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미용 제제…한국 11곳, 외국 단5곳
허가 당국, 왜 그런지 곰곰 따져보고 대책 마련해야

메디톡스는 5월13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미국명, 주보)'의 균주 출처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공개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증거 수집에 대한 절차는 양사에 적용되므로 메디톡스 역시 대웅제약이 지정한 전문가에 균주를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자 메디톡스는 곧 바로 "ITC의 행정명령은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에만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올해도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지난 5년 내내 다툼을 벌여온 두 회사의 '치킨게임(game of chicken)'과 홍보전은 여전하다. 그런 때문인지 이젠 의약업계를 둘러싼 여론들까지 은연중 패가 갈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싫든 좋든 종착역이 이제 보인다. 이 지루한 마케팅 전쟁도 머지않아 타의에 의해 사실상 끝 날 것 같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 송사(訟事)를 접수한 ITC가 일부러 시간 끌 이유는 없을 거고, 그 곳의 행정명령을 전적으로 거부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2월초 제휴사(에볼루스)를 통해 그 어렵다는 미국 FDA로부터 대망의 '주보(나보타)' 허가를 받아냈다. 메디톡스가 일찍 해외 문을 열었어도 방심했는지 한 발 늦었지만, 세계 최초라는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의 임상 3상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성과는 우리 제약바이오 업계의 꿈이 하나 둘씩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로 부족함이 없다.

전문가들과 당국이 야심찬 큰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개별기업체들의 자구 노력과 업적이 자꾸 쌓이다보면 우리의 제약바이오산업도 '선진화·세계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두 회사가 제각각 거액의 기술수출을 하는 등 앞으로 큰 기대를 걸게 해준데 대해 우리 모두 내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언론플레이에만 신경을 쓰는 듯하다.

벌써 좋지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닐까? '미래를 먹고사는 증권가'에서 두 회사의 주가가 싸늘하다.

미국 FDA의 '나보타(주보)' 허가는 대웅제약에게 기대를 부풀게 하는 초대형 호재였다. 올해 설 연휴가 끝난 2월7일 주가는 20만4000원으로 2월1일보다 1만1000원이나 뛰었다. 4개월이 경과한 5월29일 주가는 14만8500원으로 크게 내렸다. 2월7일보다 27.2%나 떨어진 것이다. 미국 제휴사가 판매를 개시했다는 호재에도 말이다.

메디톡스 주가는 2월1일 52만4900원 이었다. 그 전날 '나보타 관련 건'에 대해 ITC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향인지 2월7일에는 53만6900원으로 2월1일보다 1만2000원 상승했지만 하지만 5월29일에는 43만원으로 2월7일에 비해 19.9% 내려 앉았다.

그런데 대웅제약이 속해 있는 '코스피'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2월7일 2203.42에서 5월29일 2023.32로 8.2%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메디톡스가 속한 '코스탁' 종합주가지수도 2월7일 728.79에서 5월29일 691.47로 5.1%밖에 낮아지지 않았다. 이를 보면 두 회사의 주가가 시장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왜 그런가.

두 회사의 미래 주가 전망에 대해 증권시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가 추락의 주된 원인으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란'을 지목하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당사자들은 그렇다쳐도 경쟁적으로 남의 치부까지 다 들어내 버린 이들 두 회사 간의 견제와 법적 다툼 등이 국산 바이오의약품 전체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져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편 보툴리눔 톡신은 현재 세상에 알려진 독(毒)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이 독소는 시냅스(synapse) 전단의 세포막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방출을 방해하여, 근육 마비와 사망을 초래한다는 것이다(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 2011).

그런데 이러한 위험성이 내재된 '얼굴주름 개선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우리 한국 업체 11곳이 이미 허가 받았다. 이외 10여 곳의 업체들이 추가로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믿을만한 소식통이 있다. 이미 11곳이 허가 받은 것을 상기해 보면 10여 곳의 준비 중인 업체들도 허가 받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머잖아 허가 업체 수가 무려 20여 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우리를 제외한 지구촌 전체는 통틀어 4개국 5곳(미국2, 독일1, 프랑스1, 중국1)의 업체만 허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보툴리눔 톡신 미용 제제 천국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다툼은 이제 막바지인데, 누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든 가능한 ITC가 빨리 마무리 지었으면 한다.

아울러 식약처는 미용용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허가 기준이 미국 등 외국과 비교해 허술한 점은 없는지 재점검해 보완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특허 보호 대상이 아닐지라도 균주 출처에 대한 역학조사와 함께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등록을 의무화해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지금까지 벌여온 '마케팅 전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독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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