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자기개발" 강조하지만 "우리도 제약인, 소속감 느껴 좋아"

[hit-life] 2019년 제약바이오人 = (2) 제약·바이오업계에도 90년대생이 온다

90년대생이 직장에 자리잡고 있다. 1990년생이면 올해 서른으로 일찍 취업 했다면 대리 직급까지 올랐을지 모른다.

386세대, 엑스(X)세대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그들도 기성세대의 꼬부라진 눈에는 생경하거나 못마땅 했지만 조직의 어엿한 일원으로 제몫을 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생들도 어김없이 직장에 들어가고, 낯선 문화와 마주 서 있다. '참 다르네'하는 사람들이 눈길을 주고받고 카톡을 주고 받는다.

'스카이캐슬'의 아이들처럼 전쟁같은 공부 끝에 대학에 들어갔고, 취업난 때문에 부모들에게 미안했으며, 스마트폰으로 불안을 떨쳐내던 90년대생들은 보수대왕이라는 제약업계에서 오늘도 무사할까? 

제약업계 90년대생 3인(다람 · 요정 · 젊은 날의 에이스 (가명))을 만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회사나 기관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다. 소속과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조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이 세사람의 이야기가 제약업계 90년대생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만만치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는지라 같이 웃고, 때론 공분했다.

▶ "나인투식스(오전 9시~저녁 6시)는 당연한 것 아닐까? 이 시간 내 못한 일은 그 이후에도 못 할 것"

다람(가명) 씨는 "90년대생을 대표하는 의견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래도 할말은 했다. "입사 초기 오전 7시30분까지 본사로 출근한 뒤 9시에 현지로 이동하는 규칙이 있었어요. 6개월 가량 지나자 제약업계가 직원들의 라이프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어요. 블라인드 앱으로 사내 이야기가 공론화되는 회사도 있었더라고요. 그러더니 저희 회사 규정도 바뀌었어요."

다람씨는 단체 카톡방이라는 감옥에서도 해방됐다. "퇴근 후 카톡 금지법 이야기가 여론화되면서 카톡방도 사라졌죠. 팀원들과는 '이제 살만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어요. 그 이후론 편하게 다녔어요."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람씨는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또 신입사원이다보니 적응하는데 애썼는데요. 다만 회사를 오래다니고 있던 팀원들은 불만을 각자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 말을 듣고 있던 요정(가명) 씨가 나섰다. "왜 편하게 다녔죠?"라고 농담을 던지며 "저는 요, 나인투식스(9to6)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이 시간 안에 못하는 일이라면 그 이후에도 못 할 것같아요. 그리고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윗 분은 무슨 일이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됐든 당연히 해야지라고 하시는데 저는 밀도있게 일하고 '칼퇴'를 하는 게 일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찾는 방안이라고 봐요."고 했다. 마치 "6시 이후에도 당연히 해야한다"는 윗 분의 의견을 들은 듯 단호했다. "일찍 출근하는 게 미덕이요, 우직하게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게 성실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요정 씨가 카톡에 이런 말을 남겼다면 끝에 ㅠㅠ를 붙였을 것 같았다.  

젊은 날의 에이스(가명) 씨도 "오전 10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일을 해요. 입사해 보니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돼 있었어요. 초과 근무를 신청하면 되는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라고 했다.

에이스씨는 "사실 첫 직장에서도 '막내'였는데요. 성격상 출근시간보다 미리 가서 문도 열어놓고 청소를 하며 오늘 '어떤 일을 할까' 계획을 짜봤어요. 하지만 내 회사의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중간 도매상'의 역할이더라고요. 이직을 고민한 이유는 다양했지만 직접 우리 회사의 물건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70년대생, 80년대생, 90년대생 총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 세대별 워킹 트렌드'에 따르면 "야근, 주말 근무를 해서라도 내가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냐"는 질문에 70년대생은 43%, 80년대생은 42.5%, 90년대생은 32.5%만 동의했다.  

