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수술 환경 해칠 가능성 높아"

외과계학회는 30일 성명서를 통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외과계학회는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정형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다.

학회는 “이 법안의 목적은 수술실 내에서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일 것이나 CCTV가 목적 달성보다는 안전한 수술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수술실에서 일하고 있는 외과계 의사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며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부의 예외적인 일탈을 마치 전 의료기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왜곡하고, 여론에 따른 성급한 감시체계 도입으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무너트리고 인권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입법화를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학회 측은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환자들의 인권 침해 ▲수술의 질 저하 ▲의료진 인권문제 ▲상호신뢰를 꼽았다.

다음은 학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대한민국 주요 외과계학회는 최근 국회에서 수술실 폐쇄 회로(이하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대하여 공식적인 반대 의사를 천명한다.

이 법안의 목적은 수술실 내에서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일 것이나 CCTV가 목적 달성보다는 안전한 수술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최근 모든 의료진과 의료기관들은 환자 안전을 핵심적 가치로 삼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환자안전은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수술실에서 일하고 있는 외과계 의사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며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일부의 예외적인 일탈을 마치 전 의료기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왜곡하고, 여론에 따른 성급한 감시체계 도입으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무너트리고 인권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입법화를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의료계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환자들의 심각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 전신 마취 중인 수술 환자의 경우 신체의 노출은 불가피하므로 개인의 신체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특히 CCTV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운영자, 기술자, 수리기사 등 의료 외적인 관계자들도 관여하게 되므로 해킹이나 복제, 불법 유출 등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어떤 경로로든 영상이 유출됐을 경우 이는 비가역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수술의 질 저하의 문제다. 직접 수술을 하는 많은 의사들이 수술장 CCTV가 수술 시 집중력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수술을 회피하고 방어적인 술기 중심의 소극적 방향으로 외과 치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셋째, 의료진들의 인권문제다. 이는 외과계 의사를 잠재적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기에 의사의 자존감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 근무현장에서 개인의 일상적인 업무 내용이 모두 기록되며, 인권이 심각히 침해될 수 있다. 적극적인 수술보다는 방어적인 술기 중심의 소극적 방향으로 외과 치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 분명하다.

넷째, 상호 신뢰의 문제다. 치료과정에서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는 치료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을 믿지 못해 CCTV 촬영을 요구하는 환자를 의료진도 믿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과계 기피 현상을 더욱 초래할 것이다. 현재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국내 의료계 내의 외과계 기피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외과 수련제도를 변경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하는 등 상황을 타개하려는 여러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CCTV 설치 법안과 같은 무리한 규제는 장기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대생들의 외과 전공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다. 외과의들이 부족하게 되면,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히 위협하게 됨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법으로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단순한 발상이다. 수술실에서 일어나는 환자 안전 이슈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불합리성에 기인한 것이다. 외과계 의사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과 안정성 보장, 수술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사회복지시설 내 CCTV 설치가 입소 노인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공익 목적에 맞지만, 오히려 입소 노인과 종사자의 사생활과 자유 등이 침해될 우려가 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같은 수술실 CCTV 설치 입법 등의 취지는 의료인 감시가 목적이 아닌 환자들의 보호가 목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수술실 CCTV 설치와 같은 사례가 없는 법제화가 아니라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 의료계, 그리고 환자단체 등과 함께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기를 제안한다.

이에 주요 외과계학회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수술 현장에서 환자들을 보호함은 물론, 외과계 의사들이 안심하고 수술과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철회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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