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기저질환 등을 고려한 '차등보상' 제도 도입 고려해야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제도가 보편적인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성격의 추가부담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제약업계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4일 서울대 약대에서 열린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 학술대회에서는 시행 5년차를 맞이한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 학술대회가 14일 서울대 약대 143동에서 개최됐다.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전기 학술대회가 14일 서울대 약대 143동에서 개최됐다.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는 의약품을 정상 사용했어도 부작용으로 사망 · 장애 · 질병 피해를 당한 환자에게 사망보상금과 장례비, 장애보상금, 진료비를 제약사가 납부한 재원으로 지급하는 사회보상 제도이다. 

동 제도는 14년 사망, 16년 장애 · 장례, 17년 급여 진료비 등 보상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됐으며, 올해 3월 관련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비급여 진료비도 6월 중으로 보상 범위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날 첫 세션의 발제자로 나선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본부 피해구제조사팀 최문진 과장은 국내 제도 운영 현황을 소개했다. 

제도 시행일인 2014년 12월 19일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총 350건이 접수됐으며 진료비가 193건(55.1%)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별 · 연령대로 살펴보면, 남성(59.5%)이 여성보다 다소 많고, 60대(56명)가 가장 많은 보상을 받았다. 전체 지급률은 78.9%로, 심의 완료 297건 중 220건이 지급됐다.

보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부작용은 중증피부이상반응으로, 전체 부작용의 65.6%를 차지했다. 의약품별로 보면, 항경련제, 항생제, 류마티스치료제 등이 다수를 차지했고, 국가예방접종이 아닌 백신까지도 보상이 지급됐다. 

부담금 징수 및 지급 현황
부담금 징수 및 지급 현황

이어 발제에 나선 HnL법률사무소 박성민 변호사는 주요 법률적 쟁점인 비급여 진료비 보상, 차등지급 등 제도의 주요 법률적 쟁점을 요약 · 소개했다. 

비급여 진료비 보상 확대와 관련, 박 변호사는 "지급 범위를 비급여까지 확대하는 것은 타당한 결정"이라면서, "그러나 비급여 규모를 고려할 때 어떤 항목을 보상할지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고 했다.

차등 지급의 경우 건강한 30대 환자와 중증 · 고령 환자가 의약품 부작용 피해를 당해 각각 사망한 경우 동일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박 변호사는 "차등지급을 논의할 때 피해구제급여가 무엇에 대한 보상으로 구성돼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사망한 경우 생명 자체의 손해,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경제활동으로 얻을 수 있었던 소득을 상실하는 손해, 정신적 손해, 유족의 경제적 어려움 등에 대한 보상은 법적 · 경제적 성격이 다르며, 차등 지급 시에도 차등 근거나 비율 설정이 다르다."고 했다. 

이어 "피해구제급여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법적 · 경제적 분석이 전제돼야 하지만, 부작용 피해구제급여 실무에서 행정적으로 원활하게 효율적으로 적용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패널토의에서는 의 · 약사와 제약사, 정부 의견이 제시됐다. 

보라매병원 알레르기내과 양민석 교수는 비급여 지원이 없으면 도와주는 흉내만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의사로서 판단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약물 부작용이다. 약물 부작용의 가장 정확한 진단은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회복해 동일한 약을 먹어 똑같은 부작용이 발생해야만 가능하다."며, "환자 사망 시 검사가 불가능한 부분도 있어 향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엄승인 상무는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제약사 입장을 호소했다. 엄 상무는 "국회에서 기금을 왜 안 쓰냐고 지적하는데 (기금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많이 걷었다. 사실 약물 부작용 기금은 철저한 인과 관계를 밝혀서 많이 안 쓰는 게 맞다."며, "비급여로 범위가 확대되므로 이제는 더 많은 피해금액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의 합리적 · 효율적 운영으로 치료가 필수적인지 중증도에 많이 사용됐는지 심의를 철저히 해달라"고 했다.

추가부담금 폐지가 어려우면 최소한 개선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엄 상무는 "약이 원인이라고 추정되지만,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복용한 사실로 돈을 25% 내야 한다는 건 징벌적으로 비칠 수 있다. 돈에 대한 부담으로 저가 필수약 공급 중단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허가 외 사용 의약품 문제의 신중한 접근과 '깜깜이' 상태인 정보 제공도 요청했다. 반면, 일반인 대상 정보 공개 확대는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엄 상무는 "사망 부작용이 다빈도로 발생하는 약물의 경우 해당 약물에 대한 추가 역학조사 혹은 해당 환자가 왜 그렇게 됐는지 연구하여 환자에게 약물이 안 가게 하는 식의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정형진 상무는 비급여 진료비 지원 확대 찬성, 징벌적 성격의 추가부담금 폐지 요구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명칭 변경도 주장했다. '피해구제'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고려해 '의약품 부작용 구제 제도'로 변경하고, 부담금을 기여금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흔한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의약품 약리기전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을 정말 보상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며, "흔한 부작용을 보상에서 제외하는 대만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약사회 이모세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장은 "A약 사용 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고 B약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A약 처방이 나왔을 경우 B약이 있다고 약사가 의사에게 전달할 정보 전달 통로가 원활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부작용과 기금 손실을 낮출뿐 아니라 환자 · 국가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제도로 안착할 듯 싶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유빈 사무관은 "올해 중점 사안은 피해구제제도 개선, 차등 지급, 추가부담금 폐지 등으로, 식약처 내부에서 이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비급여 진료비 보상의 경우 법령 개정에 따라 이번 달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