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의약품정책연구소장...3월29일 공식 취임

뿌리를 아는 사람은 어느 단체나 조직이 건 큰 힘이 된다. 조직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조직이 동력을 잃고 고사되는 과정에 있다면 이런 사람의 존재는 더 절실해진다.

박혜경(54, 이대약대) 성대약대 연구교수는 재단법인 의약품정책연구소에 '그런 사람'이다. 그가 2013년 사실상 '타의'로 연구소를 그만둔 지 6년여만에 연구소장이 돼서 돌아왔다. 반(半)상근이다. 

"김대업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연구소 운영상황과 살림살이를 들여다봤는데,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더라. 지난해에는 대한약사회 예산지원도 끊겼었다."

박 신임소장은 2005년 연구소 설립 결의 때부터 같은 해 10월 개소, 이후 연구소가 자리를 잡아가는 일련의 전 과정을 연구실장이라는 위치에서 연구소와 동고동락 했다. 그만큼 현 연구소 상황이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할 법하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이 박 신임 소장에게 연구소를 부탁하고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도 그의 이런 이력과 연구소에 대한 애정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 신임 소장은 지난달 29일 취임 후 조직 정비부터 시작했다. 일단 가용한 예산범위 내에서 연구인력 4명을 충원했다. 충원 전엔 상근연구자가 1명에 불과했다. 다음달 중에는 대한약사회관으로 사무실 이전도 준비 중이다. 조직을 정비하면서 사업구상도 거의 마무리했다.

정책연구사업으로 5개 과제를 확정했고, 다른 5개 과제를 추가 계획하고 있다. '2018 약국 운영현황 및 경영분석(계속사업)', '2019 약국 운영현황 조사', '커뮤니티케어에서의 지역약국 및 약사의 역할', '2019 어린이 의약정보 제공 및 홍보', '의료용 마약류 안전관리 방안 연구(식약처 과제)' 등이 확정된 과제다.

여기다 '2019년 약 바르게 알기 지원사업 평가', '의약품 일반명 명명체계 도입방안', '공중보건약사제도 도입을 위한 세부시행방안 마련', '지역약국을 활용한 노인 자살예방 사업', '약국 및 약물사용 연구를 위한 약국 레지스트리 구축' 등의 연구과제를 계획하고 있다.

정책연구사업 과제명에서 박 소장이 이끄는 연구소의 성격이 '의약품' 전체보다는 아직은 '약사(藥師)'에 치우친 '약사(藥事)' 연구소라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실제 사회약학 국내 1호 박사인 박 소장은 누구보다 약사의 미래상과 '국민들,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약사직능의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세이프' 약국으로 불리는 서울시의 '생활밀착형 맞춤형 약물교육'은 과거 정책연구소 재직시절 박 소장이 토대를 만들었던 사업이었다. 성대약대에 있는 동안에는 7년여간 공을 들여 건강보험공단이 올해 3개년 계획을 수립한 '올바른 약물사용지원 사업'을 이끌어냈다.

"올바른 의약품 사용관리는 국민 건강증진과 공적 재정절감을 위해 중요하다. 특히 고령사회로 가면 만성질환자가 늘면서 의약품 복용량도 덩달아 많아지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박 소장은 의약품정책연구소와 약대6년제 도입의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준 WHO 권고를 소개하면서 약사직능의 역할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4년 WHO는 약사의 역할이 단순한 의약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환자를 중심에 둔 환자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이 권고가 제도화된 게 바로 약대6년제였고, 2000년을 전후에 각국의 약대 학제가 6년으로 바뀌었다. 한국도 논란끝에 2009년 도입했다. 아쉬운 건 학제는 WHO 권고대로 변했는데 약사직능의 역할은 아직 '제자리'라는 점이다."

박 소장의 이런 문제의식은 앞으로 '박혜경호'가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그는 "의약품정책연구소는 설립취지에 맞게 의약품과 '약사(藥事)' 업무 전반을 아우라는 쪽으로 가는게 맞다. 다만 당분간은 '약사(藥師)' 분야에 방점이 찍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비전과 목표를 단계적으로 설정해 정책연구소가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또 현재 교류없이 따로 '놀고 있는' 약학정보원, 약바로쓰기운동본부, 환자안전센터 등과 연구소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각 조직 수장들간 모임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약사회원들과 접촉면을 넓혀 회원이 참여하고 함께 하는 연구소로 체질을 바꾸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6년의 공백' 끝에 수장이 돼 돌아온 박 소장. 의약품정책연구소에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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