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가들 한목소리..."입법적 결단 필요"

히트뉴스&약사공론 제4회 헬스케어정책포럼
 

의료/환자단체도 소급적용 지지
시민단체 '억지주장' 강하게 반발

이른바 '리베이트 투아웃제(급여정지&퇴출, 구남인순법)'는 지난해 9월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위력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노바티스에 이어 지난달 두번째로 급여정지 철퇴를 맞았다. 또 처분이 검토되고 있거나 대기 중인 업체들도 5~6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아웃제'의 위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투아웃제'를 폐지하고, 대신 '선-약가인하, 후-급여정지&퇴출(신남인순법)'을 도입한 신법에 소급규정이 없어서 2014년 7월부터 2018년 9월27일까지 제공된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투아웃제'가 앞으로도 계속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2일 오후 히트뉴스와 약사공론 공동주최 제4회 헬스케어정책포럼에서는 법률전문가들에 의해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투아웃제'로 대변되는 급여정지 제도가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목적과 수단 간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강도는 낮았지만 확장하면 '위헌적 요소'까지 갖고 있었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검토의견이었다.

포럼 좌장을 맡은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
포럼 좌장을 맡은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

우선 행사소개부터 하자. 이재현 성균관대약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제4회 헬스케어정책포럼은 강한철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주제 발표하고, 의료계(서인석 병원협회 보험이사), 시민사회단체(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팀장), 환자단체(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 학계(김나경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법률전문가(정혜림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 등을 대표하는 패널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쟁점은 '신남인순법' 소급적용이 법리적으로 타당하고, 가능한 지로 압축된다.

소급효 금지와 예외적 허용=강한철 변호사, 김나경 교수, 정혜림 변호사 등 3명의 법률전문가들은 신법령이 피적용자에게 유리해 이를 적용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의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소급효 금지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예외는 있다.

소급적용이 국민의 이해에 직접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그 이익을 증진하는 경우, 불이익이나 고통을 제거하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소급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해법은 단순하다. 신남인순법 부칙에 소급적용 근거를 마련하면 된다. 마침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최근 관련 법률안을 발의했다. 또 신법 시행 이후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한 부칙 규정을 삭제하고 신남인순법이 소급적용이 가능한 예외적 사유를 충족하는 지 입증해도 된다.

하지만 부칙에 소급적용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은 신남인순법안 심사과정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거부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의견은 '소급 적용하게 되면 의약품공급자의 신뢰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따라서 윤종필 의원 법률안과 소급적용 근거를 마련하는 '키'는 '신뢰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논거를 수립하는 데 있다.

이에 대해 강한철 변호사는 '투아웃제'에 대한 '신뢰이익'이 있었는 지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논거로는 3가지를 제시했다. 일단 '환자'의 급여정지에 대한 신뢰 부분은 구체적인 신뢰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약품공급자의 급여정지 처분 선호(병원과 관계상 회복 자신)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급여정지가 약가인하보다 고강도 제제라는 데 공감대가 있다는 걸 전제로, 급여정지를 선호하는 건 제약사의 개별적 사정에 따른 특수한 이익이고, 법률상 보편 타당한 보호가치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했다.

의약품공급자가 과징급 대체를 선호할 가능성도 검토했다. 항구적 약가인하보다는 일회적 지출이 낫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리베이트 제공회사의 행정청의 재량행사를 전제로 하는 과징금 대체 처분에 대한 신뢰'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또한 보호가치, 기속성 등의 측면에서 의구심이 있고, 과징금 대체처분의 취지가 국민건강 보호라는 데도 합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구법의 신뢰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신법의 취지는 환자의 선택권과 건강권, 재산권 보호다. 신뢰이익이 없다면 소급 적용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나경 교수도 "행정법 영역에서 신뢰이익은 보호가치가 있는 신뢰일 것을 요건으로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엔 의약품공급자의 신뢰가 존재하는지, 어떤 침해가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정혜림 변호사는 "(신남인순법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반성적 고려, 주로 환자기본권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면에서 행위시법보다는 신법 적용이 합당해 보인다. 입법적 결단을 통해 실질적으로 신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강한철 변호사, 정혜림 변호사, 김나경 교수
왼쪽부터 강한철 변호사, 정혜림 변호사, 김나경 교수

칙 근거없어도 소급적용 가능=정혜림 변호사가 언급한 환자 의약품 접근성 개선을 바탕으로 한 환자 기본권 보호는 판례가 인정하는 소급적용 예외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강한철 변호사와 정혜림 변호사, 김나경 교수 모두 신남인순법이 환자보호를 위한 반성적 고려에서 나왔다는 데 주목했다. 김나경 교수는 직접적으로 급여정지제도가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목적과 수단 간 비례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여정지제도가 폐지된 이유는 구법이 정당하지 못하고, 그런 점에서 일반시민, 잠재적 환자, 환자의 불이익이 제거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부칙 소급규정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신법 소급 적용을 정당화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나경 교수의 이런 주장, 특히 비례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투아웃제'의 부당함은 위헌적 요소를 언급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강한철 변호사도 위헌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례림 변호사는 "급여정지제도는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범위를 상회한다"고 했다. 과잉입법적 요소, 역시 위헌적 요소에 대한 언급이다.

이들 전문가 지적처럼 신남인순법안은 부칙에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어도 어쩌면 소급 적용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칙에 신법 시행일 이후 행해진 행위부터 적용하도록 명시해 가로 막혀 있다. 결국 신남인순법 소급적용이 가능하려면 이 부칙규정을 삭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의료법에는 있고 건보법에는 없는 것=시효제도에 대한 문제다. 강한철 변호사는 이날 별론으로 국민건강보험법은 형사소송법(공소시효)이나 의료법(처분시효) 등과 달리 처분시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입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는 지적했다.

정혜림 변호사는 "행정제재의 시효는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적발시점에 따라서 제재가 배제될 수 있어서 형평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반론도 있다. 그런만큼 시효를 두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리베이트 제재와 관련 의료인의 자격정지 처분의 경우 5년의 시효를 두고 있는데 반해 제약사에는 없는 점, 다른 법률들에도 제척기간이 부여돼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리베이트 제재에도) 시효제도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서인석 이사, 최성철 대표, 이동근 정책팀장
왼쪽부터 서인석 이사, 최성철 대표, 이동근 정책팀장

한편 서인석 병원협회 보험이사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리베이트가 특정 의료진·의료기관의 '캐시백' 문제라면 불법적 금액을 돌려주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 될 것 같다"며 "(급여정지 보다는) 약가인하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리베이트 한 제약사를 없애자"는 말까지 있지만, 사회경제적 파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급여정지제도는 의약품의 퇴출을 불러오고, 이로인해 국민건강에 위해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환자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는 오리지널이냐 제네릭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선택 권리 측면에서의 봐야 한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서 나온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팀장은 '투아웃제'를 폐지하고 나온 신남인순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받은 품목들은 제네릭이 다수 존재하는 약물들로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이나 불편함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는 제약회사들이 (불편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도입됐을때 강화된 법률에 따른 소급적용은 논의조차 없었다. 오히려 제약회사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리한 소송으로 처벌을 무력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신뢰이익에 따른 소급적용을 말하지만 이 역시 불법행위에 대해 엄벌을 내리라는 취지였다"며 "환자들의 선택권 문제를 내세워 범법행위에 대한 신뢰이익을 운운하는 건 리베이트에 대한 사회적 피해를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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