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급·총액제한, 이중 잠금장치 확대 경향도

경제성평가 생략 17개 성분 포함

위험분담제도(RSA)는 지지부진했던 고가의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급여 등재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지난해에는 급여등재 절차를 밟은 항암제 모두 급여권에 진입했다고 토론회 등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RSA는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리스크(위험)'을 서로 나눠갖는 걸 전제로 설계됐다. '리스크'의 유형은 크게 아직 임상시험 등으로 확립되지 않은 '임상적 유용성'이나 제약사의 요구가격과 경제성평가 결과 수용범위 간 가격 격차를 맞추는 '비용',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듯이 '리스크'는 대부분 '비용' 분담형태로 이뤄진다.

실제 히트뉴스가 2014년 12월 시범사업 이후 올해 5월까지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RSA 적용약제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경향은 확연했다.

2일 분석결과를 보면, 그동안 RSA로 급여목록에 등재된 약제는 총 38개 성분 61개 품목이다. 이중에는 경제성평가를 면제받아 총액제한형 RSA를 적용받은 희귀질환의약품 17개 성분 23개 품목도 포함돼 있다.

업체는 23개 업체가 자사 제품을 RSA '트랙'에 태웠는데, 이중 국내사는 일동제약, 삼오제약, 한독, 한미약품 등 4곳에 불과하다. RSA가 다국적제약사를 위한 제도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업체 중에서는 한국로슈(4개 성분), 한국화이자제약(3개 성분), 한국얀센(3개 성분) 등이 RSA를 상대적으로 많이 활용했다.

젠자임코리아, 세엘진코리아, 한국릴리, 암젠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노바티스 등은 각각 2개 성분약제를 RSA를 이용해 등재시켰다. 바이엘코리아, 한국머크, 한국오노약품공업, 한국엠에스디, 입센코리아, 사이넥스, 알보젠코리아, 한국오츠카, 한미약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등은 각각 1개 씩이다.

RSA 유형은 첫 적용약제인 젠자임코리아의 에볼트라주가 '임상적 유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생산조건부로 계약한 것 외에는 모두가 재정에 기반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환급형 14개 성분, 환자단위 사용량제한 2개 성분, 환자당 치료요법 사용량 제한형 1개 성분, 총액제한형 17개 성분, 환급형과 총액제한형 등을 중복결합 3개 성분 등으로 분포한다.

환급형의 경우 비교적 단순한 모형이지만, 환자단위 사용량 제한은 적용방식이 좀 복잡하다.

가령 로슈의 퍼제타주의 경우 '환자당 치료요법 사용량 제한형'으로 계약됐다. 환자별로 최초 투여일로부터 일정기간이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퍼제타와 트라스트주맙 비용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입센코링의 카보메틱스는 '환자단위 치료기간 제한형'인데, 환자당 계약된 기간을 초과해 사용된 청구금액은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전액 환급하도록 했다. 만약 계약된 기간이 8개월이라면, 8개월 이후 투여된 청구금액은 모두 건보공단에 반납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다 '후환급형'이라는 독특한 계약도 추가됐다. 건정심 의결당시 '위험분담계약기간 동안 발생한 실제 환급총액이 기대 환급총액에 미치지 못한 경우 해당 차액만큼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환급한다'로 표현돼 있었는데, 이는 실제 기대 환급총액을 정해 놓고, 회사가 실제 환급한 금액 총액이 기대금액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만큼 더 반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최근인 올해 4월 8일 함께 등재된 사이넥스의 스핀라자주와 한국얀센의 다잘렉스주는 환급형과 총액제한형, 두 가지 유형이 결합됐다. 이런 경향은 앞으로 새로 진입할 고가약제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RSA 약제가 이처럼 재정기반 위험분담 일색이라는 건 보여지는 약가보다 보험자가 실제 부담하는 금액이 훨씬 적다는 걸 의미한다.

RSA제도가 고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 급여 등재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환자 신약 접근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재정적 측면에서도 비용효과적인 선택이 이뤄지도록 물길을 잘 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07년 비용효과적인 의약품을 선별적으로 등재한다는 선별목록제도(포지티스리스트시스템) 도입과 함께 약가협상제도를 장착한 제도시행 초기만 해도 협상이 이렇게 다방면에 걸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최근 제약사들은 환자보호조치와 책임성 강화 등과 관련된 부속합의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건보공단이 협상을 통해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 이런 유용한 '협상의 기술'은 RSA 제도개선을 고민하는 현 시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약가의 불투명성이라는 문제를 떼놓고 보면, RSA 적용대상 약제를 확대하고 후발약제까지 적용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환자보호와 재정관리 등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에볼트라주, 레블리미드캡슐, 피레스파정, 잴코리캡슐, 디테린정 등 5개 성분 9품목의 RSA 계약이 종료돼 5월 1일 기준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돼 있는 RSA약제는 33개 성분 52개 품목(경평면제 16개 성분 22개 품목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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