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지시 여부 기준...R&D 재량근로시간제도 마찬가지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앞두고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변화의 방향성 정립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많은데, 포괄임금제 운영에 따른 임금보전과 유연근무제도를 운영할 경우 발생하는 업무지시 문제가 대표적이다.

◆공짜야근 조장? 포괄임금제=포괄임금제는 실제 초과근무 시간대로 지급하지 않고 근로자와 미리 합의한 수당을 급여에 일률적으로 포함시켜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일부 직종에 한해 판례로 인정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반 사무직으로 확산됐다. 전체 기업의 30.1%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제약바이오 업계 상당수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짜 야근”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포괄임금제는 폐지되거나 기업의 무분별한 악용을 막기 위해 적어도 세부지침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반드시 52시간 이내로 조정해야 한다.

이 경우 감소한 근로시간 만큼 임금도 낮출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데, 급여수준을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김봉철 더원노무컨설팅 대표는 “줄어든 구성시간에 비례해 포괄임금액을 낮추는 것이 허용될지는 현재 판단할 수 없으나 근로기준법 3조(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이 기준을 근거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는 없다)를 고려하면 임금을 낮추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연근무 하에서의 업무지시, 어디까지?=현장활동을 하는 제약바이오 영업사원의 경우 간주근로시간제 도입이 유력한 대안이다. (히트뉴스 2018.06.14. 영업직군에 간주근로시간제 적용?) 그러나 영업사원의 업무시작과 종료를 회사가 통제한다면 이 제도는 도입할 수 없다.

제약 영업사원들의 업무상황 보고방법인 콜(Call) 리포트의 경우는 어떨까? 일부에서는 콜 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근무시간에만 리포트하고 저녁 6시 이후에는 시스템을 종료하는 방안까지 생각한다. 이와 관련 금원환 누리컨설팅 공인노무사는 “간주근로는 근무시간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콜 리포트의 경우 시간을 최대한 넉넉히 보장하고 영업사원이 자율로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입력하도록 하면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간주근로 하에서는 주말 학회참석 등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학회 참석을 지시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가능하다. 김봉철 대표는 “학회나 세미나를 참석해서 영업성과가 올라가면 성과급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참석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면 수당지급 문제에서는 예외”라고 설명했다.

R&D와 같이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에 적합한 재량근로시간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업무수행 과정에 대한 구체적 지시가 있으면 제도가 성립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경우 연구과제 진행과정을 연구원들과 함께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단계가 끝나는 시점에서의 결과물에 대한 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연구문화를 바꿔야 되는 문제가 생긴다.

김봉철 대표는 “6개월간의 계도기간이 있다고 52시간에 근로시간을 맞춘 제도도입을 미루기 보다 회사의 문화를 근본부터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 기간을 이용해 노사가 문제점을 찾아내고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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