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이해못할 코오롱의 대응에서 배울 것들

인보사케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인보사케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

인보사케이(골관절염유전자치료제) 조사결과를 식약처가 내놓은 5월 28일은 미국 임상시험 제품에 대한 최종 STR 검사결과를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에 보고한 지 꼭 2달되는 날이다. 숱한 논란과 공방 끝에 인보사는 “허위자료”로 품목허가를 받은 약이 됐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세계 첫 유전자치료제의 몰락이다.

한국에 이어 미국 진출을 추진했던 인보사는 현지에서 FDA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던 3상 임상시험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1액과 2액으로 구성됐다는 인보사의 2액이 허가당시 보고됐던 연골유래 세포가 아니라 신장유래 세포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저런 말들을 다 자르고 나면 인보사는 “식약처나 우리가 알던” 약이 아니었다는 사실만 남는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히트뉴스는 그 동안 평가를 자제해왔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의 대응은 무책임하다 못해 기상천외하다. 17년 개발과정을 통해 이제 막 빛을 본 인보사에 대한 안타까움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지만 “주성분이 뒤바뀐” 약을 내놓은 기업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다. 무조건 사죄하고 볼 일인데 살아날 궁리에 골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처음부터 신장세포였는데 몰랐다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허가를 변경해” 인보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만 드러냈다.

허위자료라는 식약처의 조사결과가 나온 뒤에도 회사측의 입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허가)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소송까지 가겠다는 의미를 깔고 있다. 그러면서도 “초기개발 단계의 자료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부족”하고 “품목허가 제출자료가 완벽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조작이나 은폐”한 일은 없다고 항변했다.

주성분이 뒤바뀌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사실을 코오롱측만 모르고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코오롱은 스스로 허가취소를 요청하고 현재의 기준으로 새롭게 임상에 도전해 인보사의 가치를 입증하겠다고 나서는 편이 나았다. 시술받은 환자에게도, 미래를 본 투자자에게도, 같은 생태계를 공유하는 제약바이오인에게도 그 편이 차라리 심정적으로 옳았다.

우리는 이제 코오롱생명과학이라는, 인보사케이라는 꼬리를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식약처까지 형사고발을 선언했으니 고의조작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에따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가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허가당국인 식약처의 책임도 정당하게 평가될 것으로 믿는다.

인보사 조사결과를 발표한 식약처는 이날 재발방지 대책도 함께 내놨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대책을 강화하고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연구개발에 오랜 기간이 소요된 신약의 경우 개발초기 단계의 시험자료를 최신의 시험법으로 재검증하거나 세포혼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유전학적 계통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제시된 액션플랜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허가심사인력 부족은 “3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현재(350명) 보다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 노력에 인보사가 찬물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틈을 타 규제가 무작정 강화되는 것도 퇴행의 길이다. 식약처가 내놓은 인보사 맞춤형 대책은 제약바이오(요즘은 바이오헬스라는 말이 대세이지만) 육성이라는 시대적 과제라는 관점에서 시간을 두고 정밀하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안전관리 대책을 촘촘하게 짜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안전은 산업육성의 또다른 체크포인트일 수 밖에 없다. 애써 쌓은 탑, 인보사 한 방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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