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vs 제약-환자단체...전문가들도 시각차

'2019 헬스케어포럼' 이슈=③ '창과 방패'

2013년 위험분담제(RSA) 도입 때는 찬반양론이 갈렸지만 제도시행 5년이 지난 2019년 현재는 확대와 유지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이한 건 제약업계가 '창',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일각이 '방패' 역할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지난 7일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하고, 히트뉴스가 후원한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와 위험분담제 개선>이라는 제목의  '2019 헬스케어 포럼'은 정형선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창'은 제약산업계를 대표해 패널로 나온 김성호 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 '방패'는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한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였다.

주제발표자도 '창과 방패'로 나뉘었다. 박실비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방패', 이종혁 호서대 생명보건대학 교수와 유지현 법무법인 과장 파트너 변호사가 '창'이었다.

주제발표자 간 공방부터 보자. 위험분담제도가 항암제 급여율을 높이고, 그에 맞춰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향상됐다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었다.

왼쪽부터 박실비아 연구위원, 이종혁 교수, 유지현 변호사
왼쪽부터 박실비아 연구위원, 이종혁 교수, 유지현 변호사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여기다 예외적인 제도인 RSA가 고가항암제 등에 있어서는 급여등재 절차로 일반화되는 경향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항암제 등의 조건부 허가건수가 늘어나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성과기반 접근이 아닌 재정기반 위주로 제도가 운영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RSA를 통해 허가영역의 불확실성이 그대로 급여영역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가 중증질환치료제의 시장진입 증가, 근거의 불확실성 증대 등 변화되는 환경에 맞춰 건강보장체계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RSA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급여약제에서 RSA 비율 상한목표 설정, 재정기반 RSA 계약기간 축소 등을 통해 예외적 성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지현 변호사는 임상적 유용성 '리스크'는 허가단계에서 규율하고, 급여단계에서는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연계해서 보기 때문에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반적으로 경제성평가가 현 급여체계를 규율하고 있고, RSA에서는 조건을 통해 일반등재와 달리 접근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현재도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거나 3상 임상에서 실패하면 식약처 규율을 통해 허가취소 또는 사용범위 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건강보험에도 반영되고 있는만큼 임상 '리스크'를 급여영역에서 떠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유지현 변호사는 "현행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일부만 변경해도 대상약제 확대나 후발약제 관련 이슈는 상당부분 해소 가능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종혁 교수는 "위험분담제도는 선별 등재의 원칙을 지키며, 환자의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현 RSA제도가 환급형 등 주로 재정기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환급형의 경우 위험분담 계약없이도 실제가격에 등재될 수 있다. 환급률만큼 환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추가적인 재정부담은 없다"고 했다.

이어 "다만 고가약제 등재로 인한 절대재정 증가가 우려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총액제한형 위험분담계약을 통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환급형은 현재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형으로 실제로는 어떤 위험도 존재하지 않는 계약"이라고 했다. 또 "항암제, 희귀의약품 사용현황을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봐도 그 비중이 크지 않아 관련 질환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위험분담제도 확대를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이종혁 교수는 제안했다.

왼쪽부터 안기종 대표, 김준현 대표, 김성호 전무
왼쪽부터 안기종 대표, 김준현 대표, 김성호 전무

'창과 방패'는 패널토론에서도 재연됐다. 김준현 대표는 "위험분담제도의 긍정적 효과는 인정할 수 있지만 투명성 저하나 건보공단 협상력 약화 등 역효과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국제가격 자체가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약사가 제시하는 가격을 신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RSA, 경제성평가면제, 진료상필수약제 등 선별목록제도의 예외적 경로가 많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명확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이런 예외적 경로들이 활용되는 게 맞는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준현 대표는 이어 "예외적인 제도가 '스탠다드(선별목록)'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RSA의 예외적 적용원칙을 분명히 해서 일반적 경로가 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급여영역에서는 재정영향 등을 중심에 놓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맞긴하다. 그렇다고 식약처 허가와 급여기준을 분리하거나 배타적으로 볼 수는 없다. 연속선상에 봐야 한다. 식약처 '리스크'를 건강보험에서 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 효과 대비 약가가 비례하는 지 의문을 제기하는 보고나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고, 성과측정에서 기대효과가 나오지 않는 사례들도 있다. 급여영역은 유용성을 저변에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재정만을 보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성호 전무는 "RSA는 지난 5년간 많은 항암신약과 희귀질환치료제의 등재 '루트'가 됐다. 이게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항간에는 이 제도가 다국적제약사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글로벌 의약품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아마 해외시장에서 마케팅하는 제약사들은 같은 고민을 할 것이고, 이는 국내 개발신약이 해외에 나갔을 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어느 국가든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의약품을 구매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RSA는 그래서 나온 제도다. 따라서  해법도 먼저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 나라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만성질환까지 대상약제 범위를 확대한 영국이나 지난해 RSA를 도입하면서 대상약제 제한을 두지 않은 대만 사례처럼 환자를 위해 대상약제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김성호 전무는 주장했다.

그는 "후발약제 적용확대의 경우도 환자 수는 그대로 있고 치료 '옵션'이 늘어나 이익이 환자와 의료인에게 돌아간다.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허용하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또 "RSA 계약기간을 단축할 경우 제약사 입장에서는 2~3년 뒤 가격 변동을 걱정해야 한다. 통상 출시 후 12년 정도 특허보호를 받는데 이렇게 되면 등재지연 등 역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 가뜩이나 중국이 한국약가를 참조하면서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런 일이 실제 발생하면 환자와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제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평가, 급여기준 확대 등에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성호 전무는 또 "3상조건부 허가 등에서 안전성이나 유효성 측면에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건 부인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제도도 근거생산조건부 등으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놨다. 그런데 재정기반 약제에까지 '불확실성 리스크'를 거론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한국처럼 RSA를 규정으로 관리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호주 정도다. 다른 나라는 정부 정책으로 운영하고 있다. (발제자 발표내용 중) RSA의 긍정·부정 양면성 때문에 다른 나라도 RSA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고 했는데, (저는) 해외에서는 이미 생활 속 제도로 연착륙해서 굳이 적용확대나 개선 고민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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