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급여검토 난항예상...'예방요법' 불확실성 관건

(출처: 헴리브라 홈페이지)

JW중외제약이 일본 쥬가이제약으로부터 도입한 항체보유 A형 혈우병 예방요법제 헴리브라 피하주사(에미시주맙)가 급여 첫 관문에서부터 커다란 장벽에 부딪쳤다. 

국내 항체치료제 급여기준에는 예방요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급여기준을 보면 10BU 이하인 경우 항혈우인자를 우선 투여한 뒤 반응이 없는 경우 우회치료제를 투여하고, 10BU 이상이면 우회치료제를 투여하도록 돼 있다. 우회치료제로는 현재 노보노디스크의 노보세븐알티주(활성형 엡타코그알파)와 샤이어의 훼이바주(혈액응고8인자항체우회화성복합제)가 있다.

이중 훼이바주 허가사항에는 '출혈 에피소드 빈도 감소 및 예방을 위한 유지요법'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급여기준에서는 예방 유지요법에 사용한 경우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예방요법은 사실상 급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정책적 원칙은 비항체치료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헴리브라를 계기로 검토되는 혈우병치료제 급여기준 상의 예방요법은 새로운 시도다.

헴리브라가 난관에 봉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헴리브라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임상(HAVEN 1·2·4)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먼저 HAVEN 1 임상결과 헴리브라 예방요법 시행군은 비시행군(출혈 시 우회치료제 보충요법 시행) 대비 연간 출혈횟수를 87% 줄였다. 24주 시험결과이며, 예방요법 시행군은 35명이다. 또 12세 미만 환자 대상 예방요법의 연간 출혈률을 확인하기 위한 HAVEN 2 임상 12주차 중간결과에서 연간 출혈률을 99% 감소시켰다. 예방요법 적용군은 18명이다.

헴리브라는 이런 실적에 힘입어 이미 A7국가에서 모두 시판허가를 받았고, 스위스를 제외한 6개 국가에서 급여 등재됐다. 이는 우회치료제 유지요법(훼이바주) 대비 연간 출혈률을 79% 감소시킨 임상결과(HAVEN1, 24주, 24명)가 중요한 비교대안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 달리 A7국가들은 훼이바주 유지요법을 포함해 혈우병치료제 예방요법에도 급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예방 유지요법을 100/100으로 정하고 있는 한국은 헴리브라 등장으로 없던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데다가 혈우병치료제 급여원칙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서 다른 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예방요법 기준을 마련하려면 출혈예방 효과만큼이나 출혈빈도가 중요한데, 환자마다 출혈이 발생하는 빈도와 양상이 다르다는 데서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런 환자별 차이는 그대로 예방요법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정부와 보험당국 입장에서는 다른 치료제와 형평성 차원에서 혈우병치료제 예방요법 전체를 건드려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JW중외제약은 경제성평가면제나 위험분담제도 방식이 아닌 일반등재 '트랙'으로 지난 1월 급여결정신청서를 심사평가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재 요청가격도 우회치료제보다 저렴하게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고가약제인 혈우병치료제로 경제성평가를 통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혁신적인 신약을 도입하고도 JW중외제약이 진땀을 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니다. 급여기준을 엄격히 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그것인데, 투여대상을 이전 출혈빈도와 연계하거나 투여기간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훼이바주 예방 유지요법에 대한 급여 확대가 이 참에 함께 검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헴리브라 이슈의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실제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예방요법 급여기준과 관련한 학회 요청이 있어서 상반기 중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헴리브라는 선진국 급여평가에서 보험당국으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캐나다 CADTH의 경우 항체가 있는 혈우병 A 모든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즉시 등재돼야 하고, 가치 및 의료비용 측면에서 우회치료제 대비 명백하게 우월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HAS는 어린이 환자군에 대한 효능을 제공하면서 우회치료제 예방요법보다 더 큰 효과를 나타내는 증거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고 평가했다.

혈우병 항체치료제 시장에 30년만에 나온 신약, 정맥으로 투여하는 우회치료제와 달리 피하주사가 가능해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약,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주 1회 투여로 유지요법이 가능한 신약. 헴리브라의 가치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이렇게 많지만 JW중외제약이 '폴(pole, 장대)'를 쥐고 넘어야 할 '바(bar)'는 아직은 너무 높아 보인다. 힘든 장대높이뛰기다.

*헴리브라피하주사(에미시주맙, 유전자재조합)는?
☞ 원개발사는 일본의 주가이제약이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고, 국내에서는 2019년 1월17일 시판허가를 받았다. 혈액응고 8인자에 대한 억제인자를 보유한 A형 혈우병(선천성 혈액응고 8인자 결핍) 환자의 출혈 빈도 감소 또는 예방을 위한 일상적인 예방요법에 사용된다. 1회 3mg/kg을 1주 간격으로 4회 피하 투여하고, 이후에는 1회 1.5mg/kg을 1주 간격으로 1회 피하 투여한다. 위해성관리계획(RMP) 대상이다. 국내 혈우병환자는 A형 1600여명, B형 400여명 등으로 A형이 8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A형 항체 환자는 50명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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