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체리 스토리 [6]

감수성을 타고난, 작가가 될 운명으로 태어난 젭. 이태리 상위 1%에 속하는 저명인사 ‘젭 감바르델라’를 탄생시킨 작품은, 영화 ‘La Grandle Bellezza’이다. 재능 있는 글쟁이, 우리의 주인공 ‘젭’에게 나의 최근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젭,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에로틱 무비에 푹 빠져있었답니다. 눈을 감으면 필름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여배우들의 에로틱한 음향이 전달됩니다. 특별히 복잡한 시나리오 대사가 필요 없습니다. 여자의 성감대에 남성의 자극이 전달되면, 여배우들의 대사는 하나같이 “그만, 제발 그만하세요.(고통스러운 표정으로)”입니다. 남자 배우들은 자신의 은밀한 부분이 여성의 입 속에 넣어지면, 그 순간에는 정말 아무 말도 필요 없다는 듯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즐거움에 지친 몸짓을 나타냅니다.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여자의 가슴을 한 움큼 손에 쥐어 든 남자들의 표정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필름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감상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은,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정말 그와 같은 장면을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연기의 과정으로 열심히 움직이는 배우와 그 반대의 경우는 보는 사람의 관점을 매우 다르게 변화시킨다는 말입니다. 노련한 배우는 에로틱 필름의 과정에서 만나는 상대방을 가볍고 경쾌하게 다루면서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섬세한 향취를 즐기는 모습니다. 설정된 시나리오가 강제적인 표현의 중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로틱한 행위의 즐거움은 감상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게 마련입니다. 단지 시나리오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 배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에로틱 필름에서 그 다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는 여배우의 몸매입니다. 가냘프고 하얀 살결 위에 남자의 투박하고 검은 손이 육감적으로 닿는 장면이 에로틱 필름의 백미라고 여겨집니다. 예를 들면, 뽀얀 살결에 가냘픈 표정으로 아이보리 색채감의 옷을 입은 여인을 껴안고 있는 검고 강한 남자의 아우라는 험악할수록 즐거움이 극대화됩니다. 연약한 여자의 가냘픈 허리를 끌어안고 열심히 작업 중인 우리의 남성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필름 감상자의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에로틱 필름에 등장하는 여배우의 살결이 뽀얗고 투명할수록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그 장면을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에로틱 영화의 여주인공 설정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는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젭, 그 다음에 그대가 등장하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아직 삼분의 일 정도 밖에 보지 않았지만). 로마의 쇼걸들이 모두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단지, 예측 불가능한 쇼맨들이라는 점에 있어서 지금까지 보아온 장면들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말이에요. 세련된 그대의 무대 매너에 우리는 깜짝 놀랐고, 유창한 그대의 이탈리아어에 우리는 정말 흥분했습니다. 배우가 영화 속에서 이렇게 멋지게 설정될 수도 있다는 판타지를 갖기에 충분한 무대 매너입니다. 그대의 생일 축하 파티에서 그대를 제외한 주변인들은 단지 무대 장식이 아니라는 위로의 말을 전달하고 싶을 만큼, 그대는 주변 인물들을 무력화 시키는 힘을 가졌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대의 뒷모습이 보여주는 에로틱 필름이 여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주었다면 그대답지 않은 무대 매너였겠지요.
 
나는 아직도 감상해야 할 에로틱 필름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신작들부터 감상한다면 어제와 다른 오늘, 그 위에, 오늘과 같은 내일, 내일과 같은 어제가 반복적으로 이어 지겠지요. 우리의 일상은 어제와 같은 오늘, 그 위에, 오늘과 다른 내일, 내일과 다른 어제의 순으로 이어져왔구요. < 글 : 이 체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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