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인식 → 가격 입력 → 약국장 스마트폰에 '결제 완료'
서울소재 2285곳 가입했지만 "3개월 간 1~2건, 홍보 부족"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주도로 시행된 모바일 간편결제 '제로페이' 사업이 3개월 간 시험운영을 거쳐, 3월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아직 활용도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약국에서는 그렇다.

제로페이는 QR 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QR 코드를 인식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방식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그간 음식점, 카페, 미용실, 약국 등 생활밀착형 업종의 '제로페이' 가맹을 유도해왔다. 

소상공인 가맹점은 카드 결제를 할 때마다 0.8~2.3% 가량 수수료를 부담하는데 제로페이는 이를 없애주거나 대폭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실제 제로페이 가맹 수수료는 4인이하 약국을 기준으로 전년도 연매출액 8억원 이하 0%, 연매출액 8억~12억원 0.3%, 12억원 초과 0.5%가 적용된다.

소비자는 이익이다.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최대 15%, 체크카드 최대 30% 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시와 서울시약사회의 제로페이 활성화 협약 체결 당시 모습

이같은 장점으로 일선 약국들도 가입을 권유받았다. 제로페이 웹 사이트 내 가맹점 찾기 기능을 활용한 결과 서울시 내 약국 2285곳이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서울시약사회가 제로페이 가입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적극적으로 가입을 권유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페이 가맹 약국에 비치된 QR코드
(특정 약국의 정보 식별이 가능한 바코드인 관계로 모자이크 처리했다.)

히트뉴스는 제로페이 가맹 약국을 찾아 이용현황을 들어보고 실제 제로페이로 제품을 구매해 봤다. 서울시내 약국장들은 제로페이 이용 실적이 1~2건에 거의 없다고 볼멘소리였다.

제로페이 결제 과정 중
'QR코드 스캔', 60~70cm 거리에 두고도
QR코드가 스캔됐다. 따라서
다른 각도에서 화면을 캡처했다.

서울시 강남구의 A 약국장은 "3개월 전 제로페이에 가입했는데, 딱 1명만 이용했다"며 "관공서에서 강권하지만 실효성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강서구의 B 약국장도 "결제 과정에 대해서는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것 같은데,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결제는 단 2건 뿐이었다"고 했다. 

강남구의 C 약국장 역시 "아직까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딱 1건 결제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쓰는 사람이 없으니 무용지물"이라며 "이용자들에게 이러한 결제방법이 있다고 알려져야 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지난 15일 양천구약사회는 전체 178개 회원 약국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중 지역 밀착형 약국을 중심으로 약국 2곳 중 1곳 꼴로 제로페이에 가맹(48.2%)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천구약은 가맹 약국을 대상으로 제로페이의 불만사항을 물었다. 그 결과 '홍보 부족 등으로 이용자가 거의 없다'는 의견이 28.6%를 차지했다. 

또 '결제 절차가 복잡함', '포스와 연동되지 않음', '결제 시간이 오래 걸림' 등의 시스템 문제(7.1%)와 '결제 여부를 바로 확인하기 힘들다(7.1%)'는 지적도 나왔었다.

앞서 이용 실적을 알려준 강남구 C 약국장의 약국은 계산대 앞에 제로페이 스티커와 QR 코드를 비치해두고 있었다.

실제 이용해보기로 했다. 동전파스와 일반 파스 두 품목을 계산했다.

두 품목을 합한 가격은 1만4000원. 약국장에게 "제로페이로 결제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제로페이 결제는 은행 앱 11개와 결제 앱 4개의 기능으로 마련돼있었다. 출금이 가능하도록 은행계좌 한 곳은 미리 등록을 해놓아야 했다.

결제 앱 접속 후 제로페이를 누르자 'QR코드를 스캔해 주세요'라는 화면이 나왔다. 지시한 대로 QR코드를 찍으니 결제금액을 입력하라는 메시지와 이용 가능 계좌 선택을 요구하는 화면이 등장했다. 

약국장은 "가격을 소비자가 적어야 한다"며 합계 금액을 기재한 모니터를 보여줬다. 가격을 적고, 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구입처와 결제 금액이 적힌 영수증이 발송됐다. 4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곧 약사는 제로페이 가맹점주 앱을 통해 금액이 입금된 것을 보여줬다. 4월 22일 오늘 매출 '1만4000원' 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이 과정을 모두 합산하면 50초 가량 소요됐다. 

C 약사는 "카드결제에 비해 결제 과정이 1분 정도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즉각적이지 않고, 이용자의 입력과 알림 메시지 도착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건 시스템 특성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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