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빅데이터 분석...여아, 남아보다 8.9배 더 많아

 '성조숙증'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새 연평균 증가율은 10%에 육박했다. 대부분은 14세 이하 어린이들인데,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8.9배나 더 많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환경호르몬 노출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영양관리로 비만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3~2017년 '성조숙증(조발사춘기, E301)' 질환자 분석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성조숙증'은 다른 또래 아이들 보다 2차 성징(사춘기의 신체적인 변화)이 2년 정도 빠른 것을 말한다. 여아는 8세 이전에, 남아는 9세 이전에 시작되는 경우를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인 경우 성장판이 일찍닫혀 성인키가 작을 확률이 높으므로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주의깊게 관찰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진료환자=건강보험 가입자 중 '성조숙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2013년 6만7021명이었던 진료인원은 2017년 9만5401명으로 연평균 9.2% 늘었다.

성별로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8배 이상 월등히 많지만, 증가율은 남자아이가 더 높게 나타났다. 실제 여자아이는 같은 기간 6만1096명에서 8만5806명으로 연평균 8.9%, 남자아이는 같은 기간 5935명에서 9595명으로 연평균 12.8% 씩 각각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인혁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환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진성 성조숙은 여아에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연구와 일부 유럽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만, 빠른 사춘기의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했다.

또 "남아의 경우 여아에 비해 서서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역시 환경오염, 비만, 가족력 등이 주 원인"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국내외 연구들에서 여아의 성조숙증 유병률이 남아에 비해 10~30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왜 여아에게 이렇게 많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설명이 어렵다. 여성 호르몬과 비슷한 환경 호르몬이 많이 발견 된다는 점, 비만의 경우 지방 세포에서 여성호르몬을 분비한다는 점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연령대별 진료현황=2017년 기준으로 전체 진료인원 중 5~9세 이하가 5만 2천명(55.5%)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10~14세 이하가 4만 1천명(43.3%)으로 뒤를 이었다. 질환의 특성상 대부분의 진료인원이 5~14세 이하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였는데 여아는 5~9세 이하가 59%(5만615명)로, 남아는 10~14세 이하가 71.1%(6,821명)로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대비 진료인원 수를 분석한 인구 10만 명당 진료인원은 5~9세 이하 연령대가 100명 중 약 2.3명, 10~14세 이하 연령대가 100명 중 약 1.8명으로 파악됐다. 성별로는 여자아이의 경우 5~9세 이하 연령대(4,489명), 남자아이는 10~14세 이하 연령대(576명)가 가장 많았다.

정 교수는 "여아의 경우 실제 성조숙 증상(가슴발달, 머리냄새 변화, 음모 시작 등)이 많아지고 있어서 의료 기관을 찾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남아의 경우 의료 기관을 찾는 주 연령대가 10세 이후로 실제 성조숙증이 아닌 키 성장에 대한 걱정으로 의료 기관을 찾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진료비 현황=2013년 354억원에서 2017년 499억원으로 145억원이 늘어 연평균 8.9% 증가세를 보였다. 약국과 외래 전체 진료비가 각각 연평균 15.5%, 9%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국 1인당 진료비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추세(연평균 2.1%)를 보인 반면, 입원과 외래 1인당 진료비는 각각 연평균 0.5%, 0.3% 씩 감소했다.

아울러 2017년 한 해 ‘성조숙증’ 질환으로 요양기관을 방문한 진료인원 중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7만5천여명이 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의원 14%(1만6,543명), 병원 10%(1만1,836명) 순이었다.

정 교수는 "성조숙증 확진을 위해서는 성선자극호르몬 검사와 필요한 경우 머리 MRI 촬영,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소아 내분비 전문의가 판단해야 한다. 현재 소아 내분비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은 주로 종합병원 이상이어서 최종 판단을 위해 상급의료기관으로 의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성조숙증 당사자는 조기 골단 융합으로 최종 성인 신장이 작아지며, 신체·정신적 불안의 문제와 성적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아의 경우 초경이 빠를 경우 유방암의 위험이 증가하며 불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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