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약사학술대회서 약국경영 주제 강의
"차별화·브랜딩·구름사다리" 강조

"산업이 발전하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만큼 변화가 요구됩니다. 다른 분야의 이야기지만 '차별화'와 '브랜딩',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면서 고객의 니즈는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기에 융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동아제약 최호진 사장은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4회 경기약사학술대회에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약국경영,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동아제약 최호진 사장

최 사장은 먼저 "자신이 약사는 아니지만, 제약사에 들어오기 전 다양한 경험들을 토대로 뭔가 의미있는 이야기해달라는 취지에서 경기도약사회에서 강의를 의뢰한 것 같다"고 했다. 

잘 알려졌듯이 그는 금융인에서 광고인, 이후 동아제약 CEO까지 오른 인물.

그는 "서로 다른 것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 통섭과 융합하는 능력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 이종 환경인 저의 경험이 약국경영에 응용 또는 차용된다면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것을 활용하고 차용하는 게 통섭의 시작"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약사의 '미래'라는 이야기도 있다. 앞으로 미래에는 융합하면 살고, 융합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감히 이야기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제약사도 어떻게 융합할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은 그는 "고객의 기준에서 왜 융합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며 "항상 고객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니즈를 찾고 융합할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약국도 '차별화' 고민할 시대…중심은 '약사'

그가 꼽은 첫 번째 키워드는 '차별화'. 증권사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다는 그는 "동서증권의 광고에 '각광받는' 이라는 단어가 와닿았지만 들어오니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상이었고, 정부의 제도 안에서 차별화 없는 제품, '친절성'만 차별화 요소였는데 온라인이 등장했다"고 했다. 이어 "금융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업종 중 하나가 되고 있는데, 약국도 유사한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제약사도 어떤 변화를 모색할지 고민한다. 꽃집이 꽃 배달을 할 때 샴페인을 보내는데 '박카스가 들어가면 응원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이런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했다. 또 "잡지를 매월 정기구독하듯 성인용 기저귀나 부피 있는 환자식을 정기적으로 배송할까도 고민해봤다. 약국도 약국만의 차별화가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약국의 중심은 약사"라고 제안했다.

동아제약 최호진 사장의 '약국경영,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강의를 듣는 약사들

사람도 브랜딩하는 시대… "약사 이름 단 약국 어떤가요"

금융인에서 광고인으로 이직한 그는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광고의 주역 배순훈 사장, 동아일보 권오기 사장 등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배 사장은 '제품은 기술을 접목해 어렵고 복잡한 것보다 사용이 용이하고 튼튼한 것이 숨어있는 기술의 본질'이라는 철학을 강조했고, 권 사장은 '만나면 반갑고 또 만나면 얻는 게 있고, 내일 또 보고 싶고 일이 있을 때 더 보고 싶은 사람 같은 신문이 되겠다'는 비유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과거 사회가 가치를 두는 것이 유형자산이었다면 미래에는 건강과 동료애, 변화에 대한 대응력 등의 무형자산들이 훨씬 더 큰 가치를 줄 것이라고 한다. 약국도 스토리를 만들어 고객과 소통 방식을 정한다면 소통 창구의 역할도 할 수 있다. 브랜드로 보자면 약사의 이름을 건 약국도 떠올릴 수 있다"고 했다.

최 사장은 또 "고객 입장에서 대기시간이 긴 것을 싫어하지만, 고객이 둘러보고 즐겁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변화는 용기에서 시작, '구름사다리' 같은 것"

그는 "저는 이직을 결정할 때 한 손을 놓을 준비가 돼 있다. 결정할 때마다 용기라는 단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갈 길을 갈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처음 제약업계에 들어왔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온듯 10년정도 뒤로 온 느낌이었다. 밖은 변하고 있고 속도도 빠른데 제약업계는 잘 보호된 과거의 세계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과거의 장점도 있지만, 밖과 경쟁할 때 경쟁력이 있는가를 생각한다. '동아제약도 46년간 1위였지만 보수적인 면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케팅을 영업 정책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 광고하면 제품이 안 팔린다는 인식으로 인해 제약업계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오고 나서야 광고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이미 드럭스토어를 찾고 다른 유통망을 이용하고 있다. 약국도 지금 약국에 소비자들을 얼마나 많이 올 수 있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안에서의 경쟁은 소모전이 대부분이다. 밖과 경쟁하며 장기적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트렌드를 쫓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본질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 본질이 무엇인지 찾고, 그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게 고민하며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약업계와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는 어떨까. 산업이 발전하면 경쟁은 치열해지고 변화는 더 많이 요구된다. 광고·금융 이야기를 했지만 차별화와 브랜딩, 구름사다리를 생각해보며 고객의 니즈를 찾는 '융합형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게 또한 약국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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