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매출 한계 직면, 재택의료 일원으로 건강관리 거점

2015년 422조원에서 2025년 542조원으로!!

의료비 증가 전망에 다급해진 일본 후생노동성은 입원환자를 재택환자로, 가벼운 증상은 보험약 보다 일반약으로, 질병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하는 근본적 개혁에 집중함으로써 의료비 억제에 나서고 있다. 아무 수단을 취하지 않으면 의료제도가 파탄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의료비 억제 측면에서 약국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처방(의료용)의약품 판매 등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대형 편의점 업체들은 향후 규제완화를 예상하고 식사와 약을 함께 배달하는 서비스를 검토할 정도다.

일본 스기약국. 지역의료에 대응할 목적으로 24시간 운영하며 점포수를 확장하고 있다.
일본 스기약국. 지역의료에 대응할 목적으로 24시간 운영하며 점포수를 확장하고 있다.

왜 약국일까? 일본 최대 경제주간지 니케이비즈니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내 약국은 편의점 보다 많은 5만9000개에 달하고 지역의 의료기관, 간호시설, 행정기관 등과 연계되어 있어 재택고령자를 케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직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의 의료비 절감정책을 핵심적으로 수행해야 할 약국의 준비상태는 엉망이다. 특정병원에 의존하는 문전약국이 전체의 76.8%에 이른다. 1일 30건의 처방전만 처리해도 높은 조제수가 덕분에 연수입 1억원은 가뿐한데 일반 상점처럼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약사의 처방점검으로 의약품 소비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시작한 의약분업 효과는 실패했다.

그러나 일본 조제약국이 “마지막 낙원”일 수 있는 환경은 급변할 전망이다. 70%가 한계라던 일본의 의약분업률은 2016년 71.7%를 넘어서 향후 큰 시장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 대형 조제약국 체인 8개사의 신규 약국개설은 2013년 250곳을 절정으로 감소했고 2018년에는 오히려 기존약국을 인수하는 건수가 600곳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약국 M&A 중개회사 MAC Advisory) 일본 정부도 특정병원의 처방전 집중률이 높은 문전약국의 조제수가를 낮춤으로써 조제약국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화 사회를 생각하면 약국의 역할은 커질 전망이고 그에 맞는 변화도 감지된다.

일본 치바현 가시와시는 65세 이상이 41%인 올드타운이라고 한다. 가시와시는 집에서 의료나 간병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설계했고 2014년 간호사와 케어 매니저를 배치한 대형 드럭스토어 스기 홀딩스를, 이듬해인 2015년에는 조제약국이 함께 포함된 드럭스토어를 각각 오픈했다. 이 드럭스토어의 약사는 재택의료에 함께 동참해 육아상담까지 실시할 정도로 지역주민 건강관리의 핵심거점이 되었다고 한다.

의사-약사의 관계는 일본도 한국과 비슷한 모양이다. 일본약사회 조사에 따르면 의사 처방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해서 수정하는 비율이 2~3%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아인홀딩스, 니혼조자이 등 체인약국들은 약사를 병원에 몇 달간 파견해 의사의 진료방침을 확인하는 이른바 “무사수행” 기간을 거친다. 또 일본임상종양약학회는 2014년부터 외래암환자 인정약사 인증시험을 실시함으로써 이 인증을 받은 약사가 지역 내에서 외래 암환자의 창구역할을 하게 한다.

병원 처방전만 바라보던 일본약국들도 고객의 특성을 파악한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바라키현 조소시 등에는 맥도날드처럼 차를 타고 조제약을 타가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약국이 몇몇 등장했다. 조소시 약국의 경우 근처에 정신과 진료환자가 많아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환자와 가족의 정신적 부담이 컸었는데 이 약국은 이를 고려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도입했다. 조제업무도 철저히 효율화 함으로써 차에서 처방전을 접수하고 건물 반대편 창구에서 약을 받는데 10~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예방의료 측면에서 큰 활약을 하는 약국도 있다. 도쿄에 있는 포럴(Forall)이라는 약국체인은 약 80명의 사무직원의 대부분이 관리영양사다. 이들은 당뇨나 고혈압 환자에게 식사지도를 하며 건강상태에 맞는 레시피를 제안하고 있다.

이처럼 조제중심 경영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일본 약국들은 정부의 의료비 절감정책을 달성하기 위한 재택 및 예방의료 측면에서의 역할에 뛰어들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건강허브로 탈바꿈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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