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일관된 시그널...'가치' 정립 관건

[hit-check] 김강립 차관의 가치기반 약가제도 행간

"특허만료 제품에 대한 속도경쟁, 연구개발에 대한 근본적 투자와 체질개선, 이런 방향으로 우리 제약바이오업체들이 변화해 나간다면 정부가 지향하는 보험약가 구조개편과 결코 결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보험의약품 가격정책은 기본적으로 가치에 근거한 결정구조로 가야한다."

김강립(54, 행시33) 보건복지부 차관이 지난 5일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밝힌 보험의약품 약가정책의 '키워드'는 이 두 가지다. 김 차관은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해 거론하면서 특히 제네릭 약가제도에 더 강조점을 뒀다.

사실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건강보험 종합계획 발표 전후로 이미 곽명섭 보험약제과장 등이 공개 또는 비공개 석상에서 용어를 달리하며 언급해 온 말이었다. 가령 곽 과장은 최근 제약바이오협회 간담회에서 (통상문제로 인한) 국내 제약사 우대 약가제도 불가론, 보험의약품 지불제도 '리세팅', '트레이드-오프' 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이 의미가 있는 건 정부 내부에서 이런 방향으로 이미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걸 시사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측은 당초 이날 간담회를 김 차관의 취임소감 정도를 전하는 자리로 가볍게 마련했었다. 하지만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은 쉽지 않은 기회를 활용하고 싶은 욕심에 보건분야 중요현안들에 대해 질문했고, 김 차관은 다소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흔쾌히 답을 줬다. 보험약가정책에 대한 질문과 답변도 이런 와중에 나왔다.

전문기자협의회는 이날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R&D '캐시카우'로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네릭 약가를 옥죄는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반된 두 가지 정책의 접점과 균형이 필요해 보이는데, 차관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고 질의했다.

사실 이 질문을 사전에 준비할 때만해도 기자들은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 나올 것으로 판단하고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김 차관의 답변은 사전에 준비돼 있었던 것처럼 막힘없이 나왔다. 기자는 이를 통해 복지부 내부이든, 아니면 현 정부 전체든 김 차관이 차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이미 매듭이 지어졌고 방향이 세워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김 차관이 언급한 '가치에 기반한 가격결정구조'는 흥미롭게도 5월31일 한국FDC법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박종형 건강보험공단 약가제도부 제1팀장이 주제발표한 내용에도 포함돼 있었다. 박 팀장은 이날 보험의약품 적정보상을 '가치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신약은 '환자생명보호', 제네릭은 '고가신약 시장대체(재정절감)' 쯤이 보상대상인 가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이슈를 벗어나기 위해 국내사와 다국적제약사간 차이를 두지 않고 가치에 기반한 지불체계를 마련한다는 '컨센서스'가 적어도 정부와 보험자기관들 사이에는 이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확장될 쟁점은 '가치' 개념 정립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건강보험 종합계획(안)에서 제네릭을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해외약가 비교에 따른 가격조정, 정기 약가재평가 등 주로 제네릭이 대상이 될 제도들을 1~2년 내 세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곽명섭 과장도, 김강립 차관도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R&D로 체질을 개선하라', '해외로 나가자'. 그리고 '제네릭 '약가온실', 더 이상 기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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