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지놈앤컴퍼니·천랩 등 치료제 개발 나서

“바이오 산업에서 몇 개 남지 않은 미개척 분야가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최근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기술이전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2억~5억 달러 사이의 기술이전 사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전자신문과 한국바이오협회 주최로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 상무의 말처럼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연구개발(R&D) 수준을 넘어 산업화 단계를 모색하고 있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전자신문과 한국바이오협회 주최로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콘퍼런스에서 '국내외 투자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람의 몸에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군집)이 있다. 각 미생물 군집은 현재까지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연관된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대사질환, 심장병, 암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근 이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이미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건강기능식품에서 상업화를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제약·바이오기업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진단을 위한 각종 바이오마커로 발굴, 유전체 데이터와 결합해 신약개발을 위한 플랫폼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명확한 MOA·CMC 자료 요구=지난해 12월 코넥스에 상장한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기존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와 관련해 ▲약물작용기전(MOA) ▲제품제조품질관리(CMC)에 아직까지 의문을 품고 있다. 물론 MOA와 관련해서는 최근 연구를 통해서 과거와 비교해 명확히 밝혀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최근 MOA는 어느정도 밝혀지고 있지만, CMC는 아직까지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화학·생물학적제제와 달리 한 가지 성분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미생물이 대사과정을 통해 배출하는 수백개 이상의 물질이 면역계, 신경계, 호흡계 등에 작용해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MOA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백개의 물질의 인체 내 어떤 수용체(receptor)에 붙어서 작용을 하는지 각 물질(단백질 등)마다 밝혀야 한다.

최근 멀티오믹스(mutiomic)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번에 여러 개의 단백질을 분석할 수 있어 MOA를 밝히는 어려움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러나 CMC 문제는 아직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다. 아직까지 국내엔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규제당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제조, 임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탄탄한 균주은행으로 건기식부터 치료제 개발까지=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개념이 나오기도 전인 1950년대 비오비타를 시작으로 일찍이 프로바이오틱스에 뛰어든 일동제약. 최근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아토피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앞서 배 대표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CMC 분야를 꼽았다. 일동제약은 미생물 세포은행(IDCC 세포 은행) 구축은 통해 체계적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약 19종의 균주에 대해 코드를 부여해 세균 세포 은행을 구축했다. 이렇게 구축된 세포은행은 통해 원하는 균주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또 ‘간헐멸균법’(tyndallization)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안전성과 표준화를 꾀할 수 있다.

김태윤 일동제약 팀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그 자체로 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고, 미생물이 분비하는 대사물질(단백질 등)이 치료제로 활용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살아있는 미생물을 멸균화(tyndallization)하는 과정을 거치면 표준화와 품질 유지 측면에서 제품 개발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고 했다.

프로바이오틱스로 시작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제약에 적용하기 위해선 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기와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는 “결국 프로바이오틱스가 단순히 장 건강에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뇌, 간, 폐 등 여러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 군에 적용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이크로바이옴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천랩은 세균 동정 및 마이크로바이옴의 글로벌 표준을 위한 데이터 베이스 ‘이지바이오클라우드(EzBioCloud)’를 구축했다.

이지바이오클라우드는 한국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규모의 생명정보 서비스다. 이 플랫폼의 하루 평균 사용자는 1200명으로, 총 150개국에서 3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세균의 중요한 지표인 16S rRNA, 계통학적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노드(node), 각 균주의 종(species)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일관된 기준으로 동정되지 못 했던 새로운 균주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클라우드를 통해 분류된 미생물은 ‘장내 미생물 지도’를 통해 진단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김병용 천랩 연구소장은 “건강한 장에서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균형이 이루고 있는 상태를 기준으로 질병에 걸렸을 때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를 지도 형태로 만들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의 (미생물) 군집 변화를 추적해 개인 맞춤 헬스케어 서비스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축적된 장내 미생물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술과 만나 질병 위험도와 한국인 장내 미생물 유형 분석으로 활용될 수 있다.

김 연구소장은 “머신러닝(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 장의 건강상태, 나이, 질병의 위험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를 토대로 질환과 연관이 있는 미생물을 활용해 진단하거나 직접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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