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깎고 줄이지만 말고 잘 팔리는 방법도 고민하자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생각이 복잡하다. 지금 우리는 제네릭을 무엇으로 보는가. 골치덩어리로 반쯤은 보고 있다. 옳은가? 제네릭에 대한 문제제기는 ▷너무 많다 ▷리베이트 매개이다 ▷비싸다(건강보험재정의 적)로 요약된다. 특허가 만료된 “비싼”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하는 경제적인(싼) 치료수단으로 우리는 제네릭을 인식하지 않는다. 게다가 “약효를 믿을 수 없다”는 프레임까지 덫 씌워져 있다.

히트뉴스가 최근 시리즈 보도한 CSO(영업대행업체) 용역 수수료율을 보면 평균 41.6%에 이른다. 기준가 100원 중 41.6원을 영업 수수료로 준다는 뜻이다. 여기에 통상적인 유통비용 10% 안팎을 더하면 절반 이상을 떼어주고도 제네릭 산업은 수지가 맞는 장사인 셈이다. 일부는 70% 이상 수수료를 주는 품목도 있다. 높은 약값이 리베이트를 불러온다는 비판으로 당연히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산업계에서는 캐시카우(cashcow)론을 들고 나오지만 CSO나 리베이트 같은 단어들을 들이밀면 설득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그래도 제네릭 이윤이 R&D의 마중물이 된다며 양화(良貨)를 지켜내려 하지만 악화(惡貨)가 만들어낸 폐해의 크기가 실제보다 너무 부풀려져 있다. 건강보험재정은 민간기업의 곳간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비집고 들어갈 빈틈이 거의 없다.

골치 아픈 자식인 만큼 복지부 등 정부의 제네릭 정책은 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가품목 수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품질기준을 대입해 약값을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시민단체는 이마저도 용두사미라고 비판 하지만, 제네릭에 기대어 매출을 키워온 중소제약(대형제약사도 사실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입장에선 아우성을 칠 일이다.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유예기간에 만족하고 돌파구를 찾아내는게 현명할지 모른다. 야속하게 들려도 어쩔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제네릭에 대한 문제제기, 너무 많고 비싸고 그래서 리베이트를 양산한다는 지적은 대부분 사실이다. 최근 히트뉴스와 만난 굴지의 유통업체 오너는 “병원이 직영도매를 왜 두겠나. 제네릭 약값이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 아는 일인데 조용히 할 뿐이다. 문제는 그런다고 정책의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게다가 우리는 산업 스스로 넘기 힘든 아주 높은 허들을 마주하고 있다. 제네릭을 선택해줘야 하는 의사들의 관점이 그 허들이다. 직능 측면에서 나온 정치적 주장이 가미된 것이지만 의사들은 제네릭을 대개 믿지 않는다. 생동조작의 과오로부터 시작해 발사르탄 사태까지, 잊을만하면 터지는 안전성 이슈들이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문제는 제네릭 자체가 아니라 제네릭 산업의 환경이다. 제네릭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운용 측면에서 더더욱 그렇다. 특허가 만료되고 제네릭이 진입했음에도 리피토(화이자/고지혈증)는 2018년 1689억을 보험청구하며 처방약 1위를 기록했다. 특허만료 오리지널이 오히려 성장하는 기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춘계학술대회(5.31)

살펴본 것처럼 제네릭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약가나 허가만으로 넘을 수 있는 허들은 더더욱 아니다. 제네릭 문제를 집중 조명한 한국에프디시법제학회 춘계학술대회(5.31) 패널토론에 나온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의 발언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조건을 달았지만 “우리 환자들이 나서서라도 제네릭을 처방해달라 하겠다”고 그는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러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 각계가 참여하는 제네릭협의체를 제안했다.

품목수가 많으니 허가를 통제하고 약가가 높으니 차등방식을 도입하는 방향성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부족하다. 제네릭이 잘 팔릴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품질에 대한 확신과 의사처방에 대한 확실한 유인책 등을 모두 포함한 문제이다. 협의체 제안에 눈길이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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