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유도하고, 입찰자들은 그에 맞춰 춤추고
1원에 공급해도 수지맞아 망한 자 없기 때문?

최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지난 2년에 이어 올해 의약품 입찰에서도 1원짜리 의약품 낙찰자를 탄생시켰다. 단골 1원짜리 약제도 나왔다. D제약의 도네페질 염산염 제제인 '아리셉트 정'이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장기개근 1원짜리 약의 영예를 지켰다. 보험 상한가의 2000분의 1정도의 가격이다. 이 도네페질 약제에는 32곳 도매유통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1원에 투찰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올해 의약품 입찰 예가는 품목별로는 다르지만 보험 상한가 대비 평균 10% 수준으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타 입찰 의료기관들이 그 동태를 주시할 것이고, 그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것 같다.

이런 의약품 입찰사태들과 관련해,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최근 이사회를 개최하고 '국공립병원의 입찰질서 회복'을 시급한 당면 과제로 선정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총력을 다 하기로 했다.

서울시의약품유통협회 산하 병원분회는 최근 월례회를 개최하고 의약품 입찰시장을 '도매유통사들 간 이전투구 진흙탕 싸움터'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입찰 소식들은 매년 반복해 전해지고 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닌 듯싶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모든 것이 이에 맞춰 변해가고 있는데, 오늘의 입찰 사태는 여전하다.

옛날의 상학(商學)에서 경영학으로, 머천다이징(merchandising)에서 마케팅으로, 프로파(propaganda)에서 엠알(MR, marketing representative)로 등 환경변화에 맞춰 이름만 그럴듯하게 개칭되고 업무의 성격과 하는 일 등이 전과 다르게 차별화되고 있지만, 거친 '장사'의 본능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논의만 있을 뿐 딱히 실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도매유통업계의 대표 조직체들이 안타깝게 보인다. 이 입찰 문제도 일종의 '구성의 모순(the fallacy of composition)'인가.

입찰 참여 도매유통사들이 저렇듯 초저가 투찰을 하는 것은 틀림없이 어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비록 주먹구구식이지만 장사 수단이 프로(professional) 중의 프로라고 정평이 나 있는 도매유통사들이 앉아서 손해 볼 장사를 하겠는가.

제약사가 1원(초저가 포함) 낙찰에 대해 뒷받침 보장을 해준다거나, 1년간 1원으로 납품해 손해를 봐도 2~3년 후에 그 손해를 만회할 자신이나 어떤 묵약 등이 있다든가, 아니면 병원에 1원으로 서비스하고 그 대가로 외래 처방전을 듬뿍 받아 그 병원 주변의 문전약국에 보험약가 상한 범위의 높은 가격으로 납품을 해 타산을 맞추는 꼼수 전략 등과 같은 '믿는 구석'일 게다. 1원에 낙찰 받아 손해보고 업계를 떠난 도매유통사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마케팅이 된다면 수단·방법 안 가리는 업계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위와 같은 현상을 당국이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부추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잘 안 간다.

'공정거래법(약칭) 시행령' 제36조 제1항은 '경쟁사업자 배제, 부당염매, 자기의 상품을 공급함에 있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계속 공급하는 등,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또한 '약사법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는 '도매상은 실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령과는 배치되게, '약제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제 상한금액 조정(실제는 거의 100%인하임)기준' 제2호 나목은 국공립요양기관을 실거래가 조사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킴으로써 1원짜리 의약품 낙찰이 유도되도록 하는 조치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공립병원의 낙찰 가격은 당국이 왜 관리하지 않는가. 왜 그들의 1원 등 초저가 약제 실거래가는 상한금액 인하 조정에 반영하지 않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피보험자들에게 유리하니까 그러는가. 조정 대상에서 빼주는 것이 피보험자들에게 유리하단 말인가.

도매유통업계가 무턱대고 1원 등 초저가 투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그들의 이윤 셈법은 컴퓨터도 저리가라다. 기상천외하다. 입찰병원의 원내 소비는 적고 반면 원외처방이 훨씬 많은 제품을 골라서 초저가 투찰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봤는가. 낮은 약가로 이득을 보는 입원 피보험자들의 수보다, 제값(보험상한가 등) 다 지불해야 하는 원외 처방을 받는 피보험자들 수가 훨씬 더 많은 약제에 한해, 마케팅 전략상 초저가로 덤핑 친다는 것을 건보 당국은 따져봤으면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뭐가, 피보험자들에게 유리한가를.

1원 또는 초저가 투찰은, 분명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부당 염매(廉賣) 행위다. 또한 그것은 약사법 제47조의 입법 취지인 판매질서 유지 이념에도 반하는 불법성 행위다.

따라서 도매유통업계와 제약업계는 1원을 포함하는 초저가 투찰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건보당국은 피보험자를 위해서라도 의료기관 저가 낙찰 관리에 옷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국공립병원도 필히 약제 상한금액 조정을 위한 실거래가 조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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