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경교 특허칼럼니스트(교연특허 대표변리사)

지난 22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 중 하나는 “바이오헬스”, 즉 제약바이오 산업이라는 선포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R&D, 인허가, 생산, 시장출시 등 전주기에 걸쳐 단계별 육성 전략들이 제시되었는데, 이들을 관통하는 것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에 대한 염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복제약에서 탈피하여 신약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어느덧 한미약품, 유한양행, SK바이오팜 등 일부 기업들은 굵직굵직한 글로벌 라이센싱 아웃을 여러 건 성공시켜 큰 환호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신약 개발의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와중에 정부에서 국가적인 지원을 공식화하여 판을 깔아줬으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혁신신약이라는 결과물을 더욱 많이 세상에 선보이고 또한 성공시켜야 할 부담을 갖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R&D라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해당 기술을 특허로 보호받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혁신신약은 물질특허란 이름으로 권리화시켜야 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물질특허란 무엇이며, 물질특허를 등록 받으려면 어떻게 명세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살펴보겠다.

◆ 물질특허란 무엇인가?

물질특허란, 화학적 및 생물학적 방법에 의하여 제조된 유용성을 가진 신규한 물질 그 자체에 부여되는 특허를 말한다. 물질특허는 일반적인 화학물질 이외에도 유전자, DNA 단편, 단백질, 미생물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물질특허는 small molecule에 대한 합성의약품 외에 antibody 등 바이오의약품도 대상이 된다.

물질특허는 물질 그 자체에 부여되는 특허로서, 물질의 특정 용도 등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적응증, 환자군, 용법용량 등으로 한정되는 “의약의 용도발명”과 구별된다.

물질특허는 어떠한 용도이든 상관없이 해당 물질을 실시하였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침해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쟁사나 연구기관이 Drug repositioning을 통하여 신규 적응증에 대한 의약의 용도발명을 등록받았다 하더라도, 오리지날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실시할 수 없으므로 물질특허는 가장 강력한 특허라 하겠다.

◆ 물질특허의 명세서에는 무엇을 기재해야 하나?

물질특허는 유용성을 가질 것이 그 정의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물질특허의 명세서에는 그 물질의 유용성(의약용도)이 최소한 하나라도 명확히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의약의 용도발명은 약리효과에 대한 정량적인 데이터의 기재를 출원시부터 요구받으며 이후에 보완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데, 물질특허는 의약의 용도발명 수준으로 까다로운 기재를 요구받지는 않으며 유용성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으면 되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실험데이터의 추후 제출이 가능하다.

한편, 물질특허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물질에 대한 것이므로, 그 물질을 어떻게 제조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그 기재정도는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출발물질, 처리방법 또는 수단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될 것이 필요하다.

위와 같이 제조방법을 기재하였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 물질을 제조하였는지 의심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그 물질을 제조하였다는 확인자료까지 기재하는 것이 안전하다. Small molecule에 대한 물질특허의 경우 대표적인 확인자료로 NMR, Mass 등이 있으며, 물질의 특성에 맞게 제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면 제한 없이 기재 가능하다.

한편, 신규 물질에 대한 물질특허라 하더라도 선택발명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선택발명이란 상위개념으로 포함되는 선행발명에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 않은 하위개념을 선택한 발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선행발명에 넓은 범위를 마쿠쉬(Markush) 형태로 개시하고 있어서 후속 물질특허가 선행발명의 범위에는 속하나 선행발명에서 그 물질을 실제로 제조한 바 없는 경우가 대표적인 선택발명의 케이스라 하겠다.

선택발명은 구성의 곤란성 보다는 효과의 현저성에 초점을 맞추어 등록가능성, 특히 진보성을 판단하는데, 이질적 효과 또는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올란자핀 판결(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을 비롯한 국내 판례에서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그 효과가 있음을 선택발명의 명세서에 명확히 기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효과가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의 명세서에 질적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량적 기재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 선택발명의 효과에 대한 명세서 기재요건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BMS제약 엘리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한국BMS제약 엘리퀴스.

최근 대법원에 상고되어 주목을 받고 있는 엘리퀴스 사건도 선택발명의 케이스인데 해당 사건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겠다. 특허심판원은 선택발명의 명세서에 효과에 대한 명확한 기재가 없음을 근거로 무효라고 결론내린 반면, 가처분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수많은 치환기들의 조합에 구성의 곤란성이 있다는 취지로 무효가 아니라고 해석하여 선택발명의 판단법리에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말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의 결론을 지지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며, 최근 BMS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였다. 위 엘리퀴스 사건은 NOAC 시장의 중요도를 떠나서 신약 물질특허가 선택발명인 경우 실무에 영향을 미칠만한 파급력이 있는 케이스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결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립된 대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선택발명의 경우 구성의 곤란성은 살피지 않고 효과의 현저성 중심으로 진보성을 판단하며, 효과에 대한 명세서 기재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신약 개발에 대한 엄청난 노력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무효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엘리퀴스 사건의 향방은 논외로 하고, 물질특허가 선택발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선택발명이라면 명세서에 효과를 명확히 기재되었는지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특허 실무자가 주의할 점

이상 살핀 바와 같이, 혁신 신약 물질의 물질특허는 선택발명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명세서에 물질의 유용성, 구체적인 제조방법 및 확인자료를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라고 마음 속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한편, 해당 물질특허가 선행발명의 선택발명인지 그렇다면 그 효과를 명확히 기재하였는지에 대하여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와 특허사무소가 더블체크를 진행해야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STN 검색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약에 대한 물질특허가 무효되는 것은 에버그리닝 특허가 무효되는 것보다 치명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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