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회장과 느티나무 그리고 '천년의 꿈'
김승호 회장과 느티나무 그리고 '천년의 꿈'
  • 조광연
  • 승인 2019.04.25 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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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카나브'를 실행하며
혁신 면역항암제를 기다리는 예산생산단지
보령제약 예산캠퍼스(생산단지) 전경(사진제공, 보령제약)
보령제약 예산캠퍼스(생산단지) 전경(사진제공, 보령제약)

서해안고속도로를 거쳐 대전당진고속도로(30번) 수덕사 IC에서 빠져나가자 낮은 들녘에 단과대학들이 들어선 대학캠퍼스와 같은 건물들이 보입니다.

글로벌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보령제약이 야심차게 역량을 쏟아부어 세운 보령제약 예산캠퍼스(생산단지)입니다. 14만5097평방미터(대략 4만5000평) 부지에 2100억원을 들여 착공 2년 만에 준공했다고 합니다.

이 날 23일은 마침 준공 기념일. 예산캠퍼스 정문으로 들어서자 나무 한그루가 눈에 띕니다. 공연히 그 곳에 있을리 없어 관계자들에게 물었더니 "수령이 62년된 느티나무"라고 알려줍니다. 보령제약 창립 62주년에 맞춰 특별히 선별했다는 사연도 들려줍니다.

1000년 이상 생명력을 지녔다는 나무를 부러움으로 바라보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 줄의 캐치프레이즈가 시선을 사로 잡습니다.

"예산에서 열어가는 세계 속의 보령"

보령제약은 예산캠퍼스에 수령 62년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느티나무는 1000년 이상 생명력을 가진 나무. 김승호 회장은 느티나무를 통해 글로벌 보령제약의 1000년의 꿈도 함께 심었다.(사진제공, 보령제약)
보령제약은 예산캠퍼스에 수령 62년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느티나무는 1000년 이상 생명력을 가진 나무. 김승호 회장은 느티나무를 통해 글로벌 보령제약의 1000년의 꿈도 함께 심었다.(사진제공, 보령제약)

'고향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회사의 모태가 됐던 약국과 회사 이름에 '보령'이란 두 글자를 넣었던 충남 보령시 웅천면 출생(1932년)의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이 느티나무에 온 마음을 담아 '1000년 글로벌 기업이라는 꿈'을 고향 옆에 같이 심은 겁니다.

김 회장의 고향 보령은 예산생산단지서 가까이 보이는 나즈막한 산 하나를 넘으면 닿는 곳입니다. 걸어서 20분 거리가 채 돼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김 회장의 고향 인근이라서 예산에 생산시설을 세운 것은 아닙니다. 대전당진간 고속도록 나들목에서 가깝고, 당진항 평택항 등과 인접해 물류 여건이 좋습니다. 충남도청 이전에 따라 인구 10만을 수용하는 내포 신도시에 인접한 만큼 각종 산업 단지 및 농공단지와 연계한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가 용이하다고 합니다. 일거양득을 찾은 결과일 것입니다.

김승호 회장이 그때그때 필요에 맞춰 세운 보령제약 생산시설 변천사는 이러합니다. 한국전쟁 시기 열아홉 나이에 스스로 군에 들어가 장교가 된 김 회장이 제대하려 할 때 상관들은 '무슨 소리냐'며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이 때 김 회장은 엄준흠 소령을 찾아가 자신의 꿈을 설명하며 제대하고 싶다고 말했고, 엄 소령은 '자네의 성실함과 책임감이라면 나가서 굶어죽지 않을 거'라며 제대를 도왔다고 합니다. 김 회장은 자원입대 7년 만에 중위로 예편합니다.

1957년 유일한 재산이던 조그마한 한옥을 판돈 300만환으로 보령약국을 열었고, 이를 잘 불려 1964년 보령제약을 세웠죠. 비원 옆 연지동 자택 마당에 당의기와 분쇄기 같은 기본 시설을 갖추고 소량의 원료를 사다가 항생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보령역사에서 첫 생산시설입니다.

'성실과 책임으로 분투'한 끝에 1967년 서울 성수동에 공장을 세워 생약제제 용각산을 만들어 성장의 디딤돌을 만들었고, 1972년에는 당시 업계 최대 규모였던 안양공장에서 겔포스를 만들어 국내 대표적인 제약사로 성장합니다. 1990년 이후에는 안산공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기초를 닦습니다.

원동력은 바로 ARB계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살탄)입니다. 2010년 9월9일 카나브가 신약 허가를 받았고, 그날 피마살탄 합성공장 준공식도 열립니다. 카나브는 이 계열의 세계 8번째 신약인데, 1998년 개발에 들어가 12년 만에 성과를 냈던 겁니다.

단일제와 복합제 등 카나브 패밀리는 국내에서 매월 60억원이상 처방이 나오고, 2011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중심으로 이루어진 처방이 올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러시아까지 확대됩니다.

카나브 수출 때문에 멕시코를 다녀왔던 김승호 회장이 농담처럼 들려줬던 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내가 제약회사하면서 의약품 도입을 많이했잖아. 그 때마다 을이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갑 대접을 받았지."

김은선보령홀딩스 회장, 김승호보령제약그룹 회장,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 준공식 테잎을 자르고 있다(왼쪽부터).
김은선보령홀딩스 회장, 김승호보령제약그룹 회장,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 준공식 테잎을 자르고 있다(왼쪽부터).

그렇습니다. 보령제약그룹에게 예산캠퍼스는 현재를 충실하게 수용하고, 미래의 꿈을 품기 위한 곳입니다. '글로벌 카나브'를 위한 맞춤형 생산시설입니다. 동시에 전문화된 항암주사제 생산라인도 갖춰 국내외 경쟁력도 한층 높일 것으로 회사는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계열사 바이젠셀이 품고 있는 혁신적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대비한 '미래 생산시설'이기도 합니다.

생산, 포장,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구축된 스마트공장으로 내용고형제는 8억7000만정, 항암주사제는 600만 바이알, 물류 4000셀 등 안산공장 3배 규모에 달합니다.

"세계 시장으로 비상하는 보령의 날개이자,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갈 헬스케어 산업의 메카"라는 안재현 사장의 말과 "지금까지 제약 공장 몇개 지어봤는데 가장 완벽한 공장"이라고 자부하는 이삼수 사장의 말에 수긍이 갑니다.

김승호 회장의 연지동 앞마당에서 시작된 보령제약의 생산시설은 62년 새 "세계적 수준의 품질경쟁력과 생산규모를 갖춘 스마트 공장(안재현 사장)"으로 발전했습니다.

기념식 축사는 따뜻했습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충남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준 보령제약이 자랑스럽고, 국내를 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서기를 200만 도민의 마음을 모아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김승호 회장님의 도전정신과 인내로 탄생한 카나브와 생산시설은 선순환의 롤 모델"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혜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은 "김승호 회장님은 약업계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며 보령이 글로벌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며 "유통업계도 적극 돕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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