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 발라야노풀로스 글로벌M/D
사노피젠자임 "LSD 치료 여전히 중요

“희귀질환 치료에만 전념하는 전문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사노피로 옮겨) 치료제를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에서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있어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프랑스 아미앵 피카르디 의대에서 10여년간 임상의로 일하다가 사노피(젠자임)의 희귀질환치료제 개발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 바실리 발라야노풀로스 씨.  임상의에서 제약사로 옮긴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의 답은 명쾌했다. 더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바실리 발라야노풀로스 사노피 젠자임 글로벌 메디컬 디렉터

히트뉴스는 바실리 발라야노풀로스 사노피(젠자임) 글로벌 메디컬 디렉터를 만나 리소좀 축적질환치료제 개발과정과 치료법, 향후 개발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사노피(젠자임)은 리소좀 축적질환(LSD; lysosomal storage diseases)에 속하는 파브리병, 고셔병 치료제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이런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해 비전을 갖고 있던 주요 인물들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로스코 브래디 박사(Dr. Roscoe Brady), 고셔병 임상에 참여했던 브라이언 버맨(Brian Berman) 등이 그들이다. 로스코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이 리소좀 축적질환 치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때 관련 연구들을 주도했다. 브라이언 버맨은 최초로 고셔병 치료제 연구에 참여했던 소아 환자로 희귀질환 치료의 희망으로 여겨진 인물이다.

사노피(젠자임)은 훌륭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우수한 치료제들을 개발하자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활동은 환자중심주의를 강조한다. 이런 정신이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다.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희귀질환 연구, 환자중심주의 등이 현재의 치료제 포트폴리오나 미래를 위한 파이프라인 개발에 크게 반영됐다고 본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다른 약제와 다른 과정이 적용돼야 할 것 같다. 가장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임상 대상자 수, 대체 치료체 유무, 안전성 문제 등이 그것이다. 임상 참여자가 다른 약제는 1000명 단위인 반면 희귀질환은 대개 20~30명, 많아야 60명 정도다. 때문에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 최초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아서 제품 출시에 대한 요구가 높다. 또 처음 개발돼 안전성 측면에서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안전성을 검증하는 기간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그만큼 임상시험 진입 자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회사 임원으로서 수익성과 관련한 고민은 없나?

“희귀질환 치료는 환자들에게 본래의 인생을 돌려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이러한 가치는 약가에도 일정부분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초 고셔병 치료제 임상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들을 생각해 보자. 끊임없는 수혈, 비장 절제술, 골절 등 많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할 아이가 단 하나의 치료제를 투약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사회적, 윤리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한 개인의 사회적 활동을 도울 수 있고,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고통까지 막을 수 있다. 이것이 희귀질환 치료제의 가치다.”

-최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바이오마커가 중요하다고 알고 있다. 사노피의 희귀질환 치료제 세레자임, 세레델가, 파브라자임은 바이오마커와 어떻게 연계되나?

“고셔병과 파브리병은 각각 민감도가 높은 바이오마커들이 발굴됐다. 바이오마커들은 치료제를 통해 영향을 주고자 하는 기질 유도체와 연관성이 있다. 고셔병의 경우엔 ‘Lyso-GL1’, 파브리병은 ‘Lyso-GL3’가 있다. 두 바이오마커 모두 치료제에 대한 반응, 민감도가 높다. 따라서 치료를 진행했을 때 바이오마커 수치 변화가 상당히 빠르게 나타나는 편이다. 이러한 수치 변화를 통해 증상 개선 여부와 정도를 알 수 있다. 의료진은 이러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임상이나 진료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Lyso-GL1’은 질환과 관련된 생화학 경로에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때문에 세레자임으로 치료 받고 있는 환자나 세레델가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 모두 사용하는 치료제와 관계 없이 'Lyso-GL1'을 바이오마커로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 고셔병이나 파브리병 진단 자체가 쉽지 않다. 프랑스의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 실정은 어떤가?

“프랑스는 희귀질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2004년부터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각 지역별 희귀질환 허브 센터를 구축했다. 만약 어떤 환자가 몸이 불편한데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다면, 자유롭게 센터를 방문해 관련 진료를 받아볼 수 있다.

또 센터에서 실행하는 특별한 검사들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희귀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실제 진단 사례와 치료 사례 등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제약업계 역시 현재 많은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질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질환 인지도 외에도 희귀질환 치료제에 환자가 접근하기까지는 많은 장벽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측은 어떤 노력을 하는 지 궁금하다.

“우리는 20년 가까이 인도주의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 불가피한 이유로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사노피는 해당 국가의 법률을 검토해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

또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도 협력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허가된 약은 있으나 특정 적응증 또는 특정 환자군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제3형 고셔병 환자들이 허가받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 세레자임이 지난 2월 국내 최초 제3형 고셔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제3형 고셔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건 무척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동안 환자들은 제3형에 속하는 신경병증형 증상 외에도 다른 유형의 고셔병에서 발견되는 모든 증상들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유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물론 세레자임은 신경병증형 증상들을 직접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셔병의 일반적인 증상들을 완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삶의 질 자체가 무척 높아질 것이라 본다. 고셔병의 비신경학적 증상 치료에 있어 세레자임의 유효성은 전 세계 데이터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이는 한국 환자에게도 유효할 것이라 본다.

더 나아가 사노피 젠자임은 현재 제3형 고셔병 환자들에게 좀 더 적합한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신체적 증상 외에 신경병증성 증상들까지 해결해줄 수 있는 치료제를 선보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현 치료 방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면서, 새로운 치료제로 완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셔병 치료 패러다임을 보면 경구 치료제인 세레델가까지 개발됐다. 앞으로 고셔병 관련 신약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고셔병 치료는 세레델가를 필두로 경구 치료제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전에는 효소 대체 주사를 맞기 위해 2주마다 내원해야 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또 저분자 물질의 경구 치료제가 갖는 이점은 매우 다양하다. 효소대체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골 관련 증상들에 다른 기전의 치료를 적용함으로써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희망도 커졌다.

더불어 기질감소요법은 저분자 물질이면서 생화학적 경로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적응증을 넓혀 나갈 수 있는 치료분야다. 현재 회사에서 개발 중인 약물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파브리병에 대한 1상, 2상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며, 다낭성 신장질환(Polycystic Kidney Diseases) 치료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신경병증형 고셔병 치료에 사용 가능한 차세대 고셔병 경구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이는 이전 치료 성분들이 중추 신경계까지 전달되기 힘든 단점을 극복하는 치료 옵션이다. 해당 치료제 또한 빠른 시일 내에 출시돼 환자들에게 혁신적 치료 옵션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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