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숙 기자가 직접 체험한 CSR| ⑦한국유씨비제약 뇌전증 인식개선 캠페인

 "애착인형 만들기, 강풀 작가가 참여한 뇌전증 알리기 웹툰 제작, 걸음 수로 기부하는 워크게임..." 약물보다 사회공헌(CSR) 보도자료가 더 많이 나오는 제약사. 그만큼 사회공헌(CSR)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지 궁금했다. 이들의 사례가 다른 국내외 제약사가 CSR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히트뉴스는 최현범 한국유씨비제약 부장을 만나 CSR 전담부서 없이도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한 어려움도 적잖았다. 

최현범 한국유씨비제약 부장을 만나 CSR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CSR 프로그램은 어떻게 기획되나? 전담부서가 따로 있나?

“큰 규모의 제약사는 CSR 부서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없다. 그러다보니 전 직원들이 CSR 프로그램에 관한 아이디어를 개진한다. 아니 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프로젝트와 어울릴 만한 팀원이 모여 TFT를 꾸린다.

TFT는 다른 제약사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군의 CSR 사례를 조사하고 모니터링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내부 역량으로 실현 불가능한 건 에이전시의 도움도 받는다. 이렇게 틀이 잡히면 전체 예산을 짜고 컴플라이언스, 메디컬 부분에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회사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방향성은 무엇인가?

“환자의 삶 개선과 전 직원 참여다.”

-환자의 삶 개선? 모호하게 들리는데.

“환자의 삶을 얼마나 개선시켰는지 객관적으로 나타낼 지표는 없다. 일례로 뇌전증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중의 인식 개선이다. 하지만 얼마나 캠페인이 대중의 인식을 개선시켰는 지 확인할 마땅한 지표는 없다. 환우분들의 피드백을 받는 정도다.”

-회사에서 그동안 진행한 CSR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2013년에 키자니아에서 뇌전증 소아 환우와 함께 하는 체험행사가 있었다. 당시 환우 가족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환우 분들과 함께 이천 농장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체험활동도 벌였다.

최근엔 질환 인식 개선을 위해 ‘씨드 베어’라는 캐릭터 인형을 직접 제작해 판매했다. 수익금은 ‘구세군 두리홈’이라는 단체에 전달했다. 회사 법인카드 포인트는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한다. 뇌전증 인식 개선의 날을 맞아 강남역 건물 옥외간판에 자체 제작한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했다. 환우분들이 영상물 제작에 많은 도움을 줬다.”

뇌전증 캐릭터 '시드 베어'
뇌전증 캐릭터 '시드 베어'

-뇌전증 인식개선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인식 개선을 체감하나?

“아직도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뇌전증 환우 분들은 경련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질환을 앓고 있지 않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때문에 일부 뇌전증 환우 분들은 굳이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때문에 오프라인 캠페인을 환우 분과 함께 하기 어렵기도 하다. 

우리가 학회, 환우단체와 아무리 많은 캠페인을 진행해도 언론 등 미디어에서 뇌전증에 대한 부정적인 사건이 터지면, 우리가 지속적으로 펼쳐온 캠페인은 한번에 묻힌다. 어쩔 수 없이 국지적으로 캠페인이 진행돼 대중속으로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다.”

-학회와 함께캠페인을 진행하는 건 어떤가?

“전문의약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여러 제약 조건이 있다. 대중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이면, 규제에 대한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마케팅 활동으로 비춰질 우려 때문인가?

“(대중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쳤을 때 규율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때문에 회사가 자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광고가 아니더라도 자칫 광고로 비춰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이런 것까지 감수하긴 어렵다. 물론 요즘에는 식약처도 질환 인식 개선 차원의 캠페인은 어느 정도 허용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유튜브나 SNS 등을 활용하는 것도 어렵나?

“바이럴 마케팅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아직 질환 인식개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제약사도 먼저 나서기 쉽지 않은 구조다. 우리도 작년에 ‘뇌전증 바로알기’라는 책자를 발간했는데, 유통 채널이 마땅치 않았다. 이 웹툰을 우리가 인터넷에 개제했을 때 질환 인식개선인지, 광고로 보여질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다. 식약처에 자문을 구했을 때도 명확한 답변을 못 들었다. 

대중을 대상으로 질환 인식 개선 캠페인을 펼쳤을 때, 행정처분보다 대중의 시선이 더 두렵다. 우리는 단순히 뇌전증 인식개선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것인데도, 외부에서는 마케팅 활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웹툰 작가 강풀 작가가 그린 '뇌전증 바로알기' 웹툰 일부

-CSR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뇌전증 환우 분들을 직접 영상에 담아 강남 옥외 광고판을 상영하는 캠페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환우 분들이 캠페인의 목적에는 공감하시지만, 사실 영상에 직접 노출되는 건 주저한다. 이런 환우분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영상 제작 관련해서만 연락을 하다가, 나중에는 일상적인 안부도 묻는 사이가 됐다. 영상물이 완성됐을 때 들었던 ‘감사하다’라는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늘상 듣는 ‘감사하다’라는 의미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다."

-CSR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나?

“가령 뇌전증 약물을 가진 회사가 공동으로 질환 인식 개선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 어떨까 한다. 물론 각 회사가 같이 수행하기엔 여러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각 회사가 언젠가 필요성을 같이 느끼면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협회가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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