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기관 일련번호 확대 필요성엔 한목소리

[hit-check]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개선방안은?
1) 끝나지 않는 일련번호 논란

2) 일련번호가 주는 기대효과
3) 연구자의 대안은

한미약품 관계자가 지난해12월 도매업체 관계자들을 팔탄 스마트플랜트에 초청해 RFID 물류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가 지난해12월 도매업체 관계자들을 팔탄 스마트플랜트에 초청해 RFID 물류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약품 일련번호 보고 의무화는 올해 1월부터 유통을 포괄하는 2단계 사업에 본격 접어들었다. 하지만 바코트 일원화, 묶음번호 등 '풀리지 않는 숙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요양기관까지 3단계 사업으로 확장해야 하는 정부와 심사평가원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부분이다.

이화여대(연구책임자 배승진 교수, 연구원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제도 효과분석 연구'를 수주해 제약사, 유통업계, 기술관련 전문가 등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대면 또는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련번호제도의 취지와 각 쟁점 등에 대해 폭넓게 질문이 제공됐는데, 이해당사자들 간 의견차이는 여전히 컸다.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는 커녕 2단계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히트뉴스는 주요항목별 이해당사자들의 답변내용을 정리했다. 대상은 제약협회, 바코드 사용 제약사, RFID 사용 제약사, 병원대상 도매업체, 약국대상 도매업체(대규모 도매업체, 소규모 도매업체) 등이었다.

일련번호제도 '호불호'=제약 vs 도매 뿐 아니라 제약 vs 제약, 도매 vs 도매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RFID로 인한 인력감소 효과가 도입비용을 상회하고, 도매업체에 비해 바코드 출력 때 필요인력이 적다면서 긍정적인 의견이었다.

RFID 사용 제약사는 최종소비자(End user)의 정보도 관리해야 제도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며 역시 찬성입장을 밝혔다. 반면 바코드 사용 제약사는 인쇄·판독불량 문제, 업무증가에 비해 실익 없음, 생산 시 비용증가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병원대상 도매업체와 약국대상 도매업체 중 대규모 도매업체도 부정적이었다. 병원대상 도매업체는 재고파악 도움 불확실, 발사르탄 사례도 로트번호 관리로 충분함, 제조사가 양도되거나 제형이 바뀔 경우 표준코드가 변경돼 이 때마다 마스터를 수정해야하는 등 행정적 불편함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규모 도매업체는 취급 품목 수가 많아 비용이 증가하는 걸 부정적인 요소로 꼽았다. 배송정보 개선, 재고관리 개선 등 기대효과가 미미하다고도 했다.

이에 반해 약국대상 소규모 도매업체는 사회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찬성한다고 했다. 당사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바코드와 RFID=바코드 사용 제약사와 RFID 사용 제약사 간 입장은 확연히 갈렸다. 바코드 사용 제약사는 RFID와 바코드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었다. RFID의 경우 오류가 많고 별도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했다. 육안으로 인지할 수 없고, 작은 포장단위에 적용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바코드에 대해서도 인쇄가 지워지면 리딩이 불가하고, 바코드가 표시된 면만 리딩이 가능하다고 문제삼았다.

RFID 사용 제약사는 RFID에 긍정적이었다. 우선 발전된 RFID 방식을 버리고 바코드로 전환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 바코드로 전환하면 수리비용이 생기고, 속도감소, 공감부족 등의 문제도 생긴다고 했다. RFID의 기술적인 문제는 기술향상이 가능하다고 했다.

도매업체는 RFID에 부정의견과 긍정의견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병원대상 도매업체는 RFID를 사용하면 속도개선 효과가 있지만, 재고수량 확인의 어려움, 혼선발생, 묶음번호가 없어서 한번에 리딩이 어려움, 리더기 고가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대규모 도매업체는 재고관리 효율화와 시스템 자동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태그에 빗방울만 떨어져도 인식이 안되고 앰플, 패치제 등 개별단위 부착이 불가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소규모 도매업체는 시간 소모가 많아 RFID를 찍지 못한다고 했다.

바코드와 RFID 일원화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렸다. 바코드 사용 제약사, 병원대상 도매업체, 소규모 도매업체는 일원화에 찬성한다고 했는데 반해 RFID 사용 제약사, 대규모 도매업체는 부정적이었다.

RFID 사용 제약사는 동시 표기의 경우 동기화 작업이 필요한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를, 대규모 도매업체는 일원화가 되더라도 자동화가 불가능해 업무시간 단축에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를 각각 제시했다.

묶음번호 법제화=각자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역시 갈렸다. 제약바이오협회는 도매업체 출고에 활용 가능하고, 행정처분에는 반대하지만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RFID 사용 제약사는 심평원을 통해 묶음번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도매업체가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도매 자체 정확성이 떨어져 스스로 샘플링이 필요하고, 2차 도매업체에도 묶음번호 정보를 전송해야 한다고도 했다.

병원대상 도매업체는 오류를 예측할 수 없어서 개별적인 확인이 필요하고, 법제화가 안돼 있어서 오류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또 법제화가 돼도 밸리데이션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규모 도매업체는 법제화가 필요하지만 소분할 때는 묶음단위가 의미없다고 했고, 소규모 도매업체는 소포장 묶음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품해결?=제약바이오협회는 반품문제는 일련번호와 별개라고 했다. 대규모 도매업체와 소규모 도매업체도 제도 시행 후에도 반품문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요양기관 확대=유일하게 의견 일치가 되는 항목이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요양기관으로 확대하면 발사르탄 사건 등의 대응에 효율적이고, 이대 목동병원과 같은 사건도 예방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국공립병원부터 단계별로 실시하고, 인력충원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병원대상 도매업체는 요양기관도 협조해야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며 찬성했다. 대규모 도매업체는 위해의약품 발견도 최종소비 단계에서 가능하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제약사와 소규모 도매업체는 별도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밖의 의견들=대규모 도매업체는 한국 의약품 시장에 대해 도매업체가 난립하고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가 허용되지 않아 반품이 과량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병원대상 도매업체는 마약류관리통합시스템과 관련, 수기로 작성하던 것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마약류의 동선, 매출 자료 확인이 가능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병원대상 도매업체는 또 도매업체 문제 해결방안으로 우수 운영회사를 모범으로 선정해 공유하고, 일일보고를 월간보고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같은 사안에 대해 인력 충원을 위한 재정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인터뷰 요약 내용은) 연구진의 임의 해석이 포함돼 있어서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또 이 의견은 이해당사자 일부의 의견이며, 전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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