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부장

조한준 부장(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조한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부장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을 읽다보면, 어영대장 이완이 허생을 찾아가 인재를 등용하는 비책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허생은 우선 제갈량과 같은 유능한 이를 추천할테니, 임금이 몸소 삼고초려하여 등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어영대장 이완이 그건 어렵다고 하자,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 와있는 명나라 후손들을 후히 대접할 것을 제안한다. 세 번째로는 사대부의 자제들을 변발을 시키고 호복을 입혀 청나라로 유학보내 문물을 배울 것을 제안한다.

이마저도 어렵겠다며 이완이 거부하자 허생은 칼을 빼들고, 네가 도대체 할 수 있는게 무엇이냐며, 크게 호통을 친다.

백성을 살리고 나라를 부강케 하려면 오랑캐의 문물이라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대표적인 북학파 실학자 박지원은 명나라가 망한지 10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나라에 신의를 지키겠다며 북벌론을 외치던 18세기 조선 사대부의 탁상공론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낡은 생각에 그친 것이었는지를 허생전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논하는데, 난데없이 250년전 풍자소설 허생전을 언급한 것은 박지원이 허생전을 통해 제안한, 인재를 등용하고 나라를 부강케 하는 세 가지 비책이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2019년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실질적 경험과 지식을 갖춘 현장전문가를 되도록 많이 정부 컨트롤타워에 두어야 한다. 유능한 인재라면 민간 제약사 연구소장이든, 파란 눈의 글로벌 전문가든 그 누구라도 데려와야 한다. 산업 육성을 하는데 밑바탕이 될 공정하고 예측가능한 시장환경 조성과 과감한 규제개선을 위해서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유능한 민간 전문가들을 국적과 배경을 가리지 말고 등용해서 길을 물어야 한다.

또한 국내 진출한 글로벌제약기업들이 국내제약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혁신형 제약기업과 같은 기존의 좋은 제도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민관협의체에 글로벌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고, 전세계에서 축적된 그들의 노하우를 이 땅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유망한 국내 바이오벤처기업과 유능한 인재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장려하여 글로벌 시장의 최신동향을 눈과 귀로 익히고, 미국, 일본, 유럽 등 제약 선진국의 노하우를 배워오게 하여 미래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오픈이노베이션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익숙한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글로벌제약기업들은 협업의 대상이 아닌 의약품 도매상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정책방향은 기업간, 국가간 협업을 적극 활용하고, 혁신가치에 대한 보상을 기반으로 민간 연구개발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글로벌 추세와 반대로 여전히 정부 주도 아래 개별회사의 각자도생을 통한 국내신약개발에 초점을 두는 ‘닫힌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 22일,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정부 R&D 투자를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바이오헬스 수출 500억 달러 달성, 일자리 30만개 창출이라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리는 과연 이 국가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진정 유능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등용하며, 국내 진출한 글로벌제약바이오기업들과 협력하고 그들을 잘 활용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국내의 제약바이오 분야 인재들과 기업들을 해외로 적극 진출시켜 글로벌 무대 경험을 쌓도록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한 번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정부 관계자가 연암 박지원을 찾아가 이 땅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시킬 비책을 묻는다면,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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