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해외처럼 '위험분담제' 용어변경 필요"

'2019 헬스케어포럼' 이슈=④ '너의 이름은'

해외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나타나지만 위험분담제(RSA) 적용약제는 주로 환급형 등 비용을 분담하는 재정기반 유형이 주류를 이룬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RSA 적용을 받은 약제를 보면 거의 절대적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7일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하고, 히트뉴스가 후원한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와 위험분담제 개선>이라는 제목의  '2019 헬스케어 포럼'에서 "보험영역에서 'Risk(위험)'는 돈(재정)을 말한다. 재정상의 부담을 누가 질 것이냐를 논의할 때 써왔다"고 했다.

정 교수는 "가령 포괄수가제(DRG)나 총액계약제 같은 건 비용이 커지면 공급자가 부담한다. 그래서 의료공급자들이 이런 제도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쉐어링'은 어원상 재정이슈로 봐야 한다. 하지만 건강이슈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RSA는 비용효과성을 1차로 판단하기 전에 환자 접근성을 보는, 그래서 급여를 적용하고 사후에 비용효과성을 보게 되는 점에서 우선순위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의 말을 빌리면 재정기반 유형이 절대적으로 많은 국내 상황에서 '위험분담제(RSA')는 정책친화적인 용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말로 바꿔서 '리스크'를 '위험'으로 부르면 왠지 꺼림직하다. 특히 재정보다는 안전성 측면의 부정적 느낌이 더 크게 보인다.

이에 대해 이종혁 호서대 생명보건대학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환급형 RSA를 조명하면서 "(RSA 약제 중) 현재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형이며, 실제로는 어떤 위험(추가 재정부담)도 존재하지 않는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환급형의 경우엔) '위험'이 없는 계약인 점을 감안할 때 '위험'이라는 용어를 계속 쓰는 게 맞는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환급형을 RSA에서 분리해 별도 급여절차로 인정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둔 지적인데, '위험'이 없는데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용어를 계속 쓰는 게 그의 말마따나 불합리해 보인다.

김성호 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패널토론에서 "위험분담제도는 결코 '위험'하지 않다. 다른 나라들도 각자 경제규모나 재정상황, 의료비 지출구조 등을 감안해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패널토론에서 "위험분담제를 둘러싸고 10개 정도 논점이 있는데 그중에는 위험분담이라는 용어를 바꾸자는 것도 있다"고 했다.

유지현 변호사도 "'위험분담'이라는 표현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일반대중은 건강보험 시스템이 신약의 위험을 떠안는다고 인식할 수 있다. 명칭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실제 용어변경 필요성은 앞서 진행된 다른 공개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적이 있었다. 위험분담제를 미리 도입한 선진국들은 과거 RSA라는 용어를 써오다가 현재는 바꿔서 쓰고 있다는 주장들도 나왔었다. 영국의 PAS(patient access scheme), 이탈리아와 호주의 MEA(managed entry agreements) 등이 대표적이다.

용어만 놓고보면 RSA는 '위험'을 나누는 데 초점을 둔 직설적인 표현인 반면, PAS나 MEA는 '접근성'이나 '진입'에 더 무게를 뒀다고 볼 수 있다. RSA제도는 국내에 도입될 때 고가항암제 등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과 '재정의 안전성(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예외적 장치로 도입됐다.  그러나 '리스크'의 어원을 '재정'에서 찾은 정 교수의 설명을 그대로 적용하면 용어는 '재정의 안전성'만 고려해 정한 셈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제약계 한 관계자는 "전문가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위험분담제를 이야기하면서 임상적 유용성 측면의 '불확실성'과 '위험성'에 착목한다. 이는 재정기반 유형이 절대적인 제도운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접근이다.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제도개선을 검토할 때 용어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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