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위법 하지 않을 궁리만 해서야...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정부가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시행 6개월간 처벌이 아닌 계도 중심으로 지도·감독하겠다고 한 발 물러나긴 했다. 그러나 주52시간을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수동적이다. 제약바이오 산업계는 조직과 근로문화의 과감한 개선을 통해 이를 능률과 효율의 문제로 치환해야 한다.

근로문화의 1차 변혁이었던 주5일근무제는 논의를 본격화한지 6년만인 2004년에서야 공기업에서부터 시작해 이듬해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프랑스는 1936년, 독일은 1967년, 일본은 1987년에 이미 5일제를 도입했다. 지금은 당연한 5일제가 그때는 낯설었다.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제도의 코 앞에서 무조건 유예를 주장하지는 말아야 한다.

사내 PC를 끄고 소등하겠다는 이야기는 들려도 52시간 시행을 계기로 업무 프로세스와 근로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선언은 아직 없다. 유연근무제와 대체휴가 등을 직종별로 적재적소에 활용함으로써 인건비 부담과 생산, R&D의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방법론만 있다.

방법론에만 집중하는 것은 결국 위법만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래서 연장수당만 덜 받고 일은 그대로 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근로자들 사이에는 있다. 회사는 야근시킨 적 없다는 물증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자발적 연장근로를 선택사항으로 남겨둔다는 의심이다.

“우리 회사는 사장이나 임원들이 아니라 인사팀 등 현장 직원들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해 일단 시행하기로 했다. (중략) 사장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중략) 왜 주 52시간에 맞춰 일을 해야하는지 노사 모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주52시간 관련 포럼 발표내용 中>

주52시간 대응을 담당하는 회사 관계자의 증언이다. 조직이나 근로문화의 변화 없이 52시간만 맞춘들 무슨 소용인가. 회의 시간 및 횟수, 보고서 작성, 퇴근임박 업무지시 등 일하는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결단이 먼저다. 선택 및 탄력근로제 운영시 평균 근로시간을 구하는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6~12개월로 확대하는 문제, 의약품 생산·개발의 특수성을 감안해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하는 것은 그 다음 순서다. 

그래야 회사가 자발적 연장근로를 은근히 기대한다는 의심을 털어낼 수 있다. 

근로제도의 시대적 변화를 그린 만화. 시대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제도를 부정했다.
근로제도의 시대적 변화를 그린 만화. 시대마다 사람들은 새로운 제도를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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