▶ 쉬는 날? "술 먹어요"·"집에서 쉬어요"·"약사 유튜브 봐요"
   "가끔 일 생각나지만, 정말 '생각만 한다'"… 회식은 아직 어려워

퇴근하면 뭘 할까? 칼퇴가 아닌 팀 회식이나, 거래처와 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다람 씨는 "여가시간에는 대부분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며 "술을 좋아해서…"라고 말했다. 거래처 만남에 대해선 "(거래처와) 술자리를 갖는 것은 아주아주 좋아하지 않아요,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점심 미팅을 잡아요,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고 했다. 

요정 씨는 어떨까. "외부 사람과 저녁 자리는 부담스럽다." 쉬는 날 요정 씨는 "전엔 쉬는 날엔 약속을 잡아서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 학원도 다니며 공부도 했는데 요즘에는 집에서 쉬는 편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요정씨는 쉴 때 오는 카톡을 볼 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저녁에도 가끔 오고, 바로 찾아 조치를 해드리고 있어요. 붙잡고 해야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발신인'이 뜨는 순간 좋지만은 않아요. 미안하다고 보내시지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람씨는 "주중에 실수를 했다면 마음이 무거워 일 생각을 할 수 있고 일요일이 되면 내일 '일을 가야하네…' 생각이 들어요."라며 "퇴근 이후 가끔 업무 연락이 오기도 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오면 보고 확인하는 정도로 진행해요." 다만, 다람 씨와 요정 씨는 팀원끼리 소통할 수 있는 회식은 좋아했다. 

에이스 씨는 일과 휴식 사이에 갈등을 겪는 듯했다. "7시에 퇴근해 쉬려하지만 자꾸 머릿 속에서 일 생각이 나요. 신입사원 때부터 그랬는데 결국 '번아웃 증후군'에 걸렸죠.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편했어요." 그의 입에선 결국 일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에이스 씨는 회사를 옮겼다. "문과 계열 전공이라서 의약 분야는 잘 몰랐어요. 요즘에는 유튜브로 약사님들의 방송을 보면서 성분별, 제제별 특성을 배우고 있어요."

▶ 친구들한테 '○○에서 ○○한다' 해보니… "약팔이야?", "엄청 힘들겠다…" 돌아와

90년대생들은 대체적으로 대학을 졸업한지 채 3~4년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동기들도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본인이 해야할 일을 하고 있고 이따금씩 만난다. 이때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이들은 자신이 "제약업계에서 이러이러한 일을 한다"고 말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요정씨는 자기 일을 친구들이 "재밌겠다, 매일 즐겁겠다"고 생각해주니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없어 난감해요."라고 했다. 이유는 매번 새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이다보니 어떻게 예상될지 모르며 책임지고 끌고 가야하는 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 요정씨의 생각.

이제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요정씨는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고 대답한다. 요정씨는 "특정한 업무를 맡아 하는 일만 딱 끝내면 되는 직군이 부러워요. 힘들지는 않지만 정할 수도, 정해진 것도 없는 게 좋지만은…"

다람씨는 "그렇게 회사 OTC를 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요."라며 "그럼 듣자마자 '응, 줄게' 그러고 말아요."고 웃었다. 사실 제약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느낀 다람씨는 "되게 힘든 일 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어우, 엄청 힘들겠다"는 말을 들을 때 다람씨는 "제 생각에는 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힘든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누군가 과시하듯 '너무 힘들다'를 강조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주변 지인들이 지나치게 허황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다람씨는 "솔직히 본인 하기 나름인 것같아요. 술 자리까지 만들지 않는 것이 제 방식이죠.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스스로 나가서 하는 본인만의 스타일이에요. 지인들이 안타깝게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았죠... 술 먹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력해서요."라고 했다. 

에이스씨는 "이직할 때 친구들한테 소문이 다 났어요. '큰 회사에 들어갔다'고 축하해주지만 친구들은 제약업계를 전혀 모르더라고요. 사회적 기업에 들어갔냐, 봉사단체에 들어갔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때 '나는 제약사에 다니고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줄줄 읊었죠."

