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고, 더더욱 조작이나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시종일관 주장하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인보사케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순순히 믿어주며 관용을 베풀어야 하나. 생명과 연관된 의약품을 연구 개발하는 제약회사가 마땅히 지켜야할 기업 윤리와 과학적 태도의 결함이 "비의도적 실수 차원"이라는 한줄의 주장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연골세포인줄 알고 있었는데 신장세포였다. 명찰을 바꿔 단것과 다르지 않다'며 식약처를 상대로 대수롭지 않게 허가 변경을 시도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태도를 두어달 지켜보며 든 고민이었다. 제약바이오가 모두의 꿈이되어 버린 상황을 의식하며 관대하게 넘어가면 안되는 것일까 잠시 잠깐 달리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회가 염원하는 바이오 시대라서 인보사 파동은 냉정하게, 혹독하게 다뤄져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다함께 2002년 월드컵 축구처럼 제약바이오산업을 관람하며 골 넣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기대가 9할, 염려가 1할 정도인 까닭에 '어서 배를 갈라 황금알을 꺼내보자'는 조바심의 환호가 '스스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며 기다려 보자'는 염려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인보사 파동은 그래서 '혁신적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같은 구호에 과도하게 호응한 사회의 산물이다.

'어림없는 슛'이라며 선수를 비난하는 것으로 다음 경기를 이길 수 없고, 우승권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하다. 고통스러운 일이되겠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란 거울 앞에 현 '민관학연에다 관중까지 포함된 대한민국 제약바이오'를 몽땅 세워야 한다. 바른 물 길이 트이도록 막을 곳은 막고, 터놓을 곳은 과단성있게 터 놓는 합리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의 허가취소와 형사고발 결정을 밝히는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의 허가취소와 형사고발 결정을 밝히는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신약 허가의 영역을 보자. 새롭게 허가를 신청하는 의약품 후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식약처 심사인력의 절대 부족 현상은 해묵은 과제로 지적돼 왔지만, 풀리지 않고 있다. 숫자만 부족한 게 아니다. 인보사처럼 기술이 앞서가는 영역은 심사 인력의 수준이 가이드라인이다. 업데이트되지 않은 네비게이션이 바른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경우를 보았는가. 심사인력 증원과 업그레이드를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적 합의는 가능한 것인가?

식약처는 전문기관으로 존중받나. 전혀 아니다. 심사 인력 부족은 방치해 놓고 압박만 거세고, 책임은 무한대로 지운다. 몇해 전 일이다. 식약처가 임상 건수 부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자 언론과 환자까지 나서 '일본을 보라, 환자의 고통을 아느냐'며 식약처를 압박했다. 말단 심사자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허가 신청에 대해 끝까지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인보사 건에서 '식약처가 왜 서류만 보았느냐'는 질책은 타당한가. 분위기로만 보면 이러다 기업이 한 임상을 식약처가 반복 시험해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모양새다. 식약처가 이런 저런 입김에 흔들리면 안된다.

기업은 어떠한가. 100개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넉넉하게 잡아 4~5개가 허가 관문을 통과하는 낙타 바늘구멍 확률인데도 실험동물 기반의 비임상시험만 끝나면 '언플'에 바쁜 모습을 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 언론을 통해 투자자들을 열광시키려는 마케팅 아닌가. 내부 R&D 의사결정 체계는 건전해 '프로젝트의 GO, NO GO 판단'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연구개발자들이 막힘없이 '유의성 없는 결과'를 경영진에게 보고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인보사도 어느 개발 단계에선 '스톱'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신약 연구개발에서 '대마불사론'은 통하지 않는데 말이다. 이에 비춰 바이오텍이나 전통의 제약회사들은 가설, 다시말해 후보물질을 높은 연구 윤리(임상시험에서 대상자에 대한)와 과학적 방식에 입각해 하나하나 입증해 가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실험데이터가 한번 저장되고 나면, 어느 누구도 손댈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는가?

인보사 사태에서 경계할 점은 또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문제를 전체 제약바이오산업의 문제로 일반화시켜 문제삼는 것이다. 인보사 건은 민관학연 모두의 교훈이 되어야지 태클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미 허가된 모든 세포치료제를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 예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작용과 반작용이다. 인보사에 놀랐다고 해서, 첨단바이오법처럼 산업을 바른 길로 안내할 네비게이션의 전원을 꺼서는 안된다. 길 위에서 잠시 멈춰 돌아볼 수는 있어도 걸어온 길로 되돌아가는 퇴행은 금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바이오헬스 혁신전략과 국회 계류중인 첨단바이오법은 조화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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