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사항 별도 규정 없어도 일반화되는 추세

SGLT-억제제 계열 병용요법 허용논란은 지난 11일 열린 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다시 '토픽'이 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부는 최근 폐동맥고혈압 약제에 적용할 급여기준 일반원칙을 신설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했다.

PDE5i계+ ERA계, Treprostinil 주사제+ ERA계, Treprostinil 주사제+ PDE5i계 등 2제 요법을 신속 또는 초기에 투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열별 급여인정 기준을 마련한 것인데, 특별한 이견이 없으면 6월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약제기준부가 지난해 7월 발간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과 심사지침'을 보면, 급여기준 일반원칙은 2013년 9월 1일 경구용 뇌대사개선제, 경구용 항전간제, 기관지천식 치료용흡입제, 뇌대사제제 및 뇌순환계용약 주사제, 비결핵항산균, 비타민제, 진해거담제, 폐경기증후군에 투여하는 약제, 항생제, 항파킨슨약제, 프로바이오틱스(정장생균제) 등을 시작으로 현재는 37개 질환치료제나 요법으로 늘었다.

현재는 일반원칙을 적용받는 약제군에 경구용 만성B형간염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 고혈압치료제, 골다공증치료제 등 만성질환약제가 대부분 포함돼 있다.

급여기준이 이처럼 일반원칙화된 건 동일 계열로 묶일 수 있는 신약들이 다수 개발되면서 성분별로 기준을 관리하는 게 너무 복잡해져 진료현장에서 어려움이 커진 영향이 크다. 특히 복지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폐동맥 고혈압치료제 사례와 같이 계열 대 계열 병용요법을 인정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진료지침 등이 계열 대 계열 투여를 지지하기 때문인데, 같은 계열 약제의 치료적 위치를 동등하게 보는 암묵적인 합의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치료군인 고혈압, 경구용 항혈전제, 진해거담제 등의 국내 급여기준 일반원칙이 개별성분약제 허가사항에 별도 언급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병용요법으로 전체 계열 대 계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고혈압치료제의 경우 허가사항에 병용요법에 대한 별도 언급이 있는 성분은 ACE인히비터계열인 카프토프릴, ARB계열인 칸데사르탄과 아질사르탄, 이뇨제인 하이드로클로로치아지드 정도다.

구체적으로 카프토프릴은 다른 혈압강하제와 병용 시 효과가 증대된다는 언급이 있고, 아질사르탄은 이뇨제 또는 CCB계열과 병용하면 혈압강화 효과가 있다고 돼 있다. 반면 다른 고혈압치료제 성분에는 병용금기 외에는 병용요법에 대한 별도 언급이 없다. 하지만 급여기준은 전체 계열 대 계열 병용투여가 가능하게 허용돼 있다.

또 경구용 항혈전제는 클로피도그렐과 티클로피딘 성분에만 허가사항에 아스피린과 병용투여와 관련한 언급이 있고, 아스피린과 인도부펜에는 없다. 하지만 급여기준에서는 다른 3개 성분과 급여 2제 요법을 인정한다. 진해거담제도 마찬가지다. 개별 성분약제 허가사항에 모두 병용요법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급여기준에서는 다른 모든 성분과 2제요법이 가능하도록 열어두고 있다.

이런 국내 급여기준의 일반원칙화 경향과 계열 대 계열 병용요법 인정 추세에 힘입어 당뇨병용제도 3년 전부터 계열 대 계열 병용을 확대하는 논의가 이어져 왔고, 지난해에는 정부가 급여기준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뇨병학회 내부 이견이 정리되지 않아서 이 고시개정안은 행정예고 직전까지 갔다고 두번이나 보류됐었다.

사실 당뇨병용제 급여기준도 다른 만성질환약제와 마찬가지로 이미 2018년 6월부터 일반원칙에 편입됐다. 도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메글리티니드, 알파-글루코시다제 인히비터, 치아졸리딘디온, DPP-4 인히비터 등은 전체 계열 대 계열로 병용투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에 반해 SGLT-2 억제제는 계열 대 계열이 아닌 성분별 '허가베이스'로 급여 인정된다. 당뇨병용제 급여확대 논란과 이슈는 바로 이 지점인데, 최근 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토픽'으로 다시 다뤄졌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앞서 언급된 주요 만성질환치료제 급여기준 일반원칙이 전체 계열 대 계열 병용요법을 채택하고 있고, 선진국 뿐 아니라 국내 당뇨병학회 진료지침도 SGLT-2억제제의 전체 계열 대 계열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다.

이 때문인지 당뇨병학회 진료지침위원인 이은정 성균관대의대 내과교수는 이번 춘계학술대회 패널토론에서 "병용 알고리즘은 기존 계열별 병용과 차이가 없으며, 포괄적으로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 두 약제간 병용 시 분명히 장점이 있으므로 환자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급여가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한편 대한임상약리학회(책임연구자 장인진 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가 수행한 'SGLT-2 inhibitor 와 DPP-4 inhibitor 계열 약물에 대한 병용처방 허용의 적절성 평가 연구'에서 연구진은 "약리학적 관점에서는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 수송체에 대한 추가 정보와 병용 시 약동학적 상호작용 임상연구가 필요할 수 있지만, 임상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약동학적 상호작용 측면이나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두 계열 전체에 대한 병용처방 허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제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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