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와 공익재단이 만든 또하나의 '이음'

김유동(왼쪽) 매니저와 박소진 차장
김유동(왼쪽) 매니저와 박소진 차장

'이음'이라는 두 음절의 말은 많은 감흥을 준다. 지식백과를 보면 '이음'은 기계류, 가구 등을 결합시키거나 접합시키는 부자재를 통칭한다.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세계를 '이어준다'는 점에서 최근 결혼중개업체나 도서관 등의 이름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 단어가 제약회사 사회공헌프로그램에도 등장해 울림을 더하고 있다. 바로 한국노바티스와 재단법인 '함께일하는재단'이 공동 기획한 환자사회복귀지원 프로그램 '이음'이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달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꿈이 있는 환자에게 희망과 일자리, 세상을 '이어준다'는 의미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공익재단을 파트너로 삼은 것도 주목할만하다.

단초는 환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20~30대 환우들은 누구보다 사회참여나 복귀에 대한 열망이 커요.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여서 좋은 직장을 고민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취업과정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거나 일하면서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우들을 많이 봤어요."

한국노바티스 박소진 대외협력팀 차장은 끔찍하게 무더웠던 한 여름의 어느날 문득, '이음'을 고민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사회는 질병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을까.

한해 7000~8000명의 청소년들이 질병치료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이들이 나중에 질병을 극복하고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제약이 많이 뒤따른다는 건 통계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가 생긴 사람들 중 28% 이상은 최저임금보다 못한 저임금에 노출되고 있는 게 또한 현실이다.

박 차장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잠깐의 연민으로 흘려보내지 않았다. 마침 사회공헌프로그램 담당자이기도 했던터라 회사에 '무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물음을 던졌다. 다행인 건 올해 취임한 젊은 본사 회장의 경영우선순위에 사회공헌에 더 힘을 쏟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회사 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음'이라는 작명도 회사 직원투표로 정했다.

박 차장은 알음알음 그림을 그리고 구조물을 구상해 갔다. 그렇게 이어진게 바로 '함께일하는재단'이었다. 이 재단은 IMF 때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실업을 당한 사람들을 돕고 남은 재원으로 고 김수환 추기경 등이 주축이 돼 설립한 민간공익재단이다. 기치는 '실업극복'. 현재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의 김유동 매니저는 "제안서를 들고 찾아왔을 때 진심어린 고민의 흔적을 봤어요. '진정성이 있구나'하는 걸 느꼈죠"라고 첫 대면 때 인상을 전했다. 회사와 재단, 정확히는 두 사람의 공조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목표는 하나였다. '질병을 이겨낸 환자들을 일터로 보내자.'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국내외에서 참고할만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재단도 노년층이나 취약계층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은 있지만 환자 프로그램은 낯설었다.

'이음'을 만드는 건 씨실과 날실을 끼우면서 하나하나, 새로운 걸 창출하는 작업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환우들 속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의료사회복지사, 심리상담 전문가 등으로부터 자문도 구했다. 그렇게 얻은 게 심리적인 자신감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과제였다.

김 매니저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능적인 지원도 좋지만 '사회가 당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신뢰를 형성하는 치유과정, 이런 심리적 지원과 응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죠. 우리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자신없음 등 환우 스스로가 심리적 싸움에서 자신의 벽을 무너뜨리는 게 먼저여야 하는거죠."

그렇게 만든게 프로그램 앞단의 집단심리상담, 개별심리상담, 집단진료 상담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비즈니스 엑셀실무, 재무회계 실무, 파워스피치 및 프리젠테이션 수료과정 등 실질적인 취업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으로 넘어간다.

프로그램 '이음'은 현재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처음 닻을 올린 사업인만큼 참여인원은 20명 수준으로 비교적 적게 잡았다. 한국노바티스가 후원하고 함께하지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재단 측이다.

김 매니저는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신 분들 모두 끝까지 교육을 이수하고 사회복귀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음'은 참가자 모집이 끝나면 곧 이어 3개월 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작은 항해를 떠난다. 박 차장의 바람은 하나다. "누구나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질병만큼이나 환우들을 힘들게 하는 사회적 소외, 이건 아프기 전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거나 어쩌면 외면하고 있는 건지 몰라요. 첫 단추를 꿰었지만 앞으로 '이음'이 더 활성화 돼 환우들 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의 관심이 되길 희망합니다."

(*프로그램 참가 희망자는 (재)함께일하는재단 홈페이지(http://hamkke.org)에서 참가신청서를 다운로드해 작성한 뒤 메일(wtjob@hamkke.org)로 접수하면 된다. 당초 지난 24일 마감계획이었지만, 모집 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암, 희귀난치성질환, 중증질환과 같은 질병으로 현재 치료 중이거나 과거에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만 18세 이상 ~ 만 40세 미만 환우라면 누구나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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