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DC법제학회 이어 약료학회·보건행정학회서도 의제로

복제의약품으로 불리는 '제네릭'이 올해 보건분야 주요학회 춘계학술대회 키워드로 부상했다.

품질이 의심스럽고 불법 리베이트의 매개물 정도로 취급됐던 제네릭이 주인공인 된 건 올해 초 발사르탄 사건 후속대책으로 나온 제네릭 약가차등제와 건강보험종합계획의 약품비 관리방안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라운드(5월31일 학술대회)에서 확인된 건 '답답함(시각차)' 그 자체였다.

프로그램부터 보자.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회장 홍송희 서울약대 교수)는 14일 서울대약대에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 주제 세션을 마련한다. 변지혜 심사평가원 연구위원이 '국내 제네릭 현황과 약가제도 변화'를 주제 발표하고, 김기호 씨제이헬스케어 상무, 김진현 서울대간호대 교수, 배은영 경상대약대 교수,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송영진 보건복지부 사무관 등이 지정토론한다. 좌장은 현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회장인 서동철 중대약대교수다.

배승진 학회 학술위원장은 "발사르탄 사건 후속대책으로 이슈가 된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 공유하고 제도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해당 세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5월31일 열린 KFDC법제학회에서도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점검했었다.
5월31일 열린 KFDC법제학회에서도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점검했었다.

한국보건행정학회(회장 정형선 연세대 교수)도 같은 날 오후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제약바이오산업' 세션을 마련했다. 학회 주최 행사지만 이 세션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병행 프로그램이다. 발표자는 이재현 성균관대약대 교수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종합계획의 약제비 관리방안'을 주제로 과거 약가조정제도 현황을 소개하고 평가한 뒤, 종합계획 약제비 관리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정리해 제시할 예정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약료학회와 행정학회의 토론은 교집합은 있지만 '결'이 다른 행사로 보인다.

우선 약료학회 세션은 사실 5월31일 열린 KFDC법제학회에서 1라운드를 이미 거쳤다. 당시 주제발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 현황(유희영 심사평가원 약제평가부장), 해외 제네릭 의약품 시장/정책동향(부지홍 이이큐비어 상무), 제네릭 약가규정의 법리적 쟁점(박정일 로고스 변호사), 제네릭 의약품 산업의 건정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박사인 제약협동조합 정보기획실장) 등 4개로 구성됐다.

이중 유희영 심사평가원 약제평가부장의 발표가 약료학회 발제자인 변지혜 심사평가원 연구위원의 발표내용과 거의 흡사할 것으로 보인다. 패널도 마찬가지다. 송영진 복지부 사무관은 같은 주제로 ㄸ 토론해야 할 상황이 됐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권익포럼 대신 소비자시민모임이, 제약계는 제약바이오협회 상근임원 대신 회원사 임원으로 대체됐을 뿐이지 역시 입장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확연히 다른 건 약료학회 세션에 학계 전문가 2명이 투입됐다는 부분이다.

KFDC법제학회 토론에서는 제약 vs 정부, 제약바이오협회 vs 제약협동조합 사이에서 의견이 확연히 갈렸다. 유희영 부장은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국내 제약산업 육성과 양질의 의약품 공급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지만, 제약계는 "약가를 낮추면 낮출수록 품질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측은 "보유한 150개 의약품 중 3개만 자체 생산 제품이고 나머지는 다 위탁이라면 이게 제약이냐 도매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소비자단체 측은 "20년간 생동불신 프레임을 못 깬 데 대해 제약계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재생동시험 전면 실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KFDC법제학회는 '분업 20년, 제네릭의약품 가치 평가'라는 별도 세션을 통해 제네릭을 '가치' 측면에서 조명하려고 의미있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 토론에서 "제네릭의 가치 평가는 그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제네릭의 품질과 생동성을 신뢰할 수 있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네릭사를 도산시키려 한다는 인식을 넘어 제네릭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만들어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기자가 이렇게 KFDC법제학회 세션을 비교적 상세히 언급하는 건 제네릭 약가제도(차등제 도입 등)를 두고 약료학회가 같은 수준의 토론만 반복되는 '말잔치'로 끝나지 않고, 1라운드 성격의 KFDC법제학회보다 한 걸음 진전된 고민과 논의가 이어지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종합계획 내 약품비 관리방안을 다루는 보건행정학회 세션은 전혀 다른 '결'이다. 건강보험종합계획에는 발사르탄 제네릭 약가제도를 포함해 해외약가와 비교한 약효군별 약가조정, RWD(리얼월드데이터)를 활용한 등재약 재평가 등이 반영돼 있다. 특히 제네릭 약가조정이 타깃이다. 이에 대해 이재현 교수는 발제에서 약품비 절감에만 무게를 둬 온 정부의 약가조정제도의 문제점을 해부하면서 이번 종합계획의 약품비 관리방안도 과거와 유사한 방식의 제도가 재현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할 예정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수 차례 거쳐 전체회의에서 심의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약품비 관리방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할 만한 수준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는 지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현 건정심에서 약가제도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건행정학회 세션은 첫 공개토론 성격을 띠고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더구나 학회 회장인 정형선 교수가 건정심 부위원장 겸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이날 토론은 이달 중 건강보험종합계획 연차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는 건정심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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