이어 에이스씨는 "친구들 중에는 '약팔이'라고 농담삼아 던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더라고요. 사람들이 관심있는 분야가 아닐 때는 새로 알려야 하는 수준만 아나봐요."라고 했다.

▶ 제약업계 '오픈 이노베이션' 기류 흐르듯, 조직문화도 '혁신' 어떨까
   업계 특성상 "버티는 사람은 '소속감' 갖고 오래 일한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고 특정 세대의 특징을 모아 '요즘 애들은 이래'라고 구분짓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또, 업계의 특성을 무시할 수도 없다. 조직이 동료를 존중하고 기업은 종사자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은 언제나 옳은 것처럼 "90년대 생을 미래 세대"로 봐주면 족할 듯하다.

"버티는 놈이 승자, 욕먹어도 내일 출근하자고 동료끼리 이야기도 했다"는 다람 씨는 어느 새 보람을 이야기한다. "정보를 알리고 전달할 때, 아 내가 제약업계에 있구나하는 소속감을 인지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다람씨는 "모 제약사의 경우 직원들에게 A, B, C 등 등급을 매겨 주기적으로 평가 하더라고요. 아웃풋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알지만 실적과 성과 중심 문화가 짙은 것 같아요..."라며 "제약업계가 '보수적'인가 묻는다면 기업 수뇌부만큼은 보수적이라고 해야겠죠. 직원들의 의견을 기업 비전에 넣는 회사가 있을까요? 조직에 새로 들어가는 사람이라면 그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라고 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 기류가 흐르듯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회사, 특히 벤처기업은 "종사자의 성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구축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에이스씨는 "우리 회사는 실적만을 강조하는 곳 아니에요. 그런 문화면 이직했을 걸요. 팀 내 분위기가 '우리는 다 같은 팀원'으로 수평적이에요. 회식 때도 막내지만 고기를 굽게 하지 않아요. 힘든 일을 격의없이 이야기하게 도와주시죠. 그래서 해야하는 일은 담당자로서 책임감도 가져야겠다고 느꼈어요."라고 자신의 팀을 긍정적으로 소개했다.

다람 씨는 "회사는 영업사원에게도 '전문적인 모습'을 갖추길 권유해요. 열심히 하는 모습만 어필하는 영업전략보다 판매하는 약은 영업사원이 가장 잘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배들도 '회사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세요"라고 다람 씨는 말했다.

이들은 제약업계 종사자로서 직업적으로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무엇보다 자신이 느낀 제약산업의 특성과 계속 업계 종사자가 되겠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람씨는 "정보를 알리고 전달해줄 때, 아 내가 제약업계에 있구나라고 소속감을 느끼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사람을 만나다보니 대처하는 법도 터득하고, 위기관리 능력도 생겼다는 다람씨. "팀원들과는 각자 맡아서 할 일 하고, 가끔 회식도 하면 가족적인 분위기도 이어졌어요."라고 했다.

요정씨는 "적응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관계자들과 사안을 조율하는 법을 알게 되고 일의 시작과 마무리 처리를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네요."라고 했다.

에이스씨는 "제약업계에 90년대생 또래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현재 본부에서 제일 어린 직원이에요. 면접볼 때 '사회경험이 없고 어린 나이에 일을 잘할 것인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를 증명해야 했어요."라며 "다만 빨리 입사한 게 저에게는 큰 메리트에요.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었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에이스씨는 "서른이 넘어서도 제약업계에 있을 거에요. 앞으로 최소 5년은 이 회사에 있을 거에요."라며 "고민없이 제약산업으로 온 게 아니에요. 제약산업 종사자가 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아플 때 치료해줄 수 있는 '약'을 매력적으로 느꼈죠."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솔직하게 "돈을 많이 받는 건 그만큼 열심히 해야한다는 걸 잘 알아요. 경험을 해보니 비교가 되더라고요. 개인적인 커리어를 생각해도 제약업계에는 오래 있을 거에요. 학생 때부터 꿈 꾼 만큼, 지금은 회사에서 장기근속하는 게 목표에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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