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병원약사회 부회장, 법률제정 필요성 제안

전혜숙 의원 주최, 국회 정책토론회

환자 안전을 제고하고 약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약사' 제도가 법제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격 구분 후 자격인정 요건에 대해 법적인 근거를 만들자는 것이다.

1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병원약사회가 주관한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약사의 역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영희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아주대학교병원 약제팀장)은 전문약사 법제화의 필요성과 의의,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한국병원약사회에 따르면, 전문약사는 치료 성과 및 환자의 건강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해당 전문 분야에 통달하고 약물요법에 관해 보다 전문적인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를 일컫는다. 

국내에는 2008년 한국병원약사회에서 전문약사제도의 운영규정이 제정돼 2010년부터 제1회 전문약사시험이 6개 분야에서 시행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문약사의 전문 영역이 총 10개로 구성됐다. 중환자약료, 장기이식약료, 심혈관계질환약료, 내분비질환약료, 영양약료, 종양약료 등은 2010년부터 시작됐고 2014년부터 소아약료, 감염약료, 의약정보, 노인약료로 이뤄졌다.

2010년 75명의 첫 전문약사가 배출된 이래, 2011년 40명, 2012년 50명, 2013년 40명, 2014년 57명, 2015년 116명, 2016년 154명, 2017년 170명, 2018년 122명으로 총 824명의 전문약사가 배출됐다.

분야별로는 종양약료 181명(22%), 영양약료 144명(18%), 내분비질환약료 116명(14%), 심혈관계질환약료 93명(11%), 장기이식약료 58명(7%), 노인약료 50명(6%), 의약정보 48명(6%), 감염약료 45명(5%), 소아약료 32명(4%)이었다. 

이 부회장은 "전문약사가 활동하고자 하는 목표는 '환자 중심의 약료서비스 제공'으로 다학제의료팀의 구성원으로 진료회진 및 컨퍼런스 참여, 약물치료계획수립 협력 및 이행과 모니터링, 약품처방 검토·문제점 파악 및 조정, 약품사용 적절성 평가, 의약품 정보 제공, 관련 교육 및 연구 공동 진행과 참여, 환자 교육 및 상담 등"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전문화 및 고도화된 약물치료계획이 수립, 이행돼야 하는데 환자 안전을 위해 약사의 전문성은 확보돼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보건의료인의 전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추세도 있고, 전문약사의 법제화는 전문영역 수행에 따른 정당성·책임감·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제안한 전문약사 법률(안)은 '약사법' 제83조의6 제2항에 따라 전문약사의 자격구분, 자격 기준, 자격 시험, 자격증, 그 밖에 자격인정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히는 내용이다. 전문약사 자격은 현재 병원약사회가 운영 중인 10개의 전문영역과 같다.

전문약사가 되려는 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거나 전문약사 교육과정을 마치도록 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전문약사 교육과정은 전문약사 교육기관에서 실시될 예정이고 약사 면허를 가진 자로 정했다. 이 부회장은 "전문분야별 전공실습과목 480시간을 이수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사회구조의 변화로 보건의료서비스는 질 향상을 요구받고 있다"며 "질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인의 전문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약사에 의한 높은 수준의 약료서비스는 모든 환자에게 제공돼야 한다"며 "보건의료와 관련된 직능이 의료법과 영양관리법에 근거해 전문자격을 규정하고 별도의 자격을 인정하고 있듯,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는 약사법의 목적 범위에서 약사 중 일정한 조건을 취득한 전문가를 공적으로 증명하고 추후 발생가능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법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은경 서울대 약대 교수는 외국 전문약사 제도 및 국내 보건의료인력의 전문화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국제적으로 전문약사제도는 미국에서 1970년대 초 도입됐고, 일본에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 2월 한국병원약사회의 인력현황에 따르면 전체 3만7837명의 약사들 중 병원약사는 4690명이고, 이 중 전문약사는 824명이다. 전체 약사 중 전문약사는 2.2%, 병원 약사에 한정할 경우 전문약사는 17.6%에 달한다. 인력 분포는 80% 이상이 수도권 소수 몇 개의 병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전체 약사 26만9900명 중 전문약사는 4만1640명으로 15.4%를 차지했다. 

김 교수는 영양약료·중환자약료 전문약사는 다직능 팀활동을 하고 있으며, 노인약료·감염약료 전문약사는 체계화된 팀활동의 확대가 필요해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0년 가까이 전문약사 인력을 확보하는데 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10개 전문영역도 선진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고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췄다"며 "다만, 전문약사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향상돼야 한다. 전문화의 자구적 노력에 대한 의료인과 환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전문약사로의 유인책과 훈련된 전문약사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전공약사 프로그램지원과 서울/지역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며 "기본조제활동 부담과 전문약사 활동의 확대 사이의 간극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이상민 대한중환자의학회 고시이사(서울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사, 간호사와 더불어 중환자 관리에 약사도 필수적인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중환자 전문 약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중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약용량이나 투약 방법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위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 단위, 때로는 시간 단위로 약 용량을 조절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1999년 미국 의사협회지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임상약사가 중환자실 회진에 참여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사는 "중환자실에서 다학제 회진이 강조되고 최근 심평원 인증평가에서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는 "중환자 전문약사는 약물의 적응증 및 용량 적절성, 약물 상호작용, 알레르기 등에 대한 검토와 약물의 효과 및 ADE 발생여부 모니터링, 약품정보제공 그리고 적절한 정맥영양수액 공급 및 약동학적 모니터링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중환자 전문 약사가 다학제 중환자진료팀의 주요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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