기준 가격으로 수렴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변 부연구위원은 "일괄적으로 약가를 인하했을 때 일부 제약사는 계열사를 설립해 새 품목으로 신규 등재해 높은 약가를 받았다"면서, "제도 취지와 달리 시장은 왜곡됐고, (발사르탄 등) 문제가 동시다발로 터지면서 제네릭에 잘못된 인식이 심어졌다"고 했다.

인터엠디가 지난해 의사 260명 대상으로 실시한 '발암물질 함유 발사르탄 이슈 관련 실태 및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60%가 제네릭 제제보다는 오리지널 약제를 처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변 부연구위원은 "이 상황에서는 멀쩡한 제네릭까지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제약사는 생동시험에 대한 푸념보다는 제네릭이 국민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네릭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품질 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CJ헬스케어 김기호 상무는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제약사를 전체 제약사로 매도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김 상무는 "발사르탄 사태가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과 직결되는 의문점이 있다. 발사르탄 사태를 제네릭 품질과 계속해서 연계하는 건 산업계에 분명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더 이상 발사르탄 사태로 제네릭 품질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제네릭 약가 정책을 개선한다면 국민의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제네릭 품질 이슈나 낮은 재정 절감 기여도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제약산업을 악의적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간 국내 제약산업이 국민건강에 기여한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도 가혹한 처사다"라고 토로했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반복되는 제네릭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집행 능력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선택 · 집중할 시기다. 연구 개발을 안 해도 좋다. 제네릭이어도 고품질의 의약품을 잘 만드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를 세계적인 회사로 못 키울 이유가 없다"면서, "시장은 살아 있으므로, 결국 경쟁에 의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살아남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53.55% 기준 가격 이하로 진입하는 회사에 일차적인 처방권을 부여하는 인센티브 방식을 제안했다. 40%대 수준으로 진입하는 회사의 제품을 의사가 우선 처방하고, 다른 약은 처방하지 못하게 하는 식이다. 

김 교수는 "40%대 수준의 제품이 무조건 처방되도록 하면 다른 회사들도 40%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할 것이다. 이 방안은 현 제도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저가로 진입하는 회사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일관된 정책을 얼마만큼 집행할지에 대한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경상대 약대 배은영 교수도 반복되는 문제와 관련해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배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연구과제를 수행한 결과, 우리나라 제네릭 의약품 가격이 높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 또, 국내 제네릭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데이터를 살펴보면, 비싼 약이 오히려 더 많이 팔린다. 시장에서는 사실 말이 안 되는 구조다. 이는 구조적 또는 정책적 문제일 수 있다. 즉, 정부 정책이 가격 경쟁을 가로막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품질 관리가 잘 된다는 전제 하에 저렴한 제네릭일수록 더 많이 판매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북유럽 국가처럼 최저가 제네릭을 일차적으로 처방하게 하면, 저렴할 수록 많이 팔리는 구조가 형성돼 시장 경쟁 상황을 복원할 수 있다"고 했다. 

HnL법률사무소 박성민 변호사는 가치 있는 제네릭을 제조 · 판매하는 제약사가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더 가치 있는 제네릭이 더 많이 사용되는 구조는 시장에 방임하면 형성될 수 없다. 법과 제도의 개입이 필요하다"면서, "제네릭 의약품 시장의 경쟁이 의사 · 약사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방향보다는 환자 후생을 증가시키는 방향, 환자를 대신해 품질이 우수하고 저렴한 의약품을 구매하려는 보험자와 보건 당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러한 구조에서는 보다 가치 있는 제네릭을 제조 · 판매하는 제약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고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면서, "그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제네릭 제약사가 등장하는 등 산업 발전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에게 제네릭 개념을 인지시켜 매일 복용하는 약을 성분명을 통해 처방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제약사 경쟁률을 높이고 재정 절감을 도모하는 공론화된 토의도 제안했다. 

안 대표는 "제네릭 의약품은 효능 · 부작용과 관련해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의사 처방 시 환자가 '제네릭 약의 품질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지금 구조는 제약사가 노력하지 않아도 보상되는 수준이다.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내릴 유인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며, "사후관리 측면도 부족하다. 제네릭이든 오리지널이든 사후관리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 수준의 약가 정보나 올바른 의약품 정보도 함께 가야 한다. 국민은 모르니까 주는 대로 먹는 존재가 아니다. 본인 의사에 따라 본인이 사용할 의약품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학계가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송영진 사무관은 "오리지널과 품질이 동등하면서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 제네릭"이라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방향 전환을 위해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12년도에 53.55% 기준가격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품질 · 가격 경쟁이 이뤄지면서 더 낮은 가격의 제네릭이 시장에 침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게 정책 실패라면 그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제네릭 활성 방안 마련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해 쉽지 않다고 했다. 사무관은 "쉽지 않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더디지만 지적들을 머릿속에 새기며 정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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