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변지혜 "국내 제네릭, 선택과 집중 필요"

심평원 변지혜 부연구위
심평원 변지혜 부연구위

"생동시험에 대한 푸념보다 정부가 귀 기울일만한 근거 기반의 주장을 펼쳐달라"

14일 서울대 약대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 학술대회에서 '국내 제네릭 현황과 약가제도 변화' 주제로 발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약제정책연구부 변지혜 부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지난해 7월 발생한 발사르탄(Valsartan) 사태로 제네릭 허가 · 품질 문제가 크게 대두했다. 발암물질 함유로 인해 판매 중지된 발사르탄 품목은 총 175개로, 정부는 지나치게 많은 등재 품목 수 증가로 소비자 혼란 가중과 행정 부담이 발생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변 연구위원은 "원료의약품 등록 이후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기 때문에 주로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한다. 이는 전 세계 동일한 고민으로, FDA · EMA 또한 해외 원료에 대한 품질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제조소 대상 GMP 실사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약품 동등성시험기준상 품목신고를 위해 시행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으로 품목 허가를 획득한 후 비교용출 시험으로 주성분 원료를 변경할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기준에 의거, 기업은 좋은 원료로 허가를 획득한 후 저렴한 원료를 찾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다. 

아울러 공동 생동 업체 수 규제 제한이 2011년 11월 폐지되면서 여러 기업이 한 개의 생동시험에 참여해 제네릭 품목 수가 무분별하게 증가했다, 만일 20개 기업이 한 개의 생동 시험을 1억 원에 진행한다면 '1억 원/20개'로 비용 부담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변 부연구위원은 "판매되지 않는 품목도 현재는 허가가 유지되므로 의약품 품목 갱신제도의 품목 수 감소는 미미하다"면서, "공장이 없는데도 제약기업 운영이 가능해 제약사 주요 업무는 외주화되고 있다. 이 상태에서 과연 제약사의 신약개발 인프라가 잘 유지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심평원 의약품유통정보센터가 보유한 2017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동일 제조소에서 생산되는 동일 성분 · 동일 제제의 제네릭의 약가가 최고 100원부터 최저 8.9원까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 부연구위원은 "제네릭의 가치는 (오리지널과 동등한 품질과) 저렴한 약가로 많은 사람이 쉽게 약을 복용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대한 제네릭 품목의 자발적 약가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고, 제약사는 오히려 53.55% 기준으로 약가를 올릴 방법을 고민했다"고 했다.

계단식 약가 제도가 폐지되면서 후발 제네릭 의약품도 등재 순서와 관계없이 동일 약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후발의 경우 선발 등재 품목보다 시장 점유율이 낮고 미청구 품목도 다수이다. 

변 부연구위원은 "일괄적으로 약가를 인하했을 때 일부 제약사는 계열사를 설립해 계열사의 새품목으로 신규 등재해 높은 약가를 받았다. 당장 돈이 되고 투자비도 안 들기 때문"이라면서, "제도 취지와 달리 시장은 왜곡됐고, 문제가 동시다발로 터지면서 제네릭에 잘못된 인식이 심어졌다"고 했다.

2018년 심평원 약가제도개선팀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09~12년은 연구개발비가 24.60% 증가한 반면, 13~17년은 제조원가 · 재료비 상승에 비해 두드러지게 감소한 9.68%의 증가율이 나타났다. 

변 부연구위원은 "발사르탄 사태 이후 60%의 의사가 제네릭 제제보다는 오리지널 약제를 처방하겠다고 답했다. 이 상황에서는 멀쩡한 제네릭까지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내 제네릭 약가는 OECD 4위다. 약품비는 OECD 3위인데 제네릭 사용량은 16위이다. 이는 제네릭 사용량이 높아서 약품비가 높은 게 아니라는 의미"라면서, "국내 제네릭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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