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해약 감소·사고 신속대응·불법유통 감소

[hit-check]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개선방안은?
1) 끝나지 않는 일련번호 논란
2) 일련번호가 주는 기대효과
3) 연구자의 대안은

일련번호제도는 제약, 유통업체에 이어 요양기관까지 전 과정에 걸쳐 도입한다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화여대(연구책임자 배승진 교수, 연구원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의뢰한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제도 효과분석 연구'를 통해 일련번호제도의 직·간접적 효과를 예측해 제시했다.

우선 직접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위해의약품 감소, 의약품 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 불법유통 감소, 주사제 분할투여 방지 등을 꼽았다. 또 간접적 기대효과로는 의약품 재고 및 유통 투명화·선진화, 의약품 사용 신뢰도 향상, 사회적 비용 최소화 등을 제시했다.

의약품 비정상적 유통·위조 감소=연구진은 일련번호는 개별 의약품에 대한 고유번호이므로 여러 의약품에 한 번호가 동일하게 찍히는 제조번호와 달리 각 의약품에 식별번호가 부여된다면서 위조의약품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비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의약품, 다시 말해 허가된 자에 의해 유통되지 않은 사례(인터넷 유통 등)가 확인되는 경우 일련번호를 이용해 경로를 역추적하고, 신속하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10월 발생한 백신 불법유통 사건 때 일련번호를 이용해 역추적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특히 2010년 관세청의 '2005~2010년 가짜 의약품 밀수적발 현황' 자료를 인용, 일련번호를 통해 위조의약품을 차단하면 가장 최근 기준인 2010년 기준으로 봐도 연간 980억원 정도의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주사제 분할투여 방지=연구진은 일련번호를 요양기관까지 확대 시행할 경우 의약품 분할투여 방지를 통한 허위청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사평가원이 2016년 공개한 '요양급여 청구 부당사례 모음집'을 보면, 의약품 증량청구는 대표적인 부당청구 유형 중 하나다. 가령 앰플 1개를 나눠서 2명의 환자에게 분할투여하고 청구할 때는 환자당 1개, 앰플 2개를 투약한 것으로 부당청구하는 사례다.

연구진은 일련번호제도가 요양기관까지 도입되면 이렇게 같은 의약품을 수 차례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진다고 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건강보험 재정누수도 줄일 수 있다.

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7년 3월 79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서면조사를 실시해 이중 77개 기관에서 약 66억원의 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중 주사제에 의한 금액이 0.1%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2017년 기준 전국 의료기관의 주사제 증량 청구금액은 약 33억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심사평가원 현지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으로 적발되지 않은 음성적 분할투여까지 고려할 때 보수적인 절감액수라고 했다.

리베이트 의심사례 감소=연구진은 일련번호제도를 통해 의약품 입·출고가 명확해지고 유통경로가 투명해지면 현지조사를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히 실시해 적절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면서 현재 행해지고 있는 형태의 리베이트는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가 추정한 리베이트 규모는 제약사 매출액의 약 20%에 이른다. 연구진은 리베이트의 경우 다양한 요인이 있어서 일련번호 도입으로 모두 없앨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불법증겨, 불법판매, 허위신고, 기부, 폐기 등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기준 의약품 시장 21조원 중 불법리베이트가 약 1%라고 했을 때 약품비 예상절감액은 2100억원, 약 5%로 높이면 1조500억원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는 의약품유통협회가 제시한 투자비용(국내 모든 도매업체 총액기준 시설투자비 약 500억원, 인건비 1370억원)을 상회하는 긍정적 효과가 사회전반에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불법리베이트의 정확한 규모를 알기 어렵고, 윹ㅇ협회 자료 또한 다양한 가정에 근거한 것이어서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고 했다.

의약품 사고 신속대응 가능=연구진은 일련번호제도는 의약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 중 하나라면서 이는 품질문제와 같은 의약품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했다. 또 문제 의약품만을 타깃으로 회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 일련번호 기반 대응은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런 효과는 환자안전, 국가신뢰도 증가 등의 간접적인 긍정효과와도 관련돼 있다고 했다.

의약품 재고·유통 투명화-선진화=연구진은 현재 의약품 도매업체와 요양기관은 재고관리를 원활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련번호제도를 통해 각 단계에서 의약품 재고수량 등이 보다 효율적으로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요양기관에 확대 시행하면 입고 의약품이 확인돼 비효율적인 재고관리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런 재고의 투명성은 추후 반품문제 등과 관련돼 유통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의약품 사용 신뢰도 향상=연구진은 일련번호제도가 실시돼 유통이 투명해지면 비정상적/불법 의약품 유통이 줄고, 위조의약품 유입이 차단돼 올바로 제조된 의약품만 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또 분할사용을 방지해 오염 가능성이 감소하는 등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제거될 것으로 기대되며, 장기적으로는 의약품 사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증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특히 국민신뢰도가 높아지면 내국인들의 국내유통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고, 외국인들도 국내 제약사가 제조한 의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할 수 있어서 국내 제약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간접적 편익이 파생될 수 있다고 했다.

사회적 비용 최소화=연구진은 일련번호제도가 요양기관까지 확대되면 문제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에게 직접 연락해서 빠르게 회수하고 사용중지를 안내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런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의 편익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할 뿐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게 돼 편익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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