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숙 기자가 직접 체험하는 CSR| 한독 '기억다방'

"홍보실에게 특명이 떨어져 재작년부터 기획된 행사입니다. 아직 알츠하이머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잖아요. 우리 회사에서는 수버네이드, 테라큐민 등을 통해 기능성 식품을 이용해서라도 환자를 돕고 싶었죠. 여기에 '환자의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는 활동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게 '기억다방'이에요."

제약사 사회공헌(CSR) 프로그램과 약물은 톱니바퀴처럼 맞불려 있다. 항암제가 주력 제품인 글로벌 제약사들은 암환우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프로그램을 펼친다. 뇌전증 치료제를 가진 제약사는 뇌전증에 대한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한다. 다짜고짜 윤동민 한독 홍보실 차장에게 '수버네이드는 요즘 잘 팔리느냐'고 물었다. 윤 차장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렇게 답변했다.

사실 국내 제약사의 CSR 프로그램은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면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임직원이 하루 일정을 빼서 봉사활동하는 정도다. 달라진 게 있다면 봉사활동의 종류랄까. 이런 와중에 한독의 ‘기억다방’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이 운영하는 이동식 카페. 이 곳에선 간단한 규칙 하나가 있다. 주문한 것과 다르게 나오더라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 즉,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라떼가 나오는 행운이 따를 수 있다.

한독은 홍익대, 동국대, 숙명여대, 광화문, 반포 한강지구 밤도깨비 시장 등 5곳에서 기억다방 캠페인을 펼쳤다. 이번 캠페인은 특히 전 연령층에게 '치매' 질환 알리기에 앞장서기 위해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행사, OX퀴즈, 퍼즐 맞추기 등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진행됐다. 

비가 그치고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월요일(10일) 오후. 치매 혹은 알츠하이머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숙명여대 교정 '기억다방'을 찾았다. '기억다방'에서 커피나 차 따위를 마시기 위해선 알츠하이머에 대한 OX 퀴즈와 퍼즐 맞추기에 참여해야 한다. 이벤트에 참여한 뒤 스탬프를 받아 '기억다방' 바리스타에게 음료를 주문해야 받을 수 있다. '기억의 오로라'라는 예쁜 별칭만큼이나 바리스타는 환한 웃음으로 음료를 건넸다.

직접 OX퀴즈에 참여해 알츠하이머 질환에 대해 짧게나마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음료를 건내 받고 숙대 교정에서 윤 차장과 ‘기억다방’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기억다방' 행사와 비슷해 보여요. 그 때와 달라진게 있나요?

“작년엔 '기억다방' 트럭을 광역치매센터에 기증했어요. 25개 자치구에 있는 센터가 자율적으로 '기억다방' 트럭을 운영할 수 있게 됐죠. 우리는 일년에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가고 있어요. 매년 3000만원의 운영비를 지급해 재료비와 어르신들의 일당을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올해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에게 ‘치매’ 질환을 알리고 싶었어요. 아직까지 치매는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고, 연령이 높아지면 걸릴 확률도 높잖아요. OX퀴즈를 통해 아셨겠지만 국내 경증 인지장애 환자는 제주도민보다 많아요. 치매를 가진 분들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어요.”

-대학생들은 아직 치매에 관심이 없을 것 같은데요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기우였어요. 오히려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한 학생들도 많았어요. 우리 기획 행사 중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기억다방'을 다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오히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기억다방'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가 겁이 날 정도 였어요.(웃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주문이 몰려 바리스타들이 당황 하실까봐서요. 작년과 비교해 바리스타들이 직접 커피나 차를 만드는 역할이 커져서 걱정했는데 주문과 다른 걸 내줘도 학생들이 모두 웃으며 받아줬어요.”

-대학생에게까지 알츠하이머를 알려야 하는 이유는요?

“아직도 ‘치매’라는 단어에 경계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아요. 치매에 걸리신 환우 분도 자신이 치매에 걸린 걸 인정하지 못하죠.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치매’ 없는 사회를 만들기도 불가능하고요. 그렇다면 이제 치매 환우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존하려면 우선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가 필요하잖아요. 이런 판단에 올해는 숙명여대 외에도 홍익대, 동국대, 광화문, 반포 한강지구 밤도깨비 시장에서 '기억다방' 캠페인을 펼쳤어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우리는 일하는 대가를 지급해 드리는 건데, '기억다방' 바리스타로 일하신 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오세요. 대화를 나눠보면 질환을 앓기 전에는 중소기업 사장 등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하신 분들이 많으세요. 그러다 치매에 걸리시면서 집밖으로 잘 나오지 않으시고 우울증이 오기도 하시죠. '기억다방'을 통해 사회활동을 하시면서 자신감을 찾